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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 정보의 불확실성과 통일전략
[2008-10-13 09:57:54]

북한 내부 정보의 불확실성과 그에 대응한 통일전략

지금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면서 김정일의 오랜 도박이 일견 김정일의 페이스로 일단락을 짓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김정일의 진짜 실력은 지금부터 시험받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모든 것을 미국 탓으로 돌릴 수 있었고 미국에 대한 적개심으로 무마할 수 있었겠지만 이제 그 장애물의 일부가 제거 되었으니 적개심이 아니라 진짜 실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무대가 펼쳐진 까닭이다.

그런데 그 새로 마련된 무대에서 연기를 해야 할 주연 배우에게 뭔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생긴 것 같다. 김정일은 지난 8월 14일 이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설도 있고 이미 사망하였다는 주장도 있다. 그가 군부대를 방문하였다는 사진은 지난 7-8월 경에 찍을 것이라고 의심받고 있다. 그렇다면 그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으며 북한에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김정일의 잠적을 두고 한국 정보기관에서는 그럴 듯한 정보를 흘렸다. 지나치게 세세한 정보를 흘려 오히려 적이 흘린 거짓 정보에 속은 것은 아닌지 우리를 의심케 했다. 그래서 김정일의 잠적은 미국과의 게임을 위한 전략적 술수일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러던 중 미국과 핵검증 문제가 타결되고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되는 순간에 김정일의 군부대 방문 사진이 북한 방송에서 나왔다. 일견 상식에 맞지 않는 이런 모든 퍼즐을 어떻게 맞춰야 할 것인가?

우리의 상식에 맞지 않는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김정일의 신상에 뭔가 중대한 변화가 있는 것 같다. 그가 미북합의와 때를 맞춰 군부대를 시찰할 정도로 단순히 그리고 의도적으로 잠적한 것 같지는 않다.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분명 김정일의 신상에 뭔가 변화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핵폐기 절차를 번복하거나 힐 차관보를 평양으로 불러 미국과 핵검증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을 보면 김정일 이외에 그런 중대한 일을 지휘할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또는 만약에 일부의 추측처럼 김정일이 이미 사망하였다면 내부적으로 이미 권력승계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여간 우리는 언론에 공개되는 정보밖에 접할 수가 없으니 그 범위 내에서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보기관이라고 하여 결정적으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의 정보에 민감하지 않은, 원칙에 입각한 전략을 세우고 의지를 가지고 그대로 실천하기를 원한다.

김정일은 오늘 죽든 내일 죽든 언젠가는 자연수명을 다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북한에 권력승계가 일어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비연속성이 중요한 변수가 될 수도 있고 그런 가운데서도 변함 없는 연속성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주도권을 쥐고 북한을 흡수통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도 우리는 한국에서 탈북자들이 날려 보내는 풍선의 삐라가 김정일 체제의 위협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북한 동포가 진실을 아는 것이 체제의 위협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우리는 김정일의 약점을 분명하게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북한으로 풍선을 계속 날려보내야 한다.

그리고 김정일이 생존해 있고 통제력이 살아있는 경우와 건강이 이상이 생겨 통제력에 상당한 구멍이 생긴 경우 그리고 김정일이 사망하여 권력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으로 승계된 경우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경우에 맞춰 통일 전략을 수립하고 끈질기게 추진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 중국식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 전략이 아니다. 김정일이 중국식 개방을 할 것 같았다면 벌써 오래 전에 단행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중국식 개방은 곧 자신의 권력기반 상실로 이어질 것을 알고 있고 또 그것을 염려하기 때문에 중국식 개방을 피해온 것이다. 사실 북한은 중국과 달라 수령절대주의체제다. 따라서 김정일이 중국식 개방을 할 이유나 가망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대신 우리는 북한 민주화 전략을 추진하여야 한다. 북한 동포에게 자유세계의 소식을 전하고 자각하게 하여 김정일 체제를 무너뜨릴 역량을 키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지배계층에 대한 공작을 통하여 북한의 권력층이 한국에 호감을 가지고 한국과 통합하기를 희망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리고 김정일 사후 북한에서 급변사태가 조성되도록 공작하는 것도 하나의 중요한 통일전략이다. 한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조성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급변사태 조성이 안 될 경우 우리는 권력승계 단계에서 새로운 집권층에 대해 민주화를 조건으로 또는 친한 정책을 조건으로 대대적인 경제지원을 할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진행과정을 보면 북한과 관련하여 미국과 한국의 이익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우리는 깨닫게 되었다. 따라서 무조건 한미동맹을 과거로 되돌릴 생각만 하지 말고 한국이 필요할 경우 통일과 관련하여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면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할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의 두 반역정권을 거치면서 한미동맹이 많이 변질된 것도 사실이다. 어떤 변질은 절대로 원상회복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는 북한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또는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모른다. 따라서 북한의 정보에 민감한 정책이나 전략은 수정하여 북한의 상황변화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김정일의 생사에 따라 다른 것으로 전환하여야 하는 전략보다는 김정일의 생사와 무관하게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그것은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북한 민주화 전략을 추진하며 북한을 친한 사회로 만들어 북한이 스스로 한국과 통합하기를 원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정창인 독립신문 주필]http://blog.chosun.com/cchun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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