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규열사 만들기 규탄집회를 6월9일 여의도에서 했다.
스피커를 통해 "김재규 민주 열사……" 운운하는 소리를 듣고, 길 가시던 할머니 한 분이 다가와 단상으로 오르시려는 것이었다.
"이놈들, 뭐라고? 대통령을 죽인 놈더러 민주 열사라고?"
행사 주최측이 다급히 할머니를 만류하면서 설명을 드렸다.
"그게 아니고요……."
분노가 끓어오른 할머니에게 그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아니긴 뭐가 아냐? 이 천하에 역적 놈들아, 이게 뭐하는 짓이냐?"
할머니는 온힘으로 마이크 줄을 잡아당기며 몸부림치다가 마침내 눈물을 주르르 흘리셨다.
주최측 사람들은 목이 칵 메어 어쩔 줄 몰랐다.
"할머님, 제 말씀 다시 들어보셔요."
간신히 진정이 되어 이해를 시켜 드리니 또 분노가 탱천한다.
"어쩐 놈들이야?"
"네, 민주화보상심의위원회라고……."
할머니의 요청대로 전화번호를 적어드렸다.
"내 이놈들을 가서 당장……."
총총 걸음 옮기시는 할머니의 뒷모습에서 모두들 오래도록 눈을 떼지 못했다.
왜 할머니 눈에서 눈물 흐르게 만드는가.
누가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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