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정권이 민간부문 전기 공급을 중단해서라도 군수품 생산을 위한 전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인권단체 ‘좋은벗들’은 최근 “북한당국이 민수부문 전기를 모두 차단하는 일이 있어도, 군수품 생산에 필요한 전기를 무조건 보장해야 한다는 ‘지시문’을 하달했다”고 소식지를 통해 밝혔다.
軍需用 몰래 쓰면 엄중 처벌
소식지는 당 중앙위원회 비서국이 ‘어떠한 일이 있어도 군수 생산과 관련된 일용 직장에 필요한 전기를 무조건 보장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당 지시문을 2월 초순에 열린 전국 각 도·시·군당 책임비서 연석회의에서 전달했다고 전했다.
북한의 각 도·시·군에 있는 송·배전부는 당의 관할 하에 있다 보니 간부들이 개인적으로 빼돌리거나 다른 민수부문에 급한 대로 돌려쓰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뇌물을 받고 간부나 회갑집이나 잔칫집에 군수용 전력을 몰래 공급해주다가 적발되면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군수용 전기를 훔치는 행위, 불평불만을 내비치는 행위를 하는 자는 역적으로 취급할 것을 지시했다.
전기를 끌어 쓸 엄두를 못내는 일반 주민들은 아예 전기 구경을 못한다. 일반 주민들은 하루 종일 밖에서 일하고 돌아오면 등잔불 밑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그 기름마저 아까워 컴컴한 방에 누워 일찍 잠에 든다.
우상화 시설 최우선 공급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에너지 소비구조는 산업용이 70.3%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가정용은 15.4%, 공공용 10.9%, 수송용은 3.0%에 불과한 실정이다. 가정용 에너지 소비량이 극히 낮은 것은 북한당국이 산업 분야 특히 군수산업에 우선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한다는 군사제일주의 노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전력공급망은 크게 군수, 권력기관, 민수산업, 주민용으로 나뉘어 있다.
가장 먼저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관련 시설에 우선 공급된다. 북한 전역에 있는 초대소 등 김정일과 관련된 특수 시설들에 들어가는 전기량 또한 적지 않다. 주민들에 대한 전기 공급은 완전히 차단하면서도 김정일, 김일성 동상과 같은 시설물들은 밤이면 환하게 밝혀져 있다.
그 다음으로 공급되는 것이 군수공장과 권력기관이다. 곳곳에 지하공장과 군사기지가 있어 이를 유지하는 데에도 엄청난 전기가 소비된다. 또 지하 공장시설의 부식을 막기 위해 통·방습장치는 필수여서 이를 위해 엄청난 에너지가 투입된다.
군수공장 외에도 기간산업체들 가운데 별도의 군수공장을 두고 있는 곳도 많다. 공장들에 있는 일용직장(군수직장)은 전기도 군수용을 받아쓰고 있으며 식량도 군부에서 공급받는다. 공장 전체가 전기 공급이 중단되어도 여기만은 전기가 공급되고 생산이 보장된다.
박민철 기자 pmc3101@
미래한국 2007-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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