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최대 수출 품목은 문화 분야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학자들이 많이 있다. 또한 세계의 석학들은 동양의 유교적인 정치사상이 언젠가는 세계를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 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엘빈 토플러는 그가 쓴 “ 권력이동"에서 21세기는 최첨단 정보통신 수단과 기기의 발달로 첨예한 정보전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고 이에 따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분야 등에서도 권력이동이 일어나는 것은 필수 불가결하다고 예언하기도 했다. 북아프리카 발, 재스민 혁명도 권력이동의 현상일 것이다. 그러나 재스민 혁명이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어 있는 것만이 아니고 이제는 문화 분야로 이동 중인 것이 아닐까 한다.
과거 60년대와 70년대를 살아온 사람에게 팝송( popular music, 또는 pop-song)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에서 유행하는 대중음악으로 알고 있었던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알고 보면 팝송은 대중가요를 가르키는 포괄적인 용어었던 것이다. 흔히 팝송하면 째즈나, 발라드풍인 리듬 앤 부르스, 그리고 칸츄리 풍의 음악이나 포크송을 연상하기도 했다. 후에 디스코, 소울, 고고, 사이키 델릭, 풍의 노래와 로큰롤 풍의 하드록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엄청나게 빠른 리듬의 댄스풍의 곡조와 랩을 곁들인 강렬한 음악이 청소년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나이가 많은 구세대들은 가사를 따라 읽는데도 숨이 벅차고 현란하게 흔들어대는 댄스를 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른 리드미컬을 타고 있다. 특히 나이가 든 쉰 세대 사람들에게는 쌍송이나 깐초네, 그리고 애잔한 멜로디가 일품인 라틴 뮤직 같은 발라드풍에 길들여져 있어 아이돌 가수들이 불러대는 노래는 흉내조차 내기도 힘겨운 것이 사실이다 보니 자연스레 trot 풍의 대중가요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세계는 지금 최첨단 정보기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에 있어 한국은 언제나 동북아시아 변방 한 구석에 자리 잡은 힘없고 가난한 나라로 각인 되어왔다. 일본의 전자제품을 이미테이션 했다고 하여 비웃음을 받은 시절도 있었고 자동차 포니를 수출하고 나서는 조롱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시절도 있었다. 서양인 그들에게 있어 한국하면 언제나 전쟁과 빈곤을 떠올리던, 그저 그렇고 그런 나라였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은 달랐다. 전자산업이 발달하고 첨단 정보산업 시대가 도래 하자 한국은 숨은 저력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인터넷은 한국이 선점해 버렸고 각종 최첨단 기기는 한국과 한국인의 손끝에서 세계적인 콘텐츠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한국인의 손끝은 대단히 매서웠고 매무새도 깔끔했다. 위성 시대가 되자 한국인이 만든 드라마가 국경 없는 전파 영역을 타고 아시아를 무섭게 파고들었다. 문화면에서 우리보다 몇 수나 앞서 간다는 일본과 중국은 한류의 열풍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한류가 만든 드라마는 아시아를 넘어 아랍과 아프리카를 휩쓸고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까지 스며들었다.
드라마가 주춤하자 이제 아이돌 스타들이 나섰다. 한류의 미래를 내다본 엔터테인먼트의 기획가들은 한국이 자랑하는 최첨단 정보수단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이렇게 해서 한국 이이돌 스타 그룹이 만들어 내는 k-pop은 순식간에 미국과 유럽 그리고 라틴으로 퍼져 나갔고 수많은 다국적 k-pop 팬들을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올드 세대들에겐 이해하기 힘든 뮤직과 댄스가 세계의 젊은이들에게는 더 할 수없이 좋은 퓨전 뮤직이었던 것이다. 이것이 k-pop이었다.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은 우리 나이로 올해 만 59세가 되는 사람이다. 서생과는 같은 시대에 공부한 사람으로 동질적인 우호감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서울대 농대를 졸업하고 가수로 데뷰하였지만 가수로서는 최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그랬던 이수만이 캘리포니아 대학원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하여 석사학위를 받고 나서부터 그의 첨단 지식이 연예 기획부분에 십분 활용되고 접목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음악과 기획에 저토록 소질과 재능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잘 기획된 마케팅 전략이 중요함은 당연한 일이다. 이수만 회장은 K-POP의 유럽진출을 위해 세단계로 이루어진 단계별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이른바 14년에 걸쳐 완성한 마케팅 전략인 CT( culture technology) 즉 문화기술이었던 것이다. 이수만이 수립한 CT전략은 3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1단계는 한류 문화 상품을 직접 수출하는 단계를 말하며 2단계는 현지 연예기획사 또는 연예인과 합작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방안, 3단계로는 현지 연예기획사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현지 사람들에게 한국의 CT를 전수하는 전략이라고 한다. 이러한 3단계를 거치면서 한류 현지화를 이루어 부가가치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엊그제인 10일과 11일은 프랑스 파리의 “제니트 드 파리”에서 “한국방문의 해 기념 SM 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 ” 공연을 열고 유럽 각국에서 몰려든 청소년 팬들 앞에서 K-POP의 진수를 선보여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TV 뉴스를 통해본 현장의 모습에서 한글로 적힌 응원구호가 보이는 순간 , 우리나라의 어느 외교관이나 정치인도 해 내지 못한 국위 선양을 아이돌 그룹인 K-POP 젊은 가수들이 해 내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대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왕후 장상의 씨가 따로 없듯이 애국자도 따로 없다. 이수만 회장과 아이돌 스타들이 바로 애국자요 외교사절 이었다. 비록 나이가 들어 따라 부르기 조차 힘든 K-POP이지만 세계를 점령 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확신이 드는 파리 공연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다. 자랑스럽고 대견한 K-POP은 지금 전 세계를 향해 권력이동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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