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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수필1)
나의 종교 체험과 유병언구원파

최근 ‘유병언구원파’라는 종교집단에 관한 논란이 시중의 화젯거리다. 유병언구원파는 교인들에게 ‘성수주일(聖守主日)과 십일조 강요는 율법이며,’ ‘죄 사함을 받으면 육신 적으로 어떻게 생활하든 관계없고,’ ‘구원받은 사람은 기도가 필요 없다’는 등의 황당한 주장을 펼친다. 구원파는 일면 사람들의 죄의식을 해방 시키는 감언이설을 늘어놓으면서, 시한부 종말론 자들에게는 일종의 헌금과 노동을 강요하고 사기(詐欺)로 금품을 착취하여 교단의 사업을 확장했다. 일례로 구원파는 완구 수출사업을 하면서 신도를 직원으로 고용하고, 당시 동 업계의 일반 월급이 40만 원 정도였을 때, 4만 원만 지급하였다는 소문이다.

유병언구원파의 존재가 널리 알려진 계기는 1987년 오대양 사건이다. 당시 170억 원의 사채를 빌려 쓴 구원파 신도 32명이 변시체로 발견됐다. 동 사건의 핵심은 박신자 씨였는데 유병언의 측근이었다. 지난 4월 16일 진도 앞바다에서는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의 침몰로 어린 학생들을 포함하여 304명이 사망하거나 실종하는 국가적인 대 재앙이 있었다. 이의 원초적인 원인으로 구원파가 유력 하게 지목되고 있다. 반사회적이며 황당한 종교 집단의 준동을 접하면서 나는 어린 시절에 직접 경험했던 승재골 칠성당 무속 신(巫俗神)과 신앙촌 천부교(天賦敎)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나는 단오와 칠석 등 각종 절기마다 칠성당에 들러 부처에게 공손히 절하며 소원을 빌곤 했다. 첩첩산중의 오지 승재 골에 칠성당이 처음 세워진 것은 이웃집 아주머니가 신 내림(接神)했다며 자신의 초가에 사당(祠堂)을 차려 놓고 부처 앞에서 주문(呪文)을 외우고 꽹과리와 징을 두들겨 대면서부터였다. 이로부터 마을 사람들은 가족 중에 우환(憂患)이 있거나 각종의 액운(厄運)이 생기면 돼지 머리와 떡 그리고 얼마간의 재물을 차려놓고 그녀를 불러 푸닥거리(굿)를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신(申) 무당이라 불렀다. 신 무당에 관한 소식은 소문에 소문을 타고 인근 마을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의 내용이 왜곡되고 부풀려졌다. 이를테면 신 내림을 받은 승재 골 신 무당에게 굿거리를 하면 아무리 중(重)한 병자도 멀쩡해진다더라 하는 식으로 그녀는 신성화(神聖化)되기 시작했다. 해방 전후 혹독한 가난과 무지로 하루하루 입에 풀칠할 것을 걱정하던 산골 농민들에게 신 무당의 칠성당과 같은 무교는 일종의 해방구였다. 해탈(解脫) 같은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 가치를 중시하는 불교와 달리 무교는 현세주의(現世主義)를 원리로 삼아 현실에서의 액(厄)을 풀고 복(福)을 누리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인간의 관능적 욕구와 물질적 욕망을 교묘하게 파고든 무교는 가난하고 무지했던 당시 산골 농민들에게 절대적 종교로 자리매김했다.

중학생 시절 나는 어느 교회의 부흥회에 참석했다. 부흥회 강사는 서울에서 온 박장로였다. 그는 하나님의 계시(啓示)를 받아 불치병을 치유(治癒)할 수 있는 초인적인 능력을 지녔다고 알려진 사람이었다. 부흥회 첫날은 그가 안수기도로 앉은뱅이를 치유하는 집회를 인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교회의 본당은 물론 앞마당 뒷마당 할 것 없이 구름같이 몰려든 사람들로 가득히 메워졌다. 신도들이 “아멘! 아멘!”을 외치는 뜨거운 반응이 본당 밖까지 울려 퍼졌다. 예배가 끝난 후 누군가가 본당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는 “안수기도를 받은 앉은뱅이가 벌떡 일어났다.”라고 외쳤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온 시내로 퍼져 나갔다. 많은 사람이 그 소문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나도 이를 믿었다. 칠성당 신 무당이 굿거리를 해준 환자가 며칠 후 완치되었다고 할 때도 나는 그의 치유 능력에 대해 반신반의했었다. 그러나 박장로는 달랐다. 서울에서 온 유명한 사람이라는 존재감과 수많은 군중을 한 자리에 동원해내는 카리스마, 그리고 설교에 나타난 해박(該博)함과 능변(能辯)이 나를 감동 감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다음 날은 통성(痛聲) 기도의 날이었다. 밤새도록 통성으로 기도하며 회개한 자는 그의 안수기도를 통해 지난날의 모든 죄를 사함 받고 큰 복을 누린다고 광고했다. 밤샘한 나는 몹시 지쳐 있었다. 새벽 예배에 이어 박 장로가 안수기도를 시작했다. 잠시 후 안수기도를 받은 사람이 한 사람, 한 사람 뒤편으로 걸어 나왔다. 어떤 이는 기도를 받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흘렀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사람은 박 장로의 손이 머리에 와 닿을 때 온 몸에 전기가 찌르륵 찌르륵 흘렀다고도 했다. 오전 8시경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박장로의 손이 나의 머리에 와 닿았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지은 모든 죄를 사하여 주사옵고 앞날에 큰 복을 내려 주시옵소서. 아멘!” 그의 기도는 간단명료했다. 그러나 나는 온몸이 뜨거워짐을 체험했다. 나도 모르게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나에게 종교적 체험을 안겨준 박장로는 홀연(忽然) 혜성같이 나타나 종교계에 해일과 같은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각 기성교회의 초청으로 전국 각지를 순회하면서 부흥회를 인도했다. 그때마다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신도들로 초만원을 이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은 “인간의 모습으로 오신 감람나무이며 하나님”이라고 주창하기 시작하면서 기성종단은 그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그는 급기야 탈 그리스도의 노선으로 치달았고 신흥 종교인 천부교(天賦敎)를 창시하고 신앙촌을 건설했다. 나는 그 부흥회 집회 이후 다시 박장로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극히 제한적이지만 나는 칠성당 신 무당과 신앙촌 박장로가 자신들을 신성화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칠성당은 관습적이며 토속적이었고, 신앙촌은 좀 더 근대적이며 진취적이었다. 하지만 병자의 치유나 장수를 명분으로 신도를 모집하고 현혹하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은 누구나 액을 쫓아내고 복을 누리면서 살기를 소망한다. 복중에서도 건강과 장수의 복은 더 없는 인간의 바람이다. 미신은 인간의 이러한 본능을 파고든다. 칠성당 신 무당은 자신에게 신이 내렸기에 병자를 고칠 수 있다는 교언부설로 무지한 산골 농민들을 꼬드겼다. 천부교의 박 장로는 자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창조주이기에 자신을 믿으면 불치병이 치료되고 인간 최고의 복인 영생을 누리게 된다는 감언이설로 도시민을 현혹했다. 신의 존재 여부는 인류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이지 않는 논쟁거리다. 세기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옥스퍼드 대학의 레녹스 교수의 언론지상을 통한 설전도 이를 잘 반영한다. 어느 사람도 신의 유무를 확정적으로 단정할 수 없다. 따라서 유신론과 무신론에 관한 설전은 앞으로도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끊임없이 이어질 것이다. 과학의 무한한 발전 상황에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무당을 불러 굿거리를 하거나 점을 치는 등 종교적인 구습(舊習) 행위는 끊임없이 행해진다. 또 한편 지구촌 곳곳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종교가 속속 등장한다. 자신을 신으로 격상시키며 신도들을 모아 놓고 자신의 재산 축재에만 이용하는 변태적인 종교가 우후죽순으로 태어난다. 오대양 사건이나 세월호 대참사를 우리는 똑똑히 목격하였다. 유병언구원파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종교를 곰곰이 곱씹어 보아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하나님의 존재를 믿는 기독교인이다. 그분이 우리가 의지해야 할 최종적인 정신적 지주(支柱)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다. 그러나 일요일 예배에만 참석하고, 봉사 등 다른 교회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온전치 못한’ 신앙인이다. 아직 병자치유 등 기적에 관한 성경의 일부 구절에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하나님을 믿는 신자로서 참(懺) 신자의 길을 걷기 위해 내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일부의 내용은 한국 문학방송 간 전자책 “태풍 불던 날 나는” 중에서 인용)

2014년 05월 14일 牛步/朴鳳煥

(창작수필2)

공포증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나라가 비탄에 잠겨있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74명이 구사일생으로 구조되었다는 것이다. 월남전에서 생사의 고비를 넘어선 뒤 전쟁 공포증에 평생을 시달려온 나로서는 세월호 참사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이 겪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매우 우려한다. 이들에 대한 범국민적 이해와 배려를 기대한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전쟁이나 대형 참사의 생존 공포증환자에 대한 지원책을 체계적으로 구비해줄 것을 간절히 청원하는 차원에서 나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30여 년 전 즈음의 일이다. 월남전 후에 각각 다른 분야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삶에 매진하고 있던 몇몇 전우들과 연락이 닿았다. 당시의 포탄 소리와 함께 나의 기억 속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던 6~7명의 전우를 시내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우리는 서로의 모습을 통해 월남전 당시의 치열했던 삶과 죽음의 현장을 재현해냈다. 옮겨간 주점에서 우리는 이런저런 전장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술잔을 돌리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우리는 많이 취했다. 젓가락으로 술상을 두들겨 댔고, 각자 나름의 애청곡을 불러 댔다. 나는 목청을 높여 허성희 씨가 히트시킨 유행가 "전우가 남긴 그 한마디"를 불렀다. 그런데 어느새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르고 있었다.

생사를 같이했던 전우야 정말 그립구나. 그리워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터 정말 용감했던 전우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정의의 사나이가

마지막 남긴 그 한 마디가 가슴을 찌릅니다.

이 몸은 죽어서도 조국을 정 마~알 흑~흑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북받쳐 오르는 묘한 감정에 울음을 터뜨렸다. 이 울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험난하고 위험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일까? 아니면 살아남은 자로서 그때 죽어간 동료에게 갖는 미안함일까? 어쩌면 참혹했던 장면을 가슴속에서 지워내고 싶은 처절한 몸부림이었으리라.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 월남전의 치열했던 전쟁 상황이 똑같은 모습으로 꿈속에서 나를 찾아오곤 한다. 그 험난하고 위험했던 고비 고비가 스쳐 지나갈 때는 온몸을 뒤틀며 쩔쩔매느라 옷가지며 베개와 침구 전체를 흠뻑 적셔놓곤 한다. 이것 역시 생과 사의 사선을 넘나들던 사람들만이 갖는 특유의 전쟁 병이 아닌가 생각하면 서글프기 그지없다. 전쟁이란 적과 마주하여 서로서로 죽고 죽이는 행위이기에, 전쟁터의 긴박했던 공포증을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자는 알 수 없다.

세월호 침몰에서 극적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공포도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참전용사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다시 한 번 한국전, 월남전 참전용사와 대형 참사 생존자에 대해 정부가 범정부적인 특별한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끝으로 세월호 침몰로 귀중한 생명을 잃은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모두에게 진정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2014년 04월 29일 牛步/朴鳳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