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말은 DJ가 엿듣는다.
도청의 의미
국정원은 대통령의 사설기구 역할을 자임해 왔고, 국정원장과 주요간부 및 핵심 직책들을 심복들로 채웠다. 이런 인물들이 오늘날의 발달된 도청과학이 허하는 범위 내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조직적인 전방위 도청을 실시하였다,
도청이란 무엇인가? 남의 부부 침실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나 엿들으면서 즐기라고 하는 것이 아니다. 도청은 통제와 탄압을 위한 염탐행위다. 도청 그 자체도 용서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도청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도청의 목표는 탄압인 것이다. 따라서 도청을 당한 사람은 기분 나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탄압을 받은 사람들이며, 국가를 상대로 하여 소송을 한다면 탄압에 대한 보상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탄압의 양은 객관적으로 측정될 수 없지만 도청의 양이 곧 탄압과 비례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식은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필자의 경우, 2000년 10월부터 2001년 3월까지 강연장소와 시간에 대한 약속 통화를 집중 도청했다고 한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필자에게 쇄도했던 대기업-정부부처-사회단체 등에 예약됐던 강연이 왜 일괄 취소됐고, 그 후로부터는 일체 강연요청이 없어졌는지 그 이유가 이해된다.
필자는 당시 1년에 1억원의 강연료 수입을 올린다고 신문에까지 날 정도로 호황(?)을 누렸다. 그런데 2000년 말경부터 아시아나 항공 등 대기업들과 약속한 강연들이 모두다 일제히 끊겼다. 그 후부터는 대기업들로부터 일체의 강연요청이 없었다. 방송과 신문칼럼도 일제히 끊겼다. 2001년1월, 국정원이 정보통신윤리위원화를 통해 시스템클럽 홈페이지를 무단 폐쇄했다.
도청, 탄압 목적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도청을 하겠는가?
대통령이 도청사실 몰랐다는 건 세기의 거짓말
우선 1997년10월8일 관훈토론에서 김대중이 한 말을 복습해 보자.
"저는 일생에 거짓말 한 일이 없습니다. 저는 거짓말한 일이 없어요. 이것은 약속을 못 지킨 것이지 거짓말 한 것은 아닙니다. 거짓말 한 것하고 약속했다가 못 지킨 것하고는 다릅니다."
김대중은 이번 검찰 조사를 “무도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고, 사실이 아닌 것을 억지로 만든 것"이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노벨평화상과 인권대통령, 민주화의 보스라는 화려한 이미지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발악으로 보인다.
김대중이 모른다 할 수 없는 이유: 논리
1) 국정원 예산은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주요 사업 역시 대통령의 재가를 받는다. 도청사업이 대통령 재가를 벗어날 리 없다.
2) 이제까지 언론에는 도청논쟁이 끊임없이 등장했고, 폭로내용은 10대 뉴스를 장식할 만큼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이를 대통령이 모를 리 없다. 이 때 대통령이라면 도청의 진위를 국정원에 확인했을 것이며 감히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3) 국정원장은 정보의 질을 가지고 대통령에게 낯을 세운다. 국정원이 획득하는 정보 중 대통령의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정보는 도청정보다.
4) 김대중은 자기가 자랑하듯 전 정권들로부터 가장 심한 도청을 받아 온 사람이며, 취조를 받을 때, 특히 군사정권시의 정보원은 “당신 이런 통화 했잖아”하고 윽박질렀을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김대중 만큼은 보고받는 정보가 도청에 의한 것인지 아닌지를 즉시 감별할 수 있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최규선이나 가족관계 등에 관하여 대통령에게 보고할만한 월척첩보를 캐내려면 도청이나 미행 수단을 거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5) 개인에 관한 활동정보를 얻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도청이고 다른 하나는 미행이다. 장기간에 통해 24시간 미행할 수는 없다. 미행을 하려 해도 도청을 거쳐야만 한다. 또한 미행한다고 해서 정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5) 개인 활동에 관한 첩보는 99.9% 도청 첩보이고 1%는 미행 첩보일 것이다. 국정원이나 기타 정보기관에 근무하던 사람치고 이를 모를 사람 없을 것이다.
김대중이 모른다 할 수 없는 이유: 언론보도
“김은성(구속중) 전 국정원 2차장은 11. 14일, 첫 공판에서 ‘2000년 6월 최규선씨가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보좌관으로 호가호위를 한다는 ‘별보(別報)’를 작성했으며 이를 임 전 원장이 DJ에게 보고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와 어울리며 이권에 개입한 최규선씨의 금전과 여성문제까지 도청해 보고했다.”
“도청 정보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장남 김홍일 의원과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국정원의 도청이 임씨 재임기간엔 무작위·대량으로, 신씨 재임기간엔 체계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핵심 참모였던 이들이 ‘도청을 근절하라’는 김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이렇게 철저히 무시한 배경엔 결국 권력 핵심과의 묵계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결국 이들 ‘윗선’ 보고라인은 청와대란 점에서 김 전 대통령과 보고에 배석했던 청와대 핵심인사들이 도청정보인지를 알았는지의 규명은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이미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특별보좌관이었던 최규선씨에 대해 도청을 통해 얻은 내사 정보를 임씨가 ‘별보’ 형태로 김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정황을 포착한 바 있다. ‘별보’란 대통령 측근이나 통치권 차원의 민감한 내용일 경우 국정원의 정식 지휘계통을 거치지 않고 직보하는 것이다. 검찰은 또 김영일, 이부영 전 의원이 2002년 폭로한 도청문건이 실제 도청자료인 것을 확인했다. 따라서 조만간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를 통해 유출경위 등을 수사할 방침이다.”
“전직 대통령의 통화를 엿듣는가 하면 대통령의 친인척과 여야 정치인, 고위 공직자, 재계·언론계 등 사회지도층 인사 1800명의 전화번호를 입력해 들었다”
“금전·여자 문제까지 무차별로 캐냈다”
“검찰이 임동원, 신건 전 국정원장의 구속영장에서 밝힌 국정원 도청 사례를 보면, 그 대상에는 대통령 친인척에서부터 정치인 경제인 고위공직자 언론인 등 각계 인사가 총 망라돼 있다. 전직 대통령마저 도청 대상이 됐다. 피아(彼我)의 구분도 없었다. 말 그대로 ‘무차별 도청’이다. 하지만 드러난 사례들은 검찰이 증거를 확보한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2000년 정몽헌(2003년 사망) 현대아산 회장
현대 고위 관계자들(현대그룹 ‘왕자의 난’),
의사ㆍ약사협회 간부(의약분업 사태),
김대중 대통령의 처조카 이형택씨(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진승현 게이트),
한나라당 강삼재 의원(안풍사건),
2000~2001년 대통령 아들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각종 이권에 개입한 최규선씨(최규선 게이트),
한나라당 폭로 내용과 유사 2002년 11~12월 한나라당 김영일, 이부영 의원 등이 폭로한 내용과 유사한 것들도 있다.
당시 김영일 의원 등은 “국정원 도청 문건”이라며 30여건의 사례를 공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2002년 박준영씨의 취업 알선,
한나라당 의원과 일간지 기자의 통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한 민주당 이인제 고문의 통화 내용 등은 이번에 검찰이 밝힌 도청 내용과 흡사하다. 김영일 의원 등이 국정원 내부 직원을 통해 확보한 실제 도청 자료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출처: 시스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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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번호 사전입력 ‘24시간 도청’
15일 검찰이 임동원·신건 전 국정원장을 상대로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국정원이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상대로 도청을 했는지 비교적 상세하게 드러나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비롯해 여야 정치인·언론인 등 1,800명의 휴대전화를 사전 입력해놓고 24시간 상시 도청했다는 충격적 사실도 밝혀졌다.
◇어떻게 도청했나=휴대폰의 유선전화 전달구간을 감청하는 R2 6세트를 개발, 이를 주로 이용했다. 전화국의 유선중계통신망 회선을 별도로 분리한 다음 R2를 연결시켜 실시간 감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이 회선을 오가는 모든 통화를 무작위로 감청하다가 주요 감청대상 1,800여명의 휴대전화번호를 입력해 이들 번호에서 통화하는 내용을 용이하게 포착하는 수법을 썼다. 보통 전화통화가 시작되면 R2 모니터에 파란색으로 표시가 되지만 미리 입력한 번호에서 통화가 되면 빨간색으로 나타나게 했다. 도청팀 32명은 3교대로 24시간 감청했으며, 1,800명을 포함해 하루 평균 수십명의 전화를 실제 감청한 후 그중 14~16건을 국정원장과 국내담당 차장에게 하루 2차례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누굴 도청했나=상시도청 대상자 1,800명 외에 주요 정치·사회적 현안이 있으면 이들이 누구와 무슨 통화를 하는지 국정원에서 어김없이 도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전원장의 재직기간(2001·3~2003·4) 중에는 ▲안동수 법무장관 임명과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들이 ‘인사시스템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내용 ▲한나라당 박종웅 의원과 김모씨간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한 항의단식 농성’ ▲고위공직자 박모씨의 ‘취업알선’ ▲한나라당 김모 의원과 중앙일보 기자간 ‘이회창 총재 당내 인적쇄신 요청’ ▲민주당 이모 고문과 전모 의원간 ‘민주당 경선’ ▲한나라당 관계자와 하순봉 의원간 ‘한나라당과 자민련 합당’에 관한 전화도청이 이뤄졌다는 것이 영장에 적시됐다.
임전원장은 재직시(1999·12~2001·3) 특정사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했다. 2000년 총선에서 이모·권모·배모·조모 등 총선후보들의 선거관련 첩보와 대통령을 비판한 한국논단 이도형 사장의 도청을 독려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또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고 다닌 군사평론가 지만원씨에 대해 “집중적으로 첩보를 수집하라”고 지시해 지씨의 강연회 일정에 대한 통화내용을 수차례 도청했다.
2000년말부터 2001년초까지는 정부의 대북지원 정책과 관련해 관심을 표명, 정보취득을 지시하자 박재규 통일부 장관과 통일부 간부들이 대북지원에 대해 어떤 말을 나누는지 전화통화를 도청하기도 했다.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심기경호’도 나섰다. 3남 김홍걸씨를 내세워 각종 이권에 개입한 최규선씨에 대해 내사를 지시했으며 김전대통령의 인척인 이모씨 등의 행동이 문제가 되자 이들의 대화내용도 엿들었다.
현대그룹 유동성 위기와 형제의 난, 현대아산 대북사업과 의·약분업 사태시 의협과 약사협회 간부들의 통화내용 도청도 이 시기에 이뤄졌다.
조현철·선근형기자
경향신문 2005년 1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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