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갑 전 한나라당 의원(79)이 15일 “대통령이 국민을 걱정해야지,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해서야 되겠느냐”라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7인회' 멤버로 박 대통령이 가장 어려워 하는 친박원로인 김 전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메르스 대란에 대해 “대통령이 초기에 앞장서서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했으면 이렇게 확전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들이 그 점에 대해 많이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원조보수'로 불리며 보수진영 전체에 영향력이 큰 김 전 의원이 공개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호된 쓴소리를 한 것은 박 대통령 집권후 이번이 처음으로, 친박원로 진영의 실망과 분노도 더이상 참기 힘든 임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김 전 의원은 메르스 창궐과 관련,“세월호 때나 메르스 사태 때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 현상을 두 번이나 반복하고 있어 참 안타깝다”면서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을 잘못한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사과하고, ‘앞으로 국민이 힘 합쳐서 극복해 나가자’는 대국민담화를 내야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즉각적 대국민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자잘한 것까지 챙길 수는 없다. 굵직굵직한 것을 챙기고, 판단이 어려우면 전문가들에게 물어 (즉각) 대응을 해야 한다. 병원 공개도 빨리 했으면 좋았는데, 공무원들 (말을 듣고) 소극적으로 대응해서 사태가 커진 것 아니냐. 종편들도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나 후보 시절 보면 문제가 생길 때 순발력도 있고 타이밍도 잘 맞추고 했다. 그런데 청와대 들어가서, 세월호나 메르스 사건에서 항상 타이밍을 놓쳤다"면서 "초기 대응을 순발력 있게 했으면 국민들이 얼마나 박수쳤겠느냐. 대통령이 지금 열심히 돌아다니는 것을 보니 고맙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고 그렇다”며 박 대통령이 집권후 바뀌었음을 힐난하기도 했다.

그는 청와대 참모진에 대해서도 “나는 박 대통령이 대표나 (대선)후보 시절에 ‘청와대 민정수석을 해봐서 알지만 청와대 안 공기와 바깥 공기는 전혀 다르다’고 이야기했다. 그런데 지금 청와대 안에서는 (사태) 심각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 (메르스에) 적극 대응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일이 커져버린 것"이라며 "참모들도 분위기에 휩쓸려가지고 대통령에게 제대로 진언을 못한다. 참 안타까워”며 심기경호에만 올인하는 참모들을 질타했다.

그는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극한대립중인 당청 관계에 대해서도 “당·청 관계도 잘못 가고 있다. 당은 대통령을 뒷받침하고, 대통령도 당이 제대로 할 수 있게 도와줘야지. (아무렴) 당이 청와대를 골탕 먹이려고 하겠느냐"면서 "이병기 비서실장이 처음에 와서 소통을 잘하는 것 같았는데, 요즘은 더 안되는 것 같다. 당·청 관계가 이리 가면 대통령도 어려워지고, 당도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잘되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늘 갖고 있다. 앞으로 더 어려워지는 시기고 더 협조를 많이 받아야 한다. 기본이 소통이다. 어떻게 세운 이 나라인데, 정권인데…"라면서 "잘 굴러가지 않고, 국민들이 비판하니까, 우리는 미안해 죽겠다”며 박 대통령 집권을 도운 원로들의 참괴한 심경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