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수많은 사례에서 충분히 알려진 것이지만 학교에서의 집단따돌림, 이른바 ‘왕따’는 학생들 간의 ‘지나치게 짓궂은 장난’을 훨씬 넘어선 범죄적 병폐현상이다. 집단따돌림을 당한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 전체가 외국으로 이민을 떠나는 등의 ‘마지막 선택’을 하는 피해 학생들에게 교실은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지옥일 뿐이다. 아울러 일상적으로 폭력을 저지르면서도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채 더 큰 범죄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 가해 학생들도 어떤 측면에선 또다른 피해자이다.
한동안 뜸한 것 같았던 집단따돌림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평소 급우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던 전북 전주 모 고교 ㅅ군이 살충제를 넣은 음료수를 가해 학생 두 명에게 권해 목에 상처를 입힌 끝에 경찰조사를 받고 있 다고 한다. ‘거사(擧事)’ 직후 자신도 음독하려 했다는 ㅅ군에게는 ‘살인미수’라는 죄목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 없다.
무엇보다 우리는 ㅅ군에 대한 선처를 당국에 간곡히 당부하고자 한다. 경위야 어쨌건 사람을 죽이려한 죄에 대해서는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겠지만 ‘말투가 어눌하고 행동이 굼뜨다’는 이유만으로 모진 시달림을 당한 끝에 성적도 급격하게 떨어진 데다 신경성 질환으로 병원치료까지 받았던 그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생각하면 의법 처리가 반드시 능사만은 아니라고 본다. 아직도 미성년자이자 배움의 도중에 있는 그에게 법과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어 학교와 가정으로 되돌아오게 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집단따돌림은 학교라는 폐쇄공간에서만 발생하는 독특한 현상이 아니라 가정, 직장 등 거의 모든 곳에 만연한 폭력적 풍토의 반영이라는 인식을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공유하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고 본다. 집단따돌림 문제는 학부모와 학교는 물론이거나 각계 각층이 머리를 맞대고 두 팔을 걷어야 해결책이 보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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