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연가투쟁 또 없어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연가투쟁을 했다. 2000년10월 사립학교법개정중단에서부터 벌써 열두 번째다. 단체의 이익을 위해 투쟁을 벌일 수는 있다. 그러나 전교조의 권익보호만을 위해 사회적 약속을 외면했다는 것은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로 보인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연가투쟁은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불법집단행동이며 참가자는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교조는 “연가투쟁은 교원노조법에서 허용하는 ‘단결권’활동의 일환으로 정당한 권리”라고 맞섰다.
그런데 법을 따지기 전에 민주시민으로서 일반적으로 상식화돼 있는 ‘권리는 책임과 의무를 동반한다’란 사회질서의식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 악’으로 여겨진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아무리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더라도 이것이 사회공인으로서 조직적으로 실행될 땐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전교조가 한국의 교육미래를 위해 존재한다면 우선 기본적으로 학생과의 약속은 지켜야 한다.
평일에 교단에서 학생과 약속한 시간에 정해진 과제를 지도해야 할 교사가 책임과 의무를 방관하고 자기권리만 찾겠다고 단체로 연가를 신청한 것이 과연 올바른 처사였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
어떨 땐 학생이 수업시간에 지각했다고 벌을 주고 심지어 회초리까지 집어 들었던 교사도 있었다.
만약 이런 교사가 전교조활동을 한답시고 자신의 권익을 우선하여 학생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럼 내 팽개쳐 버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선 이러한 조그만 일도 확대해석을 할 수가 있다. 이런 사소한 오해로 인해 지금 전교조가 부르짖고 있는 ‘참교육 운동’이 허구가 안 되길 바란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짊어지고 나가야될 스승은 제자를 위해 희생과 봉사정신으로 가르침에 임해야 한다.
이런 희생과 봉사정신은 간 곳이 없고 오로지 자기이익만을 위해서 학생과의 약속을 저버린 일부 스승의 행동을 어린 학생들은 이해가 잘 안되리라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학생들에게 참된 삶의 자세를 보여줘야 하는 게 사도일 것이다. 잘못되면 학교가 학생의 배움의 터전이 아닌 교사의 생존의 터전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이 교육현장에서 현실화될까 심히 염려스럽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법률은 질서이다. 따라서 좋은 법은 좋은 질서이다”라고 했다. 간단한 말이지만 현대에서도 지극히 타당한 말이다. 질서는 약속이행으로부터 시작된다.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질서는 없어지는 것이다. 교사가 학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은 질서를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교조는 연가투쟁을 합법적인 권리로 여기고 법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면으로 보면 전교조가 학생과의 약속을 연가로 바꾸어 학사일정의 혼란을 초래하면서 교원노조법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디를 봐도 어불성설이다.
전교조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이익을 추구하는 방법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전교조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져야한다.
전교조 투쟁 시기선택에서 학생학습의 피해를 불사하면서까지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고의적인 의도가 담기듯 한 연가투쟁결정을 했다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
먼저 법을 따지기 전에 스스로 양심부터 들춰봐야 할 것 같다.
앞으로 교육부와 일선 학교책임자는 이런 사회질서를 혼란스럽게 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
[서울일보 김영국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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