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시에는 요즘 일본인들이 넘쳐난다.
도심인 명동거리는 오후4시가 넘어서면 일본인들이 행인의 10% 이상을 차지한다. 오후6시 이후의 명동닭갈비 골목은 더 하다. 일본인들이 20%에 이른다.
이처럼 춘천을 찾는 일본인들의 발길이 잦아진 건 TV드라마 ‘겨울연가’ 덕분.
점심시간을 전후해선 준상(배용준)이 고교시절을 보냈던 춘천시 소양로2가 90-7 차금선(63)씨네 별채로 몰려든다.
21일 오후3시, 12평 안팎의 이 방안은 일본인들로 발 디딜 틈 조차 없었다. 경주 불국사를 들른 수학여행단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이들은 피아노앞에 앉아서 겨울연가 주제가를 연주하기도 했고, 소파에 앉아 준상이가 했던 것 처럼 전화기를 들고 ‘여보세요’를 외치며 상기된 표정을 짓기도 했다. 또 준상이가 사용했던 물컵으로 물을 담아 마시는 모습들이었다. 준상이가 잠을 잤던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딸과 함께 일본 미에현에서 왔다는 야마오카 노리코(여·68)씨는 “어쩌면 이렇게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똑 같냐”고 감탄하면서 관광객용으로 방안에 비치되어 있는 한복을 입고 기념촬영을 했다.
야마오카씨는 “20편으로 나뉘어 발행된 DVD전집을 구입해 7번째 보고있다”며 “스토리도 좋지만 음악도 너무 감미롭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야마오카씨의 딸인 시모즈 히사코(32)씨는 “이곳에 오니 욘사마(배용준님)의 체취가 느껴지는 것 같다”며 “후유소나(겨울연가)는 특히 설경이 인상적이다. 겨울에 다시 한번 오고 싶다”고 말했다.
시모즈씨의 친구인 다께유찌 미나코(32)씨는 “나는 욘상(배용준)도 좋아하지만 유진(최지우)도 너무 사랑스럽다”며 “유진이가 한 길가로 뛰어나가 버스를 세웠던 장면이 너무 귀여웠다”고 말했다.
춘천시청 관광과에 고용돼 지난 6월23일부터 이곳에 파견나와 있는 정영란(41)씨는 “하루 평균 300명 안팎이 몰려든다. 많을 때는 400명도 넘게 찾아온다”고 말했다.
정씨는 “내가 보기에는 비좁기만 하고 볼거리도 별로 없어 보이는데, 일본인들은 방안에 들어서면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감탄한다”며 “처음에는 다소 의아하기도 했는데, 자꾸 반복되다 보니 요즘은 이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도 매일 감격을 경험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을 인솔해 이곳에 들른 한진여행사의 가이드 문인영씨는 “혹시 일본인들이 이곳에 와 직접 보고는 실망하지 않느냐”고 묻자 “있는 그대로가, 꾸민 것이 없는 게 이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고 있다”며 “이곳이 중년층에게는 드라마 촬영장소였던 남이섬 보다 더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춘천시청은 이곳에 일본인 관광객들이 몰리자,한때는 이곳을 직접 사거나 전세를 얻어 관광지로 꾸밀 계획이었으나 집주인의 완강한 거부에 부딪쳐 별채만 임대해 관광지로 단장해 놓았다. 그리고 통역요원1명과 자원봉사자 2명을 상주시키고 있다.
또 이들이 자주 방문하는 명동번화가에 대한 청결작업에도 한결 더 신경을 쓰고, 전단지 5만장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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