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하야] 역시 삼성!

삼성의 경쟁력, 지역전문가서 나온다
14년동안 60여개국 파견 2800명 양성
철저한 현지화로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

지난해 5월 세계 최대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의 밥 코코란 크로턴빌 연수원장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를 찾았다. 승승장구하는 삼성의 성공비결을 엿보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GE 따라 하기에 주력했던 삼성측은 그에게 비디오테이프 등을 통해 인력 시스템을 설명했다.
브리핑을 받은 코코란 연수원장은 “삼성 성공비결의 핵심은 10년 후(後)를 내다보고 직원 한 명당 수억원을 투자하는 지역전문가제도”라고 결론지었다.

과연 지역전문가제도가 무엇이기에 세계 초일류인 삼성의 성공비결로 지목됐을까?

지난 90년부터 시작된 삼성의 지역전문가 제도는 직원들이 1년씩 상당한 ‘회사돈’을 써가며 해외에 나갔다 돌아와도 직원들에게 당장의 결과물을 요구하지 않는다. 현지에서 철저히 놀고, 먹고, 구경토록 한다. 학교나 연구소에 등록할 필요도 없고, 현지 지사에 출근할 의무도 없다. 그저 그 나라의 구석구석을 맘대로 돌아다니게 한다.

회사는 다만 해외체류 중간중간에 직접 몸으로 부대끼며 체득한 내용을 자유로운 형식으로 회사가 지급한 노트북 PC와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사내 인터넷에 띄우게 한다. 삼성은 이 제도를 통해 지난 14년 동안 60여개국·700여개 도시에 28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지역전문가 1인당 평균비용이 1억원 안팎이므로, 그동안 3000여억원을 ‘놀고 먹는’ 데 쓴 셈이다.

하지만 지역전문가제도에 대한 투자효과는 10년이 지난 요즘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선 삼성은 돈 주고도 구하기 어려운 방대하고 촘촘한 지역정보를 갖게 됐다. 60여개국·700여개 도시의 생생한 정보를 담은 리포트만 8만건, A4용지로 4만장 분량이다.
사진도 10만7000건이 쌓였다. 파라과이에서 술 마시기 좋은 곳, 미국에서 주택 싸게 얻는 법 등은 물론 현지 국가에서 사귄 인맥, 외국 정부 부처의 승진 시스템 같은 정보도 망라됐다. 삼성 주재원들이 경쟁사보다 한발 앞선 위치에서 출발하는 것도 바로 이런 정보 때문이다.

특히 중국과 인도 등 신흥 시장에 대한 정보는 막강하다. 파견지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지난 14년간 중국이 650명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510명), 미국(450명), 영국(142명), 러시아(100명) 등의 순이다. 최근엔 신흥시장인 인도와 러시아에 더욱 집중하는 추세다. 올해도 중국(146명), 인도(21명) 등 신흥 전략시장에 70% 이상의 직원을 내보냈다.

삼성측은 지역전문가제도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동남아 시장을 꼽는다. 삼성인력개발원 신영민 차장은 “소니와 파나소닉 등 일본 가전업체의 ‘안방’이던 동남아 가전시장에서 이제 삼성이 컬러TV와 양문형 냉장고 등에서 1위”라며 “능숙한 현지어 구사능력에다 지방도시의 골목골목까지 꿰뚫고 있는 320여명의 동남아 지역전문가가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역전문가들의 정보는 지난 2000년부터 삼성 내부 사이트에 공개돼 전 직원들이 마음대로 찾아볼 수 있다. 요즘은 한 달에 페이지뷰(열람건수)만 100만건이 넘는다.

◆ 지역전문가 제도란…
1년간 1억원씩 주고 자유롭게 해외연수

삼성그룹이 지난 90년부터 “그 나라의 기준으로 인재를 키우자”(이건희 회장의 후쿠오카 발언)는 국제화 전략 차원에서 시작한 제도. 입사 3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일정 인원을 선발, 해외에 1년씩 내보내는 자유방임형 해외연수 제도다. 지역전문가 한 명에겐 월급 외에 활동비까지 1년에 1억원 안팎이 지급된다.

(이인열기자 [email protected] )

입력 : 2004.06.13 18:09 08'
11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