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북기업이라는 점과 김대중의 사망이 임박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미묘한 분위기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은 클린턴이 미국 여기자 2명을 구출했던 점에 비추어,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만나 대화하여 아직도 북한에 억류되어 있는 개성공단 직원 유 씨와 납북어선 연안호의 선원들을 행여 귀환시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좌익성향 언론들이 도배질하는 시점에서 말이다.

그런데, 왜 하필 현정은일까?

만일 북괴가 현정은을 원하기에 방북을 허가한 것이라면, 어떠한 노림수가 있을까?

남편인 정몽헌 회장의 죽음에 대하여 일말의 의심도 없이 아직도 친북적 교류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호남출신 기업인이라서인가?

김정일을 만날 거라고 잔뜩 기대(?)를 부풀려 보도한 것과 달리 현 회장은 아직 김정일을 못 만난 모양이다.

방북기간을 또 연장한 현정은 회장을 불러놓은 김정일은 함흥에 시찰 가서 시간끌기 하고 있다.

게다가 억류자들의 귀환에 대하여도 아직 “확정된 것 없다”는 반응이다.

자신조차 김정일 콧배기도 뵙지 못한 채 오도 가도 못하는 실질적 억류상태를 현정은은 애써 부인하고 싶겠지만, 중국조차 미국에 굴복하여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지금 같은 때 스스로 미끼 물고 코 꿰이러 온 먹잇감을 그냥 놔둘 김정일은 아니다.

아마도 김정일은 현정은의 용도에 대하여 여러모로 딴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만일 이번 현정은 방북에 맞추어 억류자들을 귀환시킨다면, 좌익언론들의 도배질로 인하여 부실매국 기업집단 회장인 현정은의 발언권이 남한 내에서 매우 올라갈 것이다.

행여 억류자들을 귀환시키지 않더라도, 현정은의 친북교류에 대한 열망은 사그라들지 않을 뿐 아니라, 적어도 지들은 미국 정도는 되어야 같이 놀아줄 수준이 된다는 식으로 오히려 북괴가 남한보다 상전이라는 입지만 강화시켜 줄 것이다.

게다가 북괴로서는 억류자들을 송환 하든 말든 남한 내 좌익언론의 집중적 스포트라이트를 통하여 정부보다 입김이 센 발언권을 가진 친북파로 하나 더 만드는 셈이 되어 밑져도 남는 장사가 된다.

그런데, 왜 필자에게는 2000년도에 방북하여 6.15 정신 계승 운운한 박근혜가 오버랩 되는지 모르겠다.

묘하게도 원인이야 어쨌든 둘 다 남편 없는 여자로서 김정일이 남한 정부보다 더 예우해주는 편이다.

게다가 둘 다 김정일의 악행에 대하여는 비판적인 언급을 지극히 사무적인 태도로 피한다.

둘 다 이명박 정부에 그리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래도 현정은이 제2의 박근혜로 보는 관점이 너무 비약일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