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 민주화포럼 이동복 상임대표가 공개한 KAL 858기 폭파범 '김현희로부터의 편지'는 아직도 남북대결 양상이 치열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그런데 이 사건의 중심에는 남북 정보기관이 자리잡고 있었다.좌편향 정권의 햇볕정책이 만들어낸 서글픈 남북한의 자화상이었다.

처음 중앙정보부로 시작해 안전기획부를 거쳐 현재의 국정원까지 이 조직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결코 따사롭지 않다.그러나 굴곡의 현대사,그것도 남북분단이라는 환경속에서 정보기관은 어쩌면 숙명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이런 가운데 국정원을 선진화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첫번째 주장은 국가정보원법의 개정이다.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이 지난 6일 여야 의원 62명(친박연대와 무소속)의 서명을 받아 국가정보원법의 개정을 대표발의했다.그러자 당장 민주노총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창조한국당 등의 지원을 받아 18일 국회 계단에서 국정원법 개정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고 민주당 공안탄압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최고위원도 이 자리에 참석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선 가장 논란이 되고있는 점을 살펴보면 정책정보부분이라 할 수있다.현행 국정원법은 정보 수집·작성·배포 활동의 범위를 '국외정보와 국내 보안정보'로 규정하고 있고 '국내 보안정보'도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 및 국제범죄조직과 관련된 것으로 제한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안전보장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정책정보), '국가 또는 국민에 대한 중대한 재난과 위기를 예방·관리하는데 필요한 정보',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산업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정보'로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새롭게 추가된 '산업기술유출에 대한 보안정보' 부분은 여야간에 논란의 소지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국가안보 및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정책의 수립에 필요한 정보' 부분, 이른 바 '정책정보' 대목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쪽에선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과 부당한 정치사찰, 야당에 대한 정치탄압 등으로 남용될 소지가 크다고 여기기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원은 "각국 정보기관들은 점차 확장되고 있는 국가안보 환경에서 요구되는 정보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에서 명백하게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한을 두지 않고 정보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국가별로 현실에 맞게 전방위적인 정보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내용을 뜯어보면 반대할 게 없다고도 했다. '정치사찰' '정치탄압' 우려에 대해서도 "세월도 변했지만 제도적으로도 절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그걸 잘 몰라서 그렇지 오히려 국정원 활동이 위축돼 일을 못할 지경"이라고도 했다.

이러한 논란에대해 한나라당 최병국 국회 정보위원장은 “그것을 잘못 해석하면 국정원이 과거와 같이 업무 확장을 해 공안 업무를 확대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건데 그런 것이 아니”라며 “과거에는 법에 없는 업무를 무소불위로 해서 문제가 생겼지만 요새는 그런 공무원들이 없다”며 시대 변화를 강조, 옹호 입장을 밝혔다.

한편 현행 국정원법은 지난 63년에 만들어진 법률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45년이 지난 오늘날의 다양화된 시대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안보의 개념이 산업, 환경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지금 국정원의 업무 범위 또한 시대흐름에 맞게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국가마다 안보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는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선진국들은 안보의 개념을 식량, 기술, 자원, 인재양성 등으로 점점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정보기관으로 하여금 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세계적인 추세임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중앙정보국(CIA)은 국정운영 저해요인을 찾아내 해결하는 것을 최고의 임무로 삼고 있고, 영국의 정보기관은 보안부(M15)와 비밀정보부(M16)로 이원화되어 대테러 방첩 등 국가보안활동과 국방·외교정책에 필요한 해외정보와 함께 최근 국익 차원의 경제정보수집에 활동 비중을 높이고 있다.

그리고 일본의 내각조사실도 우리에게는 사실상 금지되어 있는 사회 각계의 부패, 비리에 대한 정보활동을 법적으로 보장 받고 있으며,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는 직무조항 자체가 따로 없다.

이렇듯 세계 유수의 정보기관들은 법에 명백하게 금지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익을 위해 활동영역을 전방위적으로 확장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국정원의 과거 권위주의 시절 일부 부정적인 역할을 지나치게 부각하여 지난 정권 당시 규모 축소 및 직무 범위 제한에만 급급한 나머지, 급변하는 정보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기관이 관련법 미비로 발목이 잡혀 있다면 빨리 풀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 국가이익에 부합된다 하겠다. 이제 우리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대에 정보기관이 저질렀던 정치사찰·인권탄압 등 불행한 역사와 이를 토대로 씌어진 정보기관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 시대가 변했고 우리국민의 인권보호도 국력에 걸맞게 신장되었다.

또한 지금의 국정원은 국회의 통제하에 있고 정치 개입시 5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무거운 형사처벌이 가해지고 있으며 인권보호시스템이 강화되고 있다. 각국 정보기관이 제 나라의 이익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는 마당에 우리 정보기관만 손발을 묶어 놓고 경쟁에서 뒤처지게 방치할 게 아니라 이제는 국정원에 대한 합리적 역할을 부여하고 잘못될 경우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이 순서라고 본다.

*일부 보도자료 참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