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 기사전송 2014-03-22 10:42

[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미디어스] 한국에는 적지만 외국인들이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그 가운데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는 샘 해밍턴이다.외국인으로 한국 군대에 입대해서 보여준 이색체험은 시청자에게 호기심과 호감을 줄 수 있었다.심지어 세금이나 충성심 등을 이야기할 때에는 놀랍기도 했다.그리고 최근 또 한 명의 외국인이 시청자의 관심을 받고 있다.

파비앙은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독특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아직 어린 청년이지만 소박하고 꼼꼼한 살림모습이 우선 살갑게 다가섰고, 올림픽 응원 등에서 한국인 못지않은 응원 모습을 보이고 있어 샘 해밍턴에 이어 또 한 명의 호감 외국인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외국인들의 한국 사랑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도 없지 않았다.

특히 민감한 사안인 독도 문제는 더욱 그렇다.그들 외국인이 한국이 아니라 일본에 거주했다면 역시나 반대 의견을 냈을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외국인들은 정치적 문제에 대해서는 차라리 말을 아끼는 편이 낫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그런 와중에 <나 혼자 산다> 카메라에 파비앙의 독도행 여정이 잡혔다.분명 기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보여주기 식의 독도행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없었다면 거짓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우려나 의심을 말끔히 해소케 해주는 상황이 이어졌다.파비앙의 이번 독도 탐방은 따로 마련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다녔던 독도아카데미에서 가는 단체 탐방이었다.방송 때문에 급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게다가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3년 전에 독도탐방에 나섰다가 그때에는 독도에 발을 딛지 못한 아쉬움에 이번에 다시 찾은 것이었다.

사실 놀랍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파비앙의 남다른 독도사랑이었다.게다가 파비앙이 이처럼 독도에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는 이유도 설득력을 더했다.프랑스도 과거 독일과 영토분쟁을 겪었고, 실제 파비앙의 할아버지가 그 전쟁에 참전했던 특별한 개인사의 이력을 갖고 있었다.그렇기 때문에 한일 간에 겪는 독도분쟁에 남일 같지 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런 파비앙의 독도사랑의 이유들을 알게 되자 왠지 부끄러웠다.그것도 두 번 부끄러웠다.첫째는 파비앙의 독도사랑을 의심한 것이 미안해서 부끄러웠고, 외국인이 파비앙이 독도를 두 번씩이나 찾은 것에 비해 아직 한 번도 독도에 가보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 때문에 다시 한 번 더 부끄러웠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파비앙과 동행한 아주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멀미와 싸워가며 독도를 찾는 모습에 억지로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난 혼자 산다>는 파비앙의 독도여행을 정말 최소한으로 보여주었다.그런 간단한 스케치에도 독도탐방의 길은 무척이나 험난했다.일 년에 겨우 50일 정도만 사람의 발길을 허용한다는 독도는 파란눈의 프랑스청년이라고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멀미약을 미리 챙기고 거친 파도를 견디고 가까스로 울릉도에 도착했지만 독도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다행히 다음날 파도가 잔잔해져 파비앙과 한국청년들은 신비로운 섬 독도에 올라설 수 있었다.서울에서 출발한 지 38시간이 지난 후였다.그렇게 천신만고 끝에 입도에 성공했지만 독도에서 허용된 시간은 너무도 짧은 30분. 제대로 독도의 감상에 빠질 새도 없이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그런 파비앙을 보자니 앞서 부끄러웠던 마음에 왠지 모를 미안함이 더해졌다.그리고 그의 휴대폰에 담긴 독도 셀카가 무척이나 부럽기도 했다.우리들의 독도사랑, 말이나 구호가 아닌 실천이 되어야 하겠다는 다짐을 프랑스 청년 파비앙을 통해서 하게 된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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