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교계는 심각한데 웃고 다니는 교육부
이종서 교육인적자원부 차관과 그 일행이 지난 28일 한기총을 방문해 박종순 대표회장을 비롯한 한기총 중직들과 사학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교육부는 그동안 한번도 찾지 않았던 한기총에 가볍게 인사한다는 취지로 방문했지만 사학법 재개정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던 한기총과의 만남이 명랑한 분위기로 진행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다.
박종순 대표회장은 “개정 사학법대로 한다면 기독 사학들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절박함을 설명한 후 “한국교회가 모든 힘을 다해 이를 막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에 이종서 차관은 개정 사학법 중 개방형 이사제에 대해 “다양한 구성원이 학교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양측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려 시종 무거운 분위기가 계속됐다. 그러나 이날 대화를 더욱 무겁게 했던 것은 한국 기독교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인 예의조차 갖추지 않는 교육부의 태도였다. 이날 교육부 차관과 동행한 한 관계자는 대화가 진행되고 있던 대표회장실을 몇 차례나 들락거렸다. 회의실을 왔다갔다 한 것도 모자라 미소까지 띠고 한기총을 돌아다닌 것이 문제가 됐다. 미소짓는 것이 뭐가 나쁘겠냐마는 분위기도 심각한 회의 자리에서 국가 정책을 수행한다는 공무원이 가볍고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급기야 최희범 총무는 “기독교계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실실 웃고 돌아 다녀선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급한 용무야 있었겠지만 이날 한기총의 지적을 일방적으로 무시하는 교육부의 태도를 볼 때, 이 관계자의 행동은 교육부가 한국교회를 대하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설명해 준다. 이날 교육부는 사학법에 대한 우려를 근거도 없이 무조건 일축하기만 했다. 예를 들어 한기총 관계자들이 경인여대와 고신대가 임시이사 때문에 겪은 고초를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 사학 중 몇군데를 시범적으로 개정 사학법에 맞춰 운영해 보라”는 딴소리를 했다.
이날 교육부의 가장 큰 관심은 9월 2일 개최될 비상구국기도회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사학법 때문에 이번 집회를 여는 것으로 아는데 강경한 목소리를 조금만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면담에 임하는 교육부의 태도를 볼 때 한기총이 이런 부탁을 고려할 가능성은 제로다.
[크리스천 투데이 김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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