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번 띄워보고 잊혀질만할 때 반드시 다시 우려먹는다. -
지난해(2010년)에 구제역은 두 번 소동을 빚었다.
한번은 4월경에 강화도에서 발생한 구제역 소동이다.
그리고 또 한번은 11월경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 소동이다.
그런데, 흥미 있는 것은 그 감염 경위에 있어서 뭔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즉, 엄청나게 큰 속임수는 아주 기초적인 것에서 흔들린다.
마치 박지원이 녹내장 넋두리하며 법정에서 안대로 가리웠던 눈이 ‘육안’ 쪽이 아닌 ‘의안’ 쪽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하긴 필자도 그 당시에 그런 생각이 안 났다는 것을 숨길 수 없지만, 그 당시 “의안에도 녹내장이 걸리나요?”라는 질문 한마디면 모든 게 끝장났을 텐데....
그럼 구제역의 감염에 있어서 뭐가 가장 의심스럽다는 소린가.
흔히 왜 호남에만 감염되지 않았냐고 할 것인데, 이는 감염 ‘결과’를 두고 한 말인지라 웬만큼 의식 있는 사람에게는 너무나 뻔히 보이는 현상인지라 수많은 인구에 회자되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겠다.
그러나, 감염 ‘원인’에 있어서는 가장 중대한 조건에서 자연적 사실에 위배되는 점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축산농민이 외국의 축산농가를 방문하든, 구제역 감염 육류를 섭취하든 간에 혼자 다니지 않고 여행가이드를 비롯한 단체일행이 같이 다닌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구제역 바이러스는 해당 농장주에게만 감염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첫째 의문이다.
여행용 가방이나 수화물도 같은 칸에 뒤섞이게 되는데, 완전 방수처리 된 듯이 특정 축산농장주의 짐에서 바이러스가 전혀 떠나지 않고 있다가 집에 와서야 가축이 있음을 알아보고 전염되었다면 뭔가 앞뒤가 안 맞아도 한참 안 맞다.
둘째 의문은 해외여행 후 입국시 인천공항으로 들어왔을 텐데, 인천공항에서 집에 이르기까지 아무데도 감염 안 되고 집에 와서야 감염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지에서 남의 짐이나 신체에 전혀 묻지 않았고, 현지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오는 밀폐된 항공기 안에서도 남의 짐이나 몸에 묻지 않았고, 인천공항부터 집까지 가는 밀폐된 관광버스 안에서도 남에게 전혀 묻지 않았던 구제역 바이러스가 집에 도착하고 나니까 스스로 시건장치를 풀고 가축에게 옮겼다면, 이거 설명이 되나!
그렇다면 구제역 바이러스는 정말 목표를 향한 상당한 금욕과 인내력을 지니고 있단 말인가.
마치 박지원의 의안에 녹내장 걸리듯, 구제역이 자기농장 도착 전까지 스스로 ‘자기봉쇄’하였단 말인가.
셋째 의문은, 이번 안동의 경우, 같이 여행 갔던 같은 동네 사람들의 가축에서는 발병하지 않았던 것을 뚜렷한 해명 없이 마구잡이로 덮었던 점에서, 결과를 미리 설정해둔 사전에 치밀하게 짜둔 시나리오가 뒤틀릴 가능성 때문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더욱 신기한 것은 11월 구제역은 안동에서 강화를 잇는 선 주변의 광역단체 위주로 급속히 전염되었다.
11월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왜 하필이면 4월에 구제역이 발생한 강화 쪽으로 번졌는지, 범죄심리학 다루는 사람이면 뭔가 느껴질 만한 것도 있을 텐데 말이다.
애시당초 설정해둔 결론에다 원인을 대입시키다보니 이상하게 꼬인 데서 그 정체가 드러나는 것이다
넷째로 관심이 가는 것은 구제역의 연원이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
1998년 이전부터 구제역을 들먹이다가 어느 정도 감염에 대한 변명이 학습이 된 후인 작년 4월에 강화도에서 소동을 벌여보고, 11월쯤에 안동에서 다시 소동을 벌인 게 아니냐는 심증을 버릴 수가 없다.
잊혀질만할 때 다시 등장하여 시끄럽게 만든 소동들을 생각해보라.
‘광우병’? 2008년 이전인 1990년대에 이미 경각심을 들먹였었다. ‘구제역’도 매한가지다.
그리고 ‘장자연 리스트’, ‘BBK 소동’ 역시 잊혀질 만 할 때를 골라서 또 들먹인 사례다.
그렇다면 다음 번엔 원전 방사능 차례가 될 것인가. <끝>
<부 추 연 논설위원>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