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가격 폭락에 항의하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축산 농민들의 항의 시위로 5일 내내 전국이 들끓었다.

　전국한우협회 11개 지부 축산 농민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한우를 정부에 반납하는 시위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은 주요 고속도로 나들목과 예상 출발지 등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농민들의 서울행을 원천봉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농민과 경찰 사이에 격렬한 몸싸움이 벌어지는가 하면, 원천봉쇄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로 일부 고속도로 주변은 교통체증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우협회 경북지회 회원 1000여명은 이날 오전 경북대 상주캠퍼스 앞에서 ‘한우 반납 시위’를 벌이며 “한-미 에프티에이(FTA) 비준과 사료값 인상으로 축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여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한나라당 해체”, “한우 농가 다 망한다. 대책을 마련하라” 등의 깃발과 펼침막을 들고 1㎞가량 떨어진 상주~청원 고속도로 남상주 나들목으로 진출했다. 농민들은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격렬히 충돌했고 주변 도로는 3시간여 동안 교통 혼잡을 빚었다. 경남지회 소속 축산 농민 800여명도 이날 오전 청와대 시위 참여를 위해 남해고속도로 함안나들목에 모였으나 경찰이 길을 막자, 한우를 실은 트럭을 앞세우고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으로 몰려가 집회를 열었다.

　한우협회 광주·전남지회 소속 농민 250여명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전남도청 앞에서 한우값 폭락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농민들은 이날 차에 싣고 온 한우 5마리 가운데 1마리를 청사 앞에 20여분 동안 풀어놓고서 박준영 전남지사 면담을 요구했고, 박 지사가 나서 축산정책 방향을 설명하자 오후 3시5분께 해산했다. 이날 오전 광주 광산나들목과 전남 순천나들목에서는 한우 농민들이 각각 소 4마리와 18마리를 끌고 고속도로 상경을 시도하면서 경찰과 한때 대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북지회 회원 200여명도 이날 오전 ‘한-미 에프티에이(FTA), 사료값에 우리 농가 다 죽는다’, ‘한우산업 망해서 농촌기반 흔들린다’ 는 등의 소값 대책을 촉구하는 펼침막을 매단 트럭에다 소 7마리를 싣고 전주나들목과 호남제일문에 모였으나, 경찰이 저지해 서울로 가지 못했다.

　한우협회 경기도지회 양주·가평·남양주·연천지부 회원 120여명(경찰 추산)은 이날 오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 앞에서 ‘청와대 한우 반납운동’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 앞에서 ‘한우 반납시위’를 벌일 계획이었으나 집회로 대신했다. 농민들은 ‘청와대에 위탁사육, 경제적으로 키워봐라’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한우농가를 살려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한우협회 제주도지회 소속 회원과 농민 등 50여명도 이날 오전 제주도청 앞에서 한우 반납 집회를 열고 소값 폭락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김수만 지회장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가 생명산업, 식량 주권을 포기하고 경제논리를 앞세워 한우를 키우는 농민을 버렸듯 우리도 소중한 가족이자 재산인 한우를 버리겠다”며 소값 안정과 사료값 인하를 요구했다. 농민들은 이날 ‘한-미 에프티에이 결사반대’라고 쓴 머리띠를 두르고 한우산업의 안정화 대책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전국종합

=================================

풀 사료 자급이 축산을 살린다

2007-11-26

우리는 매 년 1,100만톤 이상의 사료용 곡물을 수입하고 수입 조사료(풀 사료)로 연간 70만톤 정도가 들어오고 있다. 한우와 젖소 사육에서 풀 사료의 자급률은 83%라고 하나 이 중 양질의 풀 사료는 30% 수준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사료가치가 낮은 볏짚으로 충당되고 있다. 소는 기본적으로 풀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로, 풀은 소의 영양생리에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섬유소를 공급하며 번식장애와 각종 대사성 질병을 근본적으로 막아준다. 양질의 풀은 에너지, 단백질, 비타민, 무기물이 풍부하여 풀만으로도 육우는 하루 870g의 고기 생산이, 젖소는 18.8㎏의 젖 생산이 가능하다. 풀 사료 공급 외에도 초지와 사료작물포는 수원함양, 대기와 폐수의 정화, 토양보전, 생물종 다양성 보존, 농촌 어메니티 제공 등 다양한 공익적, 다원적 기능을 가지고 있다. 겨울철 총체보리나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같은 사료작물의 재배는 녹색공간 제공, 경관 유지 등 국민정서 함양에 크게 기여하며, 이는 돈으로는 감히 계산할 수 없는 소중한 부분이다. 또 풀 사료의 자급은 수입될 때 야기될 수 있는 구제역과 같은 악성 가축질병의 유입을 차단하고 어저귀나 돼지풀, 미국자리공 같은 악성 외래 잡초가 들어오는 것을 근절시킬 수 있다. 안전한 풀 사료의 생산이야말로 안전한 고기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는 기본이다. 우리국민 모두에게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축산식품을 공급하는 것은 우리 축산인 모두의 사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축산물은 우리 땅에서 우리가 키운 풀 사료로 생산해 내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풀 사료를 생산할 충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 논, 밭, 유휴지, 산지 등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은 무한하다. 쌀 소비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고, 벼 재배면적은 1,000천㏊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휴 논에 풀 사료를 재배하면 아무리 많이 생산하여도 경쟁이 될 작물이 없어 시장교란을 일으키지 않는다. 수입 조사료를 줄이고 생산비를 낮추며 고품질의 안전 축산물을 생산하여야만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이겨나갈 수 있다. 요즘 겨울이 되면 논에는 하얀색 원형 곤포 사일리지가 널려 있어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혹자는 이것을 공룡알 이라고도 부른다. 이는 주로 풀이 생산되지 않는 겨울동안 귀중한 가축의 저장먹이가 된다. 특히 가을에 심어서 겨울을 넘겨 봄철에 수확하는 사료작물은 자라는 동안 농약을 칠 필요가 없어 친환경적이다. 육성기 한우에게 품질이 좋은 풀 사료를 마음껏 먹게 하여 튼튼한 밑소를 만들고 비육기에 근내지방도를 높여 고품질 한우고기를 생산하며, 무농약 친환경 청정 이미지의 풀 사료를 먹여 청정우유를 만들어 내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을 영농현장에 전수하여 전북한우협동조합에서는 ‘총체보리 한우’의 산업화에 성공하였으며, 전남 나주에서는 ‘청정보리우유’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 이제는 풀 사료도 생산단가를 낮추고 품질을 높여야 한다. 우리 기후 풍토에 맞는 우수한 품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보급하며, 재배면적을 확대하고, 또 무엇보다 농기계의 확대보급과 지원이 절실하다. 농작업기 없이 조사료 생산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국내산 풀 사료를 사용하는 농가나 섬유질배합사료 공장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하며, 유통을 촉진시키고, 조사료의 품질향상(유지) 체계를 구축하여 수요자가 만족하는 풀 사료가 생산ㆍ공급되도록 하여야 한다. 자급사료 생산 없이 구입이 쉬운 배합사료와 수입 풀 사료 위주로 양축을 할 경우 엄청나게 배출되는 가축분뇨 처리 문제는 막대한 공해를 야기 시킬 수 있어 심각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다년생 목초를 재배하는 초지나 옥수수나 수단그라스를 재배하는 밭, 총체보리나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를 재배하는 논, 그리고 유휴지 등은 가축분뇨를 다량 수용할 수 있는 자원순환 농업의 산실이다. 이제 축산분뇨는 오염원이 아닌 소중한 비료자원으로 경종과 양축농가가 나란히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풀 사료의 자급이야말로 우리 축산을 살리고 우리 환경과 국토를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 농촌진흥청 축산과학원 조사료자원과장 서 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