<1> "´임대가능´ 현수막을 ´배 팝니다´로 의도적  오역

<2> B/C(편익률) 수치 의도적 선택

<3> 배의 운항 속도를 의도적으로 단순 비교!
 
"PD수첩, 대운하편도 오역 드러났다"

<인터뷰>´왜곡사례´ 문제제기 한병훈 비엔나동아시아연 부소장
"´임대가능´ 현수막을 ´배 팝니다´로…편익률 수치선택 의도적



◇ MD운하의 관광효과에 대한 현지 취재 장면. MBC PD수첩은 "운하의 관광효과는 허구"
라며 ´Du kannst mich mieten´(배를 임대합니다)라는 현수막을 클로즈업, 캡처했다.
 MBC PD수첩 화면캡처
 
“MBC PD수첩의 한반도대운하 관련 보도는 ‘모종의 의도’가 있는 보도로 보여질만한 것이었습니다. PD수첩은 눈에 보이는 ‘실수’를 하거나 ‘오역’을 했는데 이같은 것은 매우 기초적인 사항에 관련된 것으로, 프로그램의 주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특정 부분을 과장, 확대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MBC PD수첩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한 방송을 내보내면서 ‘의도적 오역’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진지 5개월 가량이 지났다. PD수첩의 당시 보도를 두고 ´사실´과 ´취재의도´ 중 ‘보도’ 프로그램이 무엇에 더 중심에 두어야 하는 것에 대한 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PD수첩의 오역이 처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안티’성 보도를 해왔다”는 보수우파 단체의 주장도 시들해질 무렵, ‘PD수첩의 한반도대운하 관련 보도도 오역과 왜곡 등의 문제가 있었다’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병훈 비엔나 동아시아연구소 부소장(45)이라고 밝힌 그는 “한국과 관련된 연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오다 보니 관련프로그램도 챙겨보게 됐다”며 “그러던 중 PD수첩의 보도가 몇 가지 문제가 있었음에도 이것이 문제가 없는 양 방송되는 걸 보고서 이를 지적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은 영향력만큼이나 그동안 수차례 논란에 휩싸여왔다. 취재의도를 ‘명확히’하기 위해 세밀한 부분들에서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했다는 지적과 함께 특정 집단이나 세력 등에 대해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는, 형평성 및 객관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PD수첩은 그동안 보도 프로그램의 대명사로 손꼽히며 지지받아왔다. PD수첩의 깔끔한 정리와 깊이있는 시각은 따라올 수 없다는 게 그 이유다. 하지만 PD수첩은 근래 2~3년 동안 ‘정치적 객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사실 규명’이라는 강박증 아래 ‘알리고 싶은 정보’만을 제공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때문에 PD수첩에 대한 호불호는 선명하게 엇갈린다.

31일 서울역사박물관 1층 카페에서 기자와 마주앉은 한병훈 부소장은 ‘PD수첩 불신자’에 가까웠다. “보도 프로그램의 기초도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한 한 부소장은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안티’가 중요한 사항들을 왜곡 또는 과장하는 것을 용인하게 만들었을진 몰라도, 최소한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기관으로선 ‘최악’의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와 왜 한반도대운하를 갖고 PD수첩을 걸고 넘어지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이 ‘실수했다’라고 사과할 줄 알았습니다. 물론 그 뒤에 광우병 보도를 보니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요.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중요한 문제제기를 PD수첩이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 맞았느냐,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한 부소장은 “PD수첩 방송 이후 한반도대운하에 대한 여론이 나빠졌다. 성공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던 이들도 점차 부정적인 분위기에 동조하기 시작했다”며 “대운하로 정권창출에 성공한 여당이 급기야는 ‘공약에서 빼자’고 나올 정도로 상황은 악화됐다. PD수첩의 보도는 이런 분위기를 형성하는 계기였다”고 말했다.

그는 “PD수첩을 처음 보고 틀린 부분이 눈에 띄었는데 한국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제기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운하에 대한 인식과 정보가 낮은 상태에서 좀더 신중히 접근했어야 했다”고 문제삼았다.

한 부소장이 지적하는 것은 크게 3부분. 한반도대운하의 모델로 내세운 독일 MD운하를 심층취재한 2월 12일자 방송은 운하의 경제성과 허구성 등에 초점을 맞춘 보도였다. 대운하 찬성론자들은 ‘낙관’하고 있지만 실제 운하는 ‘비싸지만 느린, 비효율적인 운송수단’일 뿐 아니라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도 없다’는 것이 이날 방송의 핵심이다.

한 부소장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수치들을 나열해놓고 ‘내 주장이 맞다’고 하는, 초등학생도 하지 않을 실수를 했다”며 “특히 운하의 관광효과가 없다고 주장한 부분은 사실 왜곡의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 부소장은 PD수첩 제작팀은 브라조호라는 독일 벌크선에 직접 탑승해 선장 부부와 한반도대운하의 문제점에 대해 얘길 나누는 장면에 대해 “특정 지역을 전체의 문제로 확대, 성급한 일반화를 시켰다”고 꼬집었다.

“MD운하가 있는 마인-도나우 강은 수천km가 넘습니다. 세계에서 2번째로 긴 국제하천이라 불리죠. 지역에 따라 사람이 몰리는 곳이 있는가하면 외진 지역은 인적이 뜸합니다. 한국도 동해안이라고 해서 모두 사람이 많이 몰리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데 PD수첩은 장사가 안 되는 곳에 가서 ‘관광효과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당시 취재는 겨울에 이뤄졌습니다. 찬 바람이 부는 계절에 강변에 가서 ‘휴양’을 즐길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한 부소장은 특히 ‘배를 팝니다’(Du kannst mich mieten)라는 현수막이 걸린 배의 전경을 캡처한 장면은 “의도적 오역”이라고 말했다. 독일어로 ‘mieten’은 ‘빌리다’라는 의미의 동사. 직역하면 ‘당신은 나를 빌릴 수 있다’, 즉 ‘임대 가능’이라는 뜻이다.

그는 “빌리다와 팔다는 엄연히 뜻이 다르다”며 “특히 이 장면은 선주와 만나 운하의 관광효과가 허구임을 부각하기 위해 사용된 것이다. 다른 부분은 흐릿하게 해놓고 유독 현수막 부분만 강조, ‘파산지경이 됐다’는 뉘앙스를 보여주는 건 노골적인 운하 반대 저의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부소장이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 비교할 수 없는 수치들을 근거로 들어 왜곡된 정보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한 부소장은 “운하의 경제성이나 운항속도와 관련, PD수첩은 서로 성질이 다른 항목들을 동등한 것 인양 비교해놓았다”며 “그러나 이같은 작은 실수들이 결과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는 건 보도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아는 기본 상식이다. 그럼에도 그런 실수를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PD수첩은 블랑코 연구소와 IFO연구소가 MD운하의 BC비율(비용 대비 편익률)에 대해 상이한 분석을 했던 것을 보여주면서 ‘운하를 주장하는 IFO연구소가 의도적으로 수치를 높게 잡아 운하가 재개됐다’는 식으로 분위기를 이끌었다”며 “그러나 두 연구소의 비용 편익으로 제시된 수치는 단순히 비교, 대조할 수 없는 것이다. 두 수치들은 성격 자체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PD수첩은 운하의 비용 편익으로 블랑코연구소 0.52, IFO연구소 0.98을 제시했다. 비용 편익은 모든 가치를 ‘돈’ 즉 물질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으로 1이상이 될 경구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한 부소장은 “블랑코의 수치는 네토(netto) 비율인 반면, IFO는 브루토(brutto)였다”고 전제한 뒤 “둘의 차이는 부가가치를 반영하느냐의 여부에 달렸는데,쉽게 말해 브루토는 갑근세를 떼지 않은 봉급총액이라면 네토는 세금을 제한 봉급을 의미한다. 이 둘을 동일하다고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블랑코의 네토가 0.52일 때 IFO는 0.96이었다. 브루토는 블랑코가 0.64, IFO 0.98이었다. IFO가 블랑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사실을 전달하고자 했다면 동일한 항목을 비교했어야 했다”며 “결국 PD수첩은 IFO의 비용 편익이 부풀려졌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블랑코와 IFO의 격차를 의도적으로 벌였다”고 말했다.

한 부소장은 “특히 비용 편익은 이자율이나 유지, 보수 비용 등 여러 요소와 함께 생태적인 요소에 대한 시각 등에 따라 달라진다. MD운하의 비용 편익을 얘기하려면 두 연구소의 기본 항목의 차이 등도 고려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가 PD수첩에서 가장 ‘실소’하는 부분은 ‘운항속도’에 대한 것이다. “실제로 가봤다면서 어떻게 MD운하와 한반도대운하를 똑같이 취급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어조는 날카로웠고, 말투에는 신랄한 비난이 느껴졌다.

“MD운하를 시청자가 가 보지 않는 이상은 한반도대운하와 뭐가 다른지 모릅니다. MD운하는 약 20여년 전에 마지막 부분을 착공했어요. 1980년대로서는 첨단기술이고 최신식이었겠지만 현재로서는 낡은 기술일 따름입니다. 지금은 2008년이에요, 만약 한반도대운하를 만든다면 1980년대식으로 만들겠습니까? PD수첩은 우리도 MD운하의 방식을 그래도 한다고 가정하고 있습니다. 비슷하거나 유사한 부분들은 있을 수 있겠지만, 21세기의 첨단 기술을 동원해 생태학적 요소를 넣을 것이라는 점은 간과했어요,”

한 부소장은 “PD수첩은 ‘MD운하는 총 170km에 16개의 갑문이 있고 화물선은 시속 10km정도로 운행해 총 36시간이 소요된다’고 밝히면서 ‘한반도대운하는 540km, 19개의 갑문으로 이뤄지는데 시속 25km로 통과한다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빨라야 54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갑문 등 세부 요소들은 고려했으면서 지형적 요소는 배제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MD운하가 설계된 것은 1950년대 후반으로서, 운하 폭 55m에 1000톤급 선박이 운행하는 것을 가정한 것이 최대치였으나 지금은 “기준 자체가 다르다”는 게 그의 주장.

“논리적으로 보면 PD수첩의 주장이 전혀 틀렸다고 말할 순 없다. 그러나 한반도대운하의 기술은 MD운하보다 훨씬 진보된 것으로 ‘50년식 제방이 무너질까 배의 속력을 줄이는’ 식으론 지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한반도대운하의 폭과 수심도 MD운하의 것보다 넓고 깊다. 큰 배가 지나갈 때 이는 파랑에 따라 제방이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아 무너질 것을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PD수첩은 변수는 완전히 생략하고 단순히 비교함으로써 부정적 여론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PD수첩은 편협한 정보를 갖고 이것이 사실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공영방송으로서 기본 원칙마저 무시한 것이지요. 만약 PD수첩이 비용 편익을 얘기하면서 ‘경제성이 없다’고 했을 때, 과거에는 ‘물동량’에만 포커스를 맞췄기 때문에 비용 편익이 이렇게 나왔고, 현재는 오히려 예상보다 더 높다는 걸 알려줬더라면, 그래서 판단을 온전히 시청자의 몫으로 넘겼다면 좋지 않았을까요? 왜 광우병 보도처럼 공정하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보도를 하면서 ‘나만 옳다’고 하는 겁니까?”

한 부소장은 “대운하라는 국책사업을 밀어붙이려는 대통령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며 “운하는 사양사업이라고 했지만 200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운하 착공을 다시 재개했다. 유럽인에게 운하는 값싸고 손쉽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인데 이같은 정보도 같이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처음에 운하론자들이 정확한 컨셉없이 대운하의 정당성을 피력하느라 말이 바뀌고 내용들이 다듬어지지 못했던 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선진국에서 운하는 물길을 잇고 하천을 정비하는 이상의 의미, 즉 인간 삶을 녹색으로 리모델링하는 것으로 동유럽의 경우에는 경제개발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운하에 대한 건전한 논의를 하고자 한다면 방송사는 최소한 찬반을 공정하게 다뤄야지, 입맛에 맞는 정보만을 골라 제공해선 곤란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