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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때리던 與, 하룻만에 '軍달래기'
"신뢰 여전” “기밀유출 의도 없는듯"
청와대·당지도부 유화 발언 잇따라 "北놔두고 軍만 비난" 여론의식한듯

안용균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 2004.07.21 18:23 36' / 수정 : 2004.07.21 18:27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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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과 군 보고 누락 사건에 대한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분위기가 갑자기 누그러지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19일 군의 자체조사 결과 보고를 사실상 ‘불신임’하면서 추가조사를 지시하고, 20일엔 윤광웅 국방보좌관이 “일부 기밀사항들이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사태”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군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뜻을 공개 표명할 때만 해도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

특히 유출자로 합참 정보본부장이 공개 지목되면서 군 수뇌 전반이 문제가 될 듯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21일의 분위기는 상당히 다르다. 청와대측은 이번 사태가 군란(軍亂)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데 대해 ‘지나친 확대 해석’이라면서 “상황을 분위기로 보지 말고 실체로 보아달라”는 말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 급변은 집권세력이 북한은 놔두고 아군(我軍)만 비난한다는 일반의 시각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또 군과의 갈등이 더 심해질 경우 청와대의 위상만 더 추락할 수 있다는 판단도 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본질과 관련, ▲보고누락의 경위 및 의도성 여부 ▲기밀이 유출됐는지 및 그 의도성 여부 등 두 가지라면서, 이 두 가지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를 보고 청와대는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대한 판단 및 이에 따른 문책 모두 조사결과에 상응하는 것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김종민 대변인도 “정권과 군이 충돌한다는 식의 관점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고 실제 상황도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문책도 조사결과에 따른 것이지 청와대는 예단을 갖고 있지 않다”면서 “군 수뇌 문책 등은 너무 앞서 나간 얘기”라고 했다.

청와대와 군을 연결하는 채널인 윤광웅 국방보좌관도 전날의 시퍼렇던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은 표정이었다. 그는 전날에는 “일부 기밀사항들이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사태”라는 강한 표현을 썼으나, 이날은 “기밀 유출에 의도성은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군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열린우리당도 “군의 사기를 생각해야 한다”며, 일제히 ‘군 달래기’에 나섰다. 신기남 당 의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가릴 것은 가리고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군 사기에 영향이 없기를 바란다”며 “든든하게 자주국방 전선에 나서고 있는 군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명숙 의원은 “우리는 젊은이들이 굳건히 국방 의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신뢰가 흔들리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면서 “한쪽에서는 안보를 확실히 지켜내면서도 남북대결이 아니라 화해협력의 방안으로 노력한 군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도 “정치권은 정부의 진상조사가 끝날 때까지 지켜본 뒤 발언하는 것이 온당하다”며 “우리당은 군이 국방 의무를 충실히 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나라를 누가 지켜왔느냐, 우리 군이다”라며 “정치권 내 일부 발언이 군의 사기와 명예에 누를 끼쳤다면 유감”이라고 같은 당 김희선 의원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염동연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군은 사기를 먹고 사는 조직”이라며 “군을 자극해서 어떤 도움이 되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언급들은 집권당이 반군(反軍)이냐는 비판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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