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178/ 내 눈에 비친 시국/지만원
名文 /178/ 내 눈에 비친 時局/池萬元
***
아래 글은
www.systemclub.co.kr
의
‘최근 글’에 실린 것입니다.
왜 명문인가는 읽어 보시면 압니다.
특히 박근혜님과 그 주변 사람들이 읽어 보기를 바랍니다.
이런 수준의 글은 결코 아무나 쓸 수 없다고 봅니다.
***
문단 나누기는 전태수가 조절했음. ***
080611물0904+0949
나두 전 태수 밝힘
내 눈에 비친 시국
지만원
쿠데타를 하거나 타국을 점령하거나 평화적으로 정권을 잡거나, 가장 먼저 장악하고 싶어 하는 것은 방송이다. 이명박 이전의 정치권력들은 방송을 장악하는데 대체적으로 성공했다. 아마도 이명박 대통령 역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최시중을 방송통신윤리위원장으로 앉힌 것도 그러한 뜻의 일환일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시간이 충분히 있었다면 현 정권 역시 방송매체를 장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전에 대통령이 너무 일찍 사고를 쳤다. 상대방에게 기술을 걸기 전에 스스로 실수를 저질러, 힘도 써보기 전에 그만 안짱다리 기술에 걸리고 만 것이다. 이로부터의 전투는 대통령을 살려주면 내가 죽게 된다는 싸움인 것이다.
그래서 저들은 죽기살기로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나섰고, 날이 갈수록 날을 더 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권력으로 해결할 일은 절대 아니다.
이런 입장에 있는 세력은 방송세력뿐만 아니라 수많은 공공노조세력들도 있다. 정부가 공공개혁을 추진할 것이기 때문에 이들 노조는 대통령을 무너트리지 않는다면 자기들이 무너질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이렇게 적이 많이 생기는 개혁을 하려면 지지 세력이 확실해야 하고 적대적인 방송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지지세력을 확보하려고는 하지 않고 공연히 비생산적인 운하사업에 집착함으로써 불필요한 적을 또 많이 만들어 냈다. 대통령을 무너트리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는 세력, 대통령이 싫다고 생각하는 세력이 그만큼 더 늘어난 것이다. 저항을 극복하면서 개혁을 하려면 지지세력과 방송이 있어야 하는데 그 모두가 사실상 없는 것이다.
그 나마의 지지세력도 쇠고기에 실수를 저지른 대통령, 운하를 강행하려는 대통령을 위해 섣불리 나서서 대통령과 함께 침몰하려 하지 않는다. 이렇게 볼 때 오늘 6월10일, 오후 3시부터 시청 앞에서 대통령을 지지하는 행사를 하는 인사들은 참으로 대통령을 사랑하는 소수일 것이다.
하지만 저들은 대통령에 건 안짱다리를 결코 풀어주지 않으면서 급기야는 넘어트려 항복을 받아내려 할 것이다. 총리 이하 내각 전체가 사표를 제출하고 청와대 비서진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지경이 됐지만 이로써 물러날 저들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저들은 자기들의 힘을 확인하면서 더욱 용기를 낼 것이다.
촛불을 들고 모인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수한 열정으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불순세력이 끼어 있다. 하나는 쇠파이프를 들고 촛불의 모임을 왜곡시키는 사람들이다. 이번(6.9)에 검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3명은 세상에 대한 불만을 이 기회를 통해 분출하려던 사람들이다. 노숙자 및 일용건설노동자가 그렇고 생수를 배달하는 노동자가 그렇다. 이런 사람들은 촛불집회의 이단자들이다.
또 다른 불순세력은 이념세력이다. 촛불집회에는 늘 그들의 얼굴이 보이고, 방송에서도 그들의 얼굴이 보인다. 소수의 이념세력이 다수의 순수한 모임을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불순세력이 있다 해도 촛불집회 전체를 나쁜 존재로 매도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탈출구가 없어 보이는 코너에서 나온 하나의 대안이 박근혜 총리론이다. 그러나 지금의 시국은 성격상 박근혜가 나간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닐 것 같다. 한승수씨의 경우에는 총리로 있으면서도 대통령에 가는 화살을 대신 맞지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는 다르다. 박근혜가 총리가 되면 대통령이 맞을 화살을 대신 맞게 된다. 결국 박근혜 총리는 그 화살을 맞고 무너질 것이다. 그렇다고 그 희생이 대통령을 살릴 것 같지는 않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동시에 무너지면 보수 사회에는 일대 패닉현상이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으로서는 대통령의 코페르니쿠스적 발상 전환과 무아론적 결단만이 유일한 해결책인 것이다. 이 세상에 문제 있는 곳엔 반드시 해결책이 있다. 하지만 해결의 지혜는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다. 원로에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며 성직자에게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대통령은 빨리 그런 사람들을 찾아 도움을 청해야 한다. “쇠고기에 문제없다. 촛불 뒤에는 배후세력이 있다. 공권력을 확실히 세워라”는 식의 조언은 대통령을 살리는 조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2008.6.10.
668965
작성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