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끝났다. 이번 선거는 유권자 한 사람이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역구 광역의원, 비례대표 광역의원, 지역구 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교육감, 교육의원 등 8명이나 뽑는 큰 선거이다. 이에 따라 복잡한 개표과정과 함께 선거 이후에도 크고 작은 다툼이 예상되고 있다.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등 매번 큰 선거를 치르고 나면 투표를 둘러싼 크고 작은 법적 다툼이 제기됐으며, 검찰은 선거범죄수사로, 법원은 선거소송재판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선거 때마다 전국 각지의 개표소에서 벌어지는 투표용지 교부수와 투표지 수의 차이, 투표함을 옮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 등에 대한 논란은 매번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이번 선거도 8명이나 뽑는 복잡한 선거인만큼 여러 문제점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표와 관련한 주요 판결들을 살펴 본다.

◇ 투표지 수 차이= 2004년 4.15 국회의원선거에서 A군(郡)에서는 불과 9표 차이로 당락의 희비가 갈렸다. 문제는 당시 A군의 9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투표지 수가 많게는 3장, 적게는 1장이 부족 혹은 많은 사태가 벌어졌고, 당선결과가 바뀔 수 있었던 만큼 후보자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이 사태는 소송으로 이어졌고 대법원은 차점자인 한 후보가 낸 소송에서 “투표용지 교부수보다 투표지 수가 각 1매 내지 3매가 부족하거나 더 많다는 사정만으로 그것이 바로 선거법규에 위배된 선거관리상의 하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지역구 국회의원의 투표지가 전국구 국회의원 투표함에서 발견되는 사태나 투표지에 선관위원장의 도장이 없거나, 투표함을 바꿔서 개표했다는 등의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법원은 역시 “당선무효사유로 볼 수 없다”고 봤다.

◇ 개표방송 중지된 상태에서 개표가능= 오후 6시 투표가 종료되면 방송사들은 바로 출구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경쟁적으로 개표방송을 시작한다. 전국 수천여개의 개표소에서 진행되는 개표방송은 신속성을 요하는 만큼 순간적으로 집계결과에 착오가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때에 따라서는 방송이 중단되기도 한다.

법원은 “개표상황에 관한 보도·방송은 선관위가 아니라 각 언론사가 개표장 출입구 부근에 설치된 언론사의 취재·보도석에서 선관위가 개표 도중 수시로 공표하는 개표상황을 자체적으로 취재해 보도하는 것으로 선관위의 개표사무와는 무관하다”면서 “설사 TV자막방송이 끊어진 상태에서 개표를 계속 진행했다고 해도 공직선거법상 선거에 관한 어떠한 규정의 위반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 부재자투표= 부재자투표는 전국에 흩어진 유권자들의 표를 해당 지역까지 옮기고 합산하는 등 일반 투표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이 요구된다. 1표 차이로도 결과가 바뀌는 치열한 선거판에서 항상 부정개입에 대한 논란의 중심선에 서왔다. 대구고법은 2006년 “부재자투표의 개표는 일반투표지 개표 과정과 달리 접수된 봉투의 수량확인, 봉투전체의 무효확인, 봉투개봉, 투표지 꺼냄, 투표지의 유·무효 구분, 유효투표지의 후보자별 구분 등 그 개표절차가 상이하고 복잡하다”면서 “일반 투표소 투표함의 개표소요시간과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는 것이고 유효투표지의 수와 반드시 비례하여 개표시간이 소요된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인 만큼 유효투표지의 수와 개표소용시간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부정선거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 전자개표기 사용= 전자개표기는 2002년 중앙선관위가 ‘개표사무 전산화’를 위해 처음 도입했다. 그 후 같은해 6.13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그동안 대통령선거 및 각종 공직선거에서 사용됐다. 그러나 그동안 전자개표기는 조작이 용이해 부정확한 개표로 당락이 바뀌는 부정개표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란이 선거때 마다 일었다. 논란은 결국 소송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2007년에는 전자개표기 사용결정 자체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당시 “중앙선관위가 전자개표기를 사용하기로 한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유권자들이 중앙선관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여러 행위를 포괄하는 집합적 행위인 선거관리라는 일련의 연속적인 과정에 있어서 하나의 행위에 불과한 전자개표기 사용결정은 당해 선거의 종료 후 선거소송으로 다퉈야 한다”면서 “국민의 구체적인 권리의무에 직접적 변동을 초래하는 공권력적 행위로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할 수 없다”며 각하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