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션코리아] 4.29 재보선이 한나라당 0-6 참패로 마무리 되었다. 그런데 이번 재보선은 지난 노무현 정권 실패를 가져온 한 재보선을 생각나게 한다. 바로 5년 전 2004년 6월 지방 재보궐선거다.

2002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는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주류세력인 새천년민주당 호남세력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리고 이 같은 권력자의 뜻을 읽은 친노 386들을 주력으로 한 세력들은 대통령 취임 후 6개월 여 후에 민주당 분당을 감행한 뒤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이후 당시 범여권 지지기반이던 김대중계 호남세력과 노무현계 영남세력 및 친노386은 분화되었고 노무현 대통령 지지기반은 소수세력으로 축소되어 갔다.

권력 핵심부는 이런 밑바닥 민심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오만하게 권력을 운용했다. 그 결과 같은 편이었던 민주당 세력을 적으로 만들어 권력탈환에 실패하고 와신상담하던 한나라당 세력과 연합할 수 있는 구도까지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끝내 이들에게 탄핵소추를 당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만 해도 민심은 새롭게 출범한 노무현 대통령 편이었다. 총선을 앞둔 2004년 봄 탄핵반대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그해 4월 15일,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반대 바람을 타고 승승장구 끝에 원내 151석을 획득하는 대승을 거둔다.

하지만 바로 총선 두 달 후 치러진 지방 재보궐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경남지사와 전남지사 자리를 빼앗기는 등 참패했다. 민심이 권력의 오만을 경계한 것이다.

그래도 열린당은 이런 민심을 읽지 못했다. 그래서 그해 내내 국가보안법 사학법 과거사법 노동관계법 등 4대 개혁입법 개폐를 밀어부치다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그 결과가 정권 내내 44-0이라는 역사적으로 전무후무할 선거 패배 실적을 남긴 것도 모지라 마지막으로 직선제 대통령 선거 사상 전무후무할 기록인 1등과 530만표 차이 패배기록까지 남기며 퇴장했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후보는 역사적 대승 기록을 남기며 당선되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자기편을 적으로 돌리며 권력 내에 자파심기를 주력했듯이 이명박 권력도 전혀 다르지 않다.

당선 후 4개월 여 남짓, 취임 1개월 보름만에 치러진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을 통해 과다한 자파심기를 시도하다 오랜 보수세력 지지기반인 박정희 세력과 각을 진 것이다.

비록 자신과 치열한 경선을 했던 상대이기는 하나 박근혜라는 정치인이 갖는 위상은 그냥 정치 지도자 정도가 아니다. 한국 보수세력의 심장이라 할 박정희 대행이라고 불려도 무방할 힘이 그에게는 있다. 그 힘 때문에 '차떼기 정당'이라는 도덕적 파탄을 당한 한나라당을 이끌고 여의도 난장에 천막을 치면서 새롭게 시작했어도 원내 121석이라는 거대한 정당으로 살려낼 수 있었다.

그런 현실적 힘을 가진 박근혜이기에 비록 대통령 후보직 경선에서 패했어도 그는 패배자가 아니었다. 때문에 새로운 권력이 박근혜를 배제하고 자파세력 일변도로 당을 탈바꿈시키려 한 것을 국민들은 용납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적나라하게 나타난 것이 지난 해 총선이다. 이 총선에서 민심은 오만한 권력자들인 한나라당 친이계가 자신있게 휘두른 공천 칼날을 무딘 칼날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도 이를 깨닫지 못한 이들 권력자들은 이번 재선거가 치러질 경주에 또다시 정종복이란 필패 카드를 내밀었다. 그래서 민심은 다시 한번 냉정하게 그 카드를 버렸다. 경주 정종복 패배는 정종복의 개인의 패배가 아니다. 민심을 읽지 못한 오만한 권력자들의 패배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부평도 패하고 울산도 패했다. 그들이 경주에 정종복을 공천하는 순간 부평이나 울산, 그리고 시흥에 어떤 후보를 내세워도 민심을 돌릴 수 없었다.

경주에 다시 정종복을 공천했다는 것은 민심의 거부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권력의 오만함이다. 이를 읽은 국민들은 부평이나 울산, 시흥에 누구를 내세워도 지지할 수 없다. 그들을 지지하는 순간 어민한 권력도 인정한다는 것이기 때문에....이를 모르는 것은 오만한 권력자들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졌다. 그것도 처절하게...

그래도 권력자들이 이 같은 민심을 읽지 못하면 이들 또한 지난 노무현 정권의 44-0패배라는 처절한 실패를 답습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은 말한다. "이번 선거는 지역선거이므로 별 의미가 없다"고...또 그들은 말한다 "이번 선거 때문에 당 지도부 개편도 없다"고...권력의 오만을 한껏 자랑하고 있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이 완패한 4·29재보선 결과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재보선 결과와 관련한 공식 논평은 없다"고 말했으며, 대통령도 결과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않았다는 언론들의 보도는 어쩌면 그렇게 5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청와대와 같은지 오래 된 전축판을 틀어놓고 듣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민심이 나타난 선거결과를 도외시하는 정권은 그 끝이 허망하다는 것을 그들은 모르고 있을까? 지금 노무현을 보면서도 깨닫지 못할까? 우리는 그것이 궁금하다. / 임두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