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슬프고 혼란스럽고 미흡한 게 많지만 그래도 그 동안 성취한 것도 적지 않다. 우리는 무엇을 성취했는가.
DJ는 "북한은 대남전쟁을 포기한것으로 보인다" 는 말을 며칠전에 했는데 그의 말은 가벼이 흘려 들을 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년반 전까지 국가최고기밀을 다루었던 그의 말은 무게가 있으며 또한 진실이거나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북관계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벌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이다. 아직 북핵문제의 해결은 남아있지만 남북관계의 혁명적 진전은 결코 작은 성취가 아니다. 군사실무회담의 성과와 빈번한 직항로통행 역시 가벼이 평가할 일이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 와 인사의 투명성과 공직자의 청렴성은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공직자는 청렴한게, 즉 뇌물을 안 받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보니 이른바 "청백리상" 이란 것을 만들어내어 뇌물 안받는 공직자를 가려 뽑아 상을 주는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희비극적인 일( 이런 경우를 영어로는 grotesque farce 라고 표현하더라) 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상전벽해의 변화이며 성취이다.
많은 고통이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그래도 경제는 꾸준히 발전하여 코리아라는 브랜드는 세계가 알아주는 브랜드가 되어버렸다. 서울에서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포니2와 스텔라를 벤쿠버에서 매일 2,3대씩 보았을 때, EURO2004축구 경기장의 광고판 가운데 한국상표가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음을 보았을 때, 남대문 시장에서 원가 1,000원도 안 들여 만든 붉은 악마 티 셔츠를 호나우도가 대단한 명품이라도 되는 양 입고서 스페인에서의 기자회견에 나온 것을 보았을 때, 경제통계를 굳이 들먹일 필요도 없이 경제적 성취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경제가 발전하다 보니 국가 이미지도 따라서 올라갔다. 과거 70년대에 작곡가 신중현의 천재성을 간파한 일본 레코드 업계는 그를 매우 탐내 그와의 전속계약을 추진하였으나 그 계약에는 조건이 있었다. 한국국적으로는 일본에서 지레 멸시 받을 우려가 있으니 일본국적으로 귀화하라는 조건이었는데 물론 우리의 천재적, 애국적 작곡가 신중현은 그들의 끈질긴 설득을 단호히 거부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일본인들의 한국국적에 대한 거부감이 눈 녹듯이 사라진것 같다. "욘사마" 배용준이 수 많은 일본가정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어느 주간지의 보도는 우리나라 언론이 워낙 엉터리이니 그말대로 믿어야 할지 의문이나 국적과 관계없는 폭발적인 인기는 엄연한 사실인 것으로 여겨진다. 그 뿐인가. 안재욱은 중국에서는 신적인 존재라고 하지 않는가. 태국에서의 원빈, 월남에서의 장동건...그만 줄이자. 과거 70년대에 한 물 간 퇴물배우 글렌 포드가 방한했을 때 우리나라 영화계가 총동원 되다시피해서 어마어마한 환영을 베풀고 주요영화인이 총동원 된 환영만찬이 개최되었었는데 그런 코메디는 이제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것으로 보인다.
일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원래 한일합방 되기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일본인의 우리나라에 대한 우월의식은 없었다. 태평양전쟁말기의 일본외상이었던 사람(이름을 잊었다)은 한국계였는데 그는 10대까지 박무덕이란 한국이름을 그대로 썼었다고 한다. 한국계에 대한 차별이 없었다는 얘기다.( 그가 전후에 생존해 있었으면 외무차관출신인 요시다가 수상이 되지않고 그가 당연히 수상이 되었을 것이다) 도고원수가 "나는 넬슨에 비유될 수 있을지 모르나 이순신장군에게는 감히 비교조차 될 수 없다" 고 말한 것도 한일합방 전까지는 한국에 대한 우월의식이 특별히 없었다는 반증이다. 하긴 조선통신사를 신주 모시듯이 하고 통신사접대 때문에 번(蕃)의 재정이 파탄날 지경까지 갔었던 그들이 아닌가.
참여정부 들어와 대통령의 권위가 좀 과하게 떨어진 감이 있긴 하지만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되며 과거의 권위주의 통치시대는 이것으로 막을 내렸다는 의미를 외면해서는 안 될것이다. 대통령의 면도기가 분실되었다고 해서 "대통령각하 면도기 도난 사건과 관련한 특별수사본부" 가 경북도경에 차려져서 호텔 종업원들을 개 잡듯이 고문하여 허위자백을 받는 일( 박정희 시절 대구 수성호텔에서 있었음. 나중에 알고보니 면도기는 박정희의 백안에 있었음), 대통령이 첫 손주를 보았다고 해서 당이 무엇을 당총재인 대통령에게 해 줄 것인가를 놓고 장시간 당무회의를 하는 일( 전두환시절 있었음) 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도 무시못할 성취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
노통의 다방면에 걸친 개혁이 성과를 거두고 경제가 계속 발전되면 다음 대통령의 임기중에는 우리나라가 G8에 가입할 수 있으리라 본다. 이것은 절대 헛된 꿈이 아니다. 구매력기준 총GDP는 1조달라로서 이미 캐나다를 능가하였으며 일인당 GDP는 2만불로서 미국을 제외한 여타 G7국가와 불과 3,4천불의 차이 밖에 없다. 하지만 이정도의 차이는 얼마 안가서 극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GDP가 아닌 GNP로는 그보다 더 큰 차이가 있으나 경제발전에 따라 저평가되어있는 원화환율이 IMF이전 수준인 800대 1로 머지않아 수렴될 것으로 보이고 그에 따라 GDP와 GNP의 차이도 좁혀 질 것으로 생각된다. IT, 반도체, 전자전기, 컴퓨터, 이동통신, 조선, 중공업, 자동차, 섬유, 석유화학, 기계, 해운, 조선, 정유, 제철...등 산업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미국, 일본, 독일등 4개국 밖에 없다. 폐지들의 말에 속아 우리나라를 과소평가 하지말자.
과거 90년대에 박준규는 한일의원연맹을 이끌고 일본을 방문하여 미야자와수상을 면담했을 때 왜 한국을 G7에 가입시켜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가 G7이전에 OECD부터 먼저 가입하시라는 면박을 들었으나, 경제력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의 G8가입은 면박의 대상이 아닐 것이다. 대한민국의 G8가입, 생각만해도 꿈만같은 일이 절대로 꿈만 같은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 무렵이면 어디서 굴러 먹던 개뼈다귀냐는 식으로( 입에 올리기도 외람되지만 이게 정확한 표현이다) " 노무현 정도는 허태열이가 상대해도 이깁니다"라고 회충이에게 아부했던 그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식으로 탄핵카드를 서슴치 않고 빼 들었던 그들이 옷깃을 여미고 노통을 대할 날이 올것으로 본다. 자기보다 10살 어린 이창호가 주는 술잔을 무릅 꿇고 두 손으로 받는, 거만하기 짝이 없었던 중국기사 마효춘처럼 그들도 마음 가득한 존경을 노통에 대해 어쩔수 없이 나타낼 수 밖에 없는 날이 기필코 오리라고 본다. "王家의 법도 세상의 법도 흘러가는 법". 지금은 깨춤 추고 있는 저 몸집만 크고 머리는 비어 있으며 가슴은 뻥 뚤린 벌레떼들이 흘러 가버린 법과 흘러 오는 법을 구별할 때가 필시 올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 노통이 광수에게 주둥아리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일갈했다. 장기간의 잠복 끝에 대반격작전을 개시하는 신호탄이라고 나는 해석한다. 다가오는 희망의 시대를 열기 위한 대반격, 대섬멸이 개시되고 있는 가슴 두근거리는 상황이 현재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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