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朴 대표 ''국보법 손질'' 적절한가
여야의 국가보안법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어제 상임운영위에서 국보법 2조의 정부참칭 조항 삭제와 함께 법안 명칭 변경 가능성을 언급하자 열린우리당측이 이를 크게 환영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정치권이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고 하니 일단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박 대표의 입장 변화에 따른 국보법 협상국면에 대해 몇 가지 의문과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참칭 조항을 삭제하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보는 법적 근거가 없어지는데도 과연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체제 수호와 함께 국가안보의 틀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그런 국보법으로 ‘친북·좌경세력’의 발호와 준동을 막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보법 명칭 변경이 특별법이나 대체입법에 근접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과연 그렇게 유명무실한 내용으로 ‘국체(國體)·국기(國基) 수호’의 상징성을 지킬 수 있을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국보법 아닌 다른 이름의 법으로 체제수호와 국가안보에 대한 국민적 일체감을 제대로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인 것이다. 물론 국보법 논란의 돌파구는 마련돼야 한다. 문제는 협상의 조건과 내용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보법 폐지 발언을 ‘변경불가’의 전제조건으로 삼아선 안 된다. 인권 침해 소지는 개선하되 국가안보만은 튼튼하게 보장하는 방향에서 대화와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부참칭 조항 삭제와 명칭변경 문제를 다루겠다면 북한 정권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를 먼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보법이 지니고 있는 체제수호와 국가안보의 본질적 내용까지 무력화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세계일보, 2004년 10월 25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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