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한 말도 아니었는데 왜들 그렇게 와글와글 대는지 잘 모르겠다. 처음엔 비난이나 협박전화가 많았지만, 지금은 ‘속이 시원하다’는 격려 전화가 훨씬 많다”
지난 4일 한나라당 연찬회 초청강사였던 세종연구소 송대성 소장의 호탕한 웃음과 함께 나온 소감이다.
그는 당시 요청받은 북핵 관련 강연에 앞서, 사람들의 주의를 모으기 위해 평소 강연 전 즐겨하는 습관대로 시사화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가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 등 몇 몇 의원들로부터 뜻밖의 항의를 받고 하마터면 강연도 못한 채 돌아갈 뻔(?) 했다.
- "한나라당 연찬회 강연 보도 나간 후 협박.격려 전화 많이 받았다" ⓒ 독립신문
“별 뜻 없이 한 이야기였고, 내가 원래 강의들어가기 전에 동기부여랄까, 조는 사람도 있고 해서 주의집중을 위해 시사적인 예를 먼저 들고 강의를 시작한다. 그래서 마침 근래에 제일 큰 화제이자 문제가 됐던 것이 노 전 대통령 조문이었고, 또 마침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이야기 했던 것”이라며 ‘송대성’이란 이름 석자를 단숨에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1위로 등극시켰던 그날 ‘사건’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둘씩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송 소장은 “첫날 보도가 나간 뒤에 별 희한한 말로 협박하는 전화가 많이 왔다. 좌파들 참 무식하게 욕하더라”면서 “나더러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예의가 없다고 하는데, 아니 북한이나 좌파들은 언제 우리 대통령에 대해 예의를 지킨 적이 있었나? 강도니 역도니 이런 말로 비난하잖나. 또 국회의원들은 언제 우리 국민을 향해서 그렇게 정제된 이야기를 했냐”고 거침없이 말했다.
이어 “‘지 애미, 애비가 죽어도 그런 식으로 다섯 번이나 돌겠나’ 이 말은 내가 한 말이 아니고, 그 지인이 표현한 말을 내가 직접화법으로 인용했을 뿐인데, 거두절미하고 언론이 그것만 표현하니까 마치 내가 한 이야기처럼 들렸다”면서 “매스컴이 그 용어를 내가 쓴 것처럼 조작한 거다. 평소에도 느꼈지만, 이번에 보니까 방송언론이 사람 하나 바보 만들려고 작심하면 순식간에 만들어 버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황당해 했다.
송 소장은 또 “보수우파를 대한민국을 지키는 ‘본처’(本妻), 좌파는 본처 남편을 유혹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는 ‘꽃뱀’ 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꽃뱀 이야기를 잘못 들으면 가정이 망하잖나”며 “가정이라는 것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래서 나는 한나라당 보고 확실하게 해라, 보수우파들이 기대를 걸고 지지해서 국회의원이 된 당신들이고 좌파는 당신들을 지지하지 않으니까 쓸데없이 신경 쓰지 말라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앞뒤 다 빼버리고 꽃뱀이니 본처니 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용어라고 욕하더라”며 쓴웃음 짓던 송 소장은 “아니, 비유를 든 것을 그걸 어떻게 정제를 하나”면서 “역도야 강도야 대통령보고 막말을 하는 건 정제된 표현인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전기톱 휘두르고 욕하는 것은 정제된 말인가? 왜 꽃뱀이라 했는지 따져보지도 않고, 그걸 정제되지 않은 말이라고 나를 무식하다고 하는데, 무식하다고 하는 그 사람들이 얼마나 유식한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 "매스컴이 사람 바보 만드는 건 순식간이더라" ⓒ 독립신문
송 소장의 발언과 관련해 보수진영 일각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정태근 의원에 대해서도 묻자 그는 “그 분 이념 문제, 전력을 들면서 어떻다 하는데 내가 볼 땐 그건 매스컴들이 과하게 해석한 것”이라며 “그분은 강연을 끝까지 다 들었고, 그리고 실제 강연이 끝난 뒤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수를 치고 몇 분은 끝까지 따라 나와서 ‘정말 그런 이야기들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의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문제는 자리에서 일어나 항의한 사람이 아니라, 다 듣고 나서 방송에 나가 어떻게 그런 친구가 있을 수 있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이라며 “그러면 안된다”고도 했다.
이어 “내가 ‘내 강의를 원치 않는 분은 손을 들어보라’ 했을 땐 가만히 있다가 다 듣고 나서 우리가 강사를 잘못 선정했다는 등의 인기영합적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송 소장의 발언을 듣고 항의한 의원은 정태근 의원과 권영진 의원 뿐 아니라 유승민, 정옥임 의원 등은 아예 강연장을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송 소장은 자신의 발언과 관련한 이번 해프닝에 대해 “우리 사회가 질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사회라 그렇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건전하고 건강한 사회가 되려면 국민의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다양하게 소통해야 한다”며 “내 의견과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고 발끈해서 공포심을 주고 아예 막아버리는 건 매스컴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포심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사회는 제대로 된 민주주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 "할 말은 해야 건강한 사회" ⓒ 독립신문
다음은 송대성 소장 인터뷰
독립신문 : 한나라당 강연은 어떻게 하게 됐나.
송 소장 : 한나라당 어디선가 전화가 왔었다. 나는 연찬회인줄도 몰랐고, 한나라당 의원들이 과천 중앙공무원 교육원에서 모임이 있으니까 북핵 관련해서 강의를 해달라는 거였다. 나는 강의를 평소에도 많이 하고, 또 각계각층을 상대로 하니까 해 주겠다 해서 한 것이다. 특별한 의미를 갖고 대한 것도 아니고 평상시 내가 늘 하던 이야기를 한 것이다.
독립신문 : 이번 발언으로 정태근 의원이 보수우파진영에서 비판을 좀 받았는데.
송 소장 : 나는 정태근 의원이 누군지도 몰랐고, 그렇게 심각하게 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정 의원이 조금 성급한 것은 있었다. 시작한지 약 4분쯤 됐을 때 일어서더라. 그래서 그건 결례다 싶어 아직 4분밖에 안됐으니, 앉으시고 무슨 내용인지 다 들으시라 했다. 그런데, 그 사람을 앉히고 나니까 또 다른 의원이 일어나더라. 그래서 나는 이게 전체적인 분위기인줄 알고 ‘여러분들이 시작부터 들어보지도 않고 이런다면 내가 민주적으로 하겠다, 만약 강의하지 말고 내가 돌아가길 원하면 손들어 보시라’ 했는데 손드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나중에 의원들이, 혹시 조문정국과 관련해서 정부를 공격하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예단 하는 차원의 뜻이 아니겠느냐 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그날 강연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박수도 쳤고, ‘다시 초청하려면 강사료가 얼마냐’고 묻는 의원들이 있을 정도로 괜찮았다. 그런데 마치 어떤 무식한 이가 와서 강연했고, 초청해선 안 될 사람을 한 것처럼 보도가 나오던데 그러면 안되는 것 아닌가.
독립신문 : 어떤 내용의 협박전화가 있었나. 반대로 격려전화도 있었을 텐데...
송 소장 : 협박전화는 첫날 많았다. ‘당신 학자인줄 알았는데, 논리가 없다’로 시작해서 욕하는 사람, 일단 다짜고짜 욕부터 하는 사람 등등, 주로 젊은 층이 많았다. 또 자기도 송가라며 종씨인척 하고는 이 새끼야 하고 갑자기 욕하기 시작하더라, 참 당혹스러웠다.
근데 사실 협박전화는 지난 정권 때 많이 받았다.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 한다고 할 때, 내가 이번에 북에 가면 반드시 6.25전쟁에 대한 전쟁책임과 배상문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한번은 거론해야 한다고 어느 주간지에 칼럼을 썼는데, 그게 청와대나 통일부 같은 곳에서 ‘재 뿌리는 소리’, ‘이 사람이 대체 누구냐’하고 난리가 났었다.
그때는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을 땐데, 남침해서 수많은 동족이 희생됐고, 그걸 또 북침이라고 역사를 조작하고 있는데, 그 책임은 한번쯤은 반드시 짚고, 배상도 해야 한다는 말을 의제로서 한마디 하고 오라는 거였다. 그랬더니 ‘나보고 싸움하고 오라는 소리냐’고 별소리를 다 하더라. 그때부터 협박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격려전화도 많이 왔는데 ‘속시원하다’는 소리가 제일 많았다. 난 평상시 하던 대로 했던 것인데, 사람들이 어디가 막혀 있었던 모양이다.
독립신문 : 故 노 전 대통령의 이른바 ‘서거정국’, ‘추모정국’에 대해 방송과 언론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나.
송 소장 : 죽음을 놓고는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잘 죽었다 이런 말은 하기 어렵다. 근데 본래 조문이라는 것은 말도 삼가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하는 것인데, 이를 오도시키면서 잘못 이용한 세력도 있지 않느냐 이거다. 젊은이들이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나오라고 독려하는 등의 그런 일들이 많았다고 전화로 알려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또 어떤 사람은 추모객이 부풀려졌다는 이야기가 맞다면서 어떤 학생은 친구들한테 추모 강요를 받았지만 내가 거길 왜 가느냐 하고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 나한테 전해주더라.
할 이야기는 해야 건강한 사회다. 왜 어떤 이야기는 하면 안된다는 건가. 한국사회가 아직까지 심리적인 폭력이 많다. 민주와 자유를 외치는 자들이 도리어 심리적 공포심을 주고 있다. 죽창으로 찌르면서도 민주주의라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놈의 민주주의란 말인가.
분향소 문제도 그렇다. 분향소 차리는 것도 주어진 기간이 있었던 것 아닌가. 도대체 언제까지 분향소를 차리고 있겠다는 건가. 49제까지 해야 한다면 그건 분향지가 돼 버리는 것 아닌가. 그리고 49제는 불교에서 하는 소리다. 기독교는 어쩌란 건가. 최소한 언제까지 분향소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그렇다. 그 최소한의 기준이 뭐냐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법치주의가 돼야 한다는 말이다.
독립신문 : ‘추모정국’, ‘조문정국’으로 한나라당 지지율이 떨어졌다고 한다. 민주당에 역전 당했는데...
송 소장 : 역전의 해석을 잘해야 한다. 무슨 원인에 의해 떨어졌나, ‘속시원하다’는 그런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국가관리란 것은 지나쳐서도 안되고 부족해서도 안된다. 국민들이 ‘속이 답답하다’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그게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라고 본다. 국민들이 조문정국을 지나면서 뭔가 속 답답한 것이 있었던 거다. 그러니 내 말에 속이 시원하다 하는 것 아닌가. 빨리 원인분석을 해서 합리적인 정치를 해야 한다.
독립신문 : 세종연구소에 소위 ‘친북좌파’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꽤 있었다. 지난 정권에 비해 정권교체 후 연구소 분위기는 달라졌는지.
송 소장 : 이종석, 백학순, 그리고 청와대 갔던 백종천 이런 분들이 있었고, 임동원씨가 이사장으로 있었다. 햇볕정책을 주장하는 이런 사람들이 주도하다 보니 지나치게 좌편향 돼 있지 않느냐 했던 것이 지난 10년간의 연구소였다.
친북좌파는 모든 남북한 문제를 경제적인 문제로 보지 이념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주적으로 보지도 않는다. 친북좌파들은 남침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보는데, 그건 절대 타협이 안되는 신념적 의지와 같은 거다. 세종에 있는 몇 몇 연구 위원 중에도 그런 점에서 절대 고쳐지지 않을 위원도 있다. 그러나 나는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되 대한민국을 해치고 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안된다는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연구소 분위기가 많이 달라지고 있다.
독립신문 : 故 노 전 대통령으로 인해 북핵 문제와 개성공단 직원 억류 사태가 관심 밖으로 밀렸다.
송 소장 : 북한이 로켓을 쏘아 유엔이 제재를 가하니까 6자회담에서 빠지면서 6자회담을 불능화 시켜 버렸다. 일단 오바마 정부는 절대 핵보유를 인정 하지 않을 것이고, 핵폐기를 시키겠다는 입장인데 두고 봐야 한다. 오바마가 비교적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보지만 과연 끈질기게 폐지시킬 수 있는 신념이 있는지 하루하루가 관심거리다. 아마 북한도 많은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본다.
- "개성공단 잠정 중단 해야 한다" ⓒ 독립신문
또 개성공단도 일단 잠정적으로 중단해야 한다고 본다. 개성공단 문제는 본래 정치화 시켜서는 안되는 거였다. 본래 나는 개성공단 만들 때도 반대했던 사람이다. 교류협력증진을 반대하는 게 아니고 저렇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북한과 약속을 해봤자 안된다는 거다. 이제까지 남북간의 합의가 없어서 안됐나? 74공동성명, 기본합의서, 한반도 비핵화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지켜지는 게 있냐는 말이다.
6.15공동선언, 10.4선언만 가지고 실천 안한다고 악악거리는데 아니, 왜 그 앞의 합의는 이야기를 안하나. 왜 유리한 것만 이야기 하나. 작년에 이명박 대통령이 앞의 합의 모두 다 포괄적으로 이야기하자 하니 그에 대한 답은 안하고 논리적으로 모순된 주장만 하고 있다.
억류된 유씨 문제는 인권문제이고 자국민 보호의 문제다. 우리 정부가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동족이라면서 우리와 대화도 안하고 아무런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체포했다. 이게 무슨 짓이냐 내놔라하고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국제인권기구에도 자꾸 제소해야 된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다 해야 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도 납치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빨리 중단하고 우선 사람들을 철수시켜놓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한 뒤에 다시 재개하든 말든 해야 한다. 일단 중단이 먼저다.
내가 이 정부에 들려주고 싶은 말은, 대북문제의 가장 기본은 ‘북한의 실체를 정확하게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란 거다. 그리고 대통령부터 통일부장관 이하 모두 신념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 인식하에 처방을 해야 이런 저런 엉뚱한 처방에서 오는 대북정책 혼선을 막고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을 세워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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