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회의실에서 가진 제1차 한나라당 영입인사 환영간담회에서 정몽준 대표와 영입인사들이 파이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책 소신 버리고 당선 위해 당적 갈아타기
한나라, '인재'로 포장된 '철새도래지'로 전락

[시사서울=최봉석 기자] 6.2 지방선거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일부 후보들이 정책이나 소신을 내팽겨 치고 오직 당선을 목적으로 당적을 옮겨다니는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정치권엔 '철새 논란'이 또다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는 지난 15일 한나라당 영입인사 명단에 포함된 임좌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과 최홍건 전 산업기술대 총장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지난 15일 6·2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지사 출마를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직을 사퇴한 이달곤 전 행안부 장관 등 성남시장 출마 선언한 황준기 전 여성부 차관 등 8명의 인사를 영입했다. 문제는 이 중 포함된 최홍건 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총장과 임좌순 한국정치문화연구원장으로 내부에서도 반발이 거센 상태다.

최홍건(67) 전 총장은 17대 총선 당시 경기 여주·이천 지역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출마, 낙선한 전력이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그는 김대중 정부 시절 산업자원부 차관을 역임한 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후보 정책특보, 열린우리당 지구당 위원장 등을 지냈다.

최 전 총장은 이번에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시흥시장 선거에 출마한다. 시흥지역 CEO들로 구성된 시흥경제포럼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최 전 총장은 지난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특허청장, 산업자원부 차관 등을 지낸 경제 전문가로서 정체된 시흥 경제를 살리려고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힌 상태다.

또 다른 논란의 주인공은 노무현 정부 시절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을 지낸 임좌순 전 사무총장. 그는 2005년 재선거 당시 선관위원장 퇴임 7개월 만에 충남 아산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역시 낙선했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이런 식의 공천으로 과연 선거가 공정하게 이뤄지겠느냐"며 "공정성을 훼손할 우려가 높다는 것을 여당도 알아야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사무총장은 지난 18일 오전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선관위에서 37년간 근무하고 선관위의 간판인물인 임 전 사무총장이 퇴직 7개월 만에 충남 아산지역에서 여당 공천을 받은 것은 기회주의이고 한심한 행위"라며 "공명선거 분위기를 위해 임좌순 후보는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맹형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도 임좌순 후보에 대해 "명예를 알고 자존심이 있다면 공천을 받아들여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정병국 당 사무총장은 이번 공천에서 '철새'는 배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인재영입을 두고선 '철새 영입'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엄용수 밀양시장과 천사령 함양군수도 2006년 지방선거에서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당선, 이후 탈당해 무소속으로 지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한나라당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경필 의원은 "내부적 검증과정을 거쳐 이번에 한나라당에 영입된 인사는 4가지 영입기조 중 첫번째에 해당하는 전문관료 출신의 인사들"이라며 "단순히 지방선거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의 인재영입이 아니라당의 인재풀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일했다고 해도 영입을 기피하지 않고, 당과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에 부합하는 인물군일 경우 차별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한 상태다.

야당도 여권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민주당에 입당한 우근민 전 제주지사는 한나라당의 전신인 민자당 후보로 제주지사 선거에 도전한 적이 있고, 민주당, 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으로 권력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당적을 옮겨 다닌 대표적 '철새 정치인'이다.

정치적 비아냥이 민주당에 집중되자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지난 16일 성희롱 전력을 문제 삼아 우근민 전 제주지사에 대해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렸는데, 이에 따라 우 전 제주지사는 민주당을 탈당 후 무소속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을 탈당해 민주당의 문을 두드린 또 다른 인물은 정동일 서울 중구청장.

철새들, 초심은 매번 바뀌나?

정동일 청장은 지난 2일 국회를 찾아 "중구청장으로 재직해 온 지난 3년 8개월 동안 한나라당 내부 일부 세력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음해를 받았다"며 한나라당 탈당 배경을 설명한 뒤, "조건 없이 초심으로 민주당에 입당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치적 요람, 민주당을 위해 백의종군 하겠다"면서 "저를 다시 따뜻하게 맞아준 민주당의 뜻이라면 평당원으로의 봉사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구청장의 민주당 입당은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당내 일부 의원들과 갈등이 증폭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정 구청장은 지난 2004년 열린우리당 후보로 중구청장 재보선에 출마한 이력이 있지만, 낙선한 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당적으로 당선된 바 있다.

자유선진당의 대전시장 예비후보인 염홍철 전 대전시장은 한나라당(2002년)과 열린우리당(2005년), 민주당(2008년 탈당)으로 당적을 계속 옮겨 다니다가 이번에는 자유선진당(2009년 입당)을 선택했다. '철새 정치인'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행보다.

이밖에도 2002년 김대중 정부 시절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낸 이태복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충남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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