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추연 > 자유게시판 > 우리당, 헌재위헌판결 무서워 사학법 재개정 논의?

2005년 12월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통과됐지만 여진은 여전히 남아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장외투쟁으로부터 시작한 사학법 논란은 이제 한나라당과 일부 사학, 보수진영을 거쳐 마지막 종착지인 열린우리당에 도착한 듯하다.

비록 비대위 체제였지만 한 때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하기도 했던 당내 중진급 유재건 의원으로부터 ‘사학법 재개정의 필요성은 정부·여당도 인정하고 있다’란 발언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야흐로 열린우리당이 사학법 재개정에 나서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8월 31일 보수성향의 기독교단체인 기독교사회책임이 주최한 ‘유재건 의원 초청 목회자 간담회’에서 “기독교계의 사학법 재개정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사학법 재개정 목소리를 당에 전달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여당이 양보해달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당부에도 불구, “일점일획도 고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열린우리당 내부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여러 언론에서 당내 중도 성향의 몇몇 의원들을 거론하며 그들이 이미 사학법 재개정 움직임 파악에 나섰고 강경파인 열린우리당 소속 교육위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따라서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우리가 통과시킨 거의 유일한 개혁법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사학법 개정안에 과연 칼을 댈 수 있을 것인가, 또한 이미 시행에 들어간 사학법 개정안에 대한 다른 목소리가 왜 이제 와서 당내에서 흘러나오는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과 다른 사학법 재개정 목소리, 왜 지금인가?

열린우리당 내에서 사학법 재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는 사람은 유재건 의원과 전 상임중앙위원 출신인 김혁규 의원 정도다. 김 의원은 지난달 2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사학법 재개정과 민생법안간 뉴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사학법 재개정 불가방침을 여전히 천명하고 있는 상태다. 4일 당 비상대책위에서 김근태 의장은 “한나라당은 사학법과 다른 법안을 연계하겠다는 낡은 인식을 고쳐야 한다”며 민생법안과 사학법 재개정을 ‘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같이 표면적으로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위한 물밑작업 또는 준비절차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정말 여당 내, 특히 지도부에서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다. 한나라당과 사학법 재개정을 가지고 이른바 ‘딜’을 할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아킬레스건을 열린우리당이 갖고 있다는 것.

판결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헌법재판소의 사학법 개정안 위헌여부 판단과 11월에 예정된 2007년도 예산심사가 바로 그것이다.

당 지도부에 속해 있는 한 의원의 관계자는 “명색이 공당, 집권여당이 내놓는 법안이 연이어 위헌판결이 난다면 영 모양새가 안 난다”고 말하며 사학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 헌재가 일부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염려했다.

행정수도이전법과 신문법 등 참여정부 이후 추진했던 두 개의 중요 법안이 헌재로부터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상황에서 사학법 개정안이 또다시 문제가 발생한다면 집권여당의 입법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가할 수 있다.

11월에 예정된 2007년도 예산심사 역시 열린우리당의 고민거리가 된다. 한나라당이 과거 민생법안을 사학법에 연계해 투쟁할 때에는 “국민을 볼모로 내세운다”는 비판이 가능했지만 예산안은 조금 다르다.

작심하고 꼬투리를 잡으려면 얼마든지 잡아낼 수 있는 게 예산심사이고 또한 이런 부분이 국민들에게는 상당히 설득력있게 먹혀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안까지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준예산안을 편성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2007년에 새로 계획돼 있는 모든 사업은 ‘올스톱’된다. 국정운영을 책임지는 집권여당으로서 매우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 관계자는 오히려 “당 중진들이 (사학법 재개정에 관한) 얘기를 미리 해두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 전체가 목소리를 높여 사학법 재개정 반대를 외치기만 하면 실제로 한나라당과 협상테이블에 나갔을 때 물러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정봉주 “시간 지나면 해결, 왜 우리가 먼저 떠드나”

당내 사학법 재개정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에 가장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열린우리당 소속 국회 교육위원회 의원들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이 문제에 관해 교육위원들간 몇 차례 만남이 있었고 재개정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당 교육위 소속 의원의 한 측근은 기자와 만나 헌재의 위헌판결, 11월 예산심사 문제에 관해 “사학법으로 인한 (여야) 교착국면을 사학법으로 풀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한나라당이 걸고 넘어지면 부당한 요구들을 들어줘야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사학법 개정안 위헌판결 우려에 대해서도 판결이 나온 후에야 고민해야 할 것이지 미리부터 준비할 필요는 없다는 뜻을 이 측근은 밝혔다.

사학법 관련, 강경파로 알려진 교육위 소속 정봉주 열린우리당 의원은 “사학들을 거의 다 돌아봤는데 그들 모두 곧 (사학법 개정안에 맞춰) 정관을 고칠 예정이다. 다른 곳은 다 조용한데 오직 여의도에서만 그런 얘기를 떠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의 판결에 관련해서도 정 의원은 “한 개 조항 정도 헌법불합치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것은 없다”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우리가 먼저 사학법 재개정 문제를 떠들 필요가 없다. 10월 국정감사가 지난 후 11월에는 모든 사태가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서프라이즈가 5일 노웅래 열린우리당 공보부대표에게 확인한 결과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내면 당연히 논의는 할 수 있으며 (개방형 이사제 등 핵심내용이 아닌) 일부 조항에 대해 열린우리당 스스로 개정작업을 거치고 있는 수준”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나라당의 재개정 주장 또는 당내 일부 의원의 재검토 발언과 관계없이 기존 사학법을 보완하는 내용의 재개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예산심사 연계 가능성에 대해 노 부대표는 “야당이 12월 9일까지 반드시 예산안 심사를 마무리하겠다는 합의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느냐”라며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개방형이사제 조항을 두고 한나라당과의 충돌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 부대표는 “우리는 기존대로 개방형이사제에 대한 조항은 재개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충돌하면 충돌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백만석 ([email protected])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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