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을 환영한다
출처: 프리존
글쓴이: 시대유감 2006/01/05
대략 돌아가는 분위기를 보니 여권의 정계개편이 가시화 되고 있다.. 열린당의 불만은 갈수록 쌓여도 노무현 대통령은 그를 해결할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대립각을 세우고 협박을 하며 실력행사를 통해 그 불만을 내리 누르고 있을 뿐이다.. 유시민 입각으로 불거진 사태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섰다고는 하나, 열린당 내부의 갈등과 불만은 더욱 커졌을 뿐이다.. 분명한 것은 그 갈등과 불만이 언젠가는 폭발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고, 더 분명한 것은 그 시기가 총선 이전이 되리라는 것이다.. 더 빨라질 가능성도 크다..
여권의 문제는 무엇일까? 복잡한 문제가 여러 가지로 얽혀있겠지만 그 본질적인 부분은 간단한 것 같다.. 나는 그것이 “목표의 불일치”에서 오는 갈등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한나라당 같은 경우는 선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다.. 예비대권 주자들이 경쟁을 하여 경선을 치러 대권에 도전하고 승리를 하여 집권에 성공하면 된다.. 그 이외에 달리 생각을 할 것도 없고 당내 계파들은 경선과 대선에 승리할 로드맵만 수립을 하면 된다.. 그러나 여권은 여기에 한가지 더 중요한 목표가 존재한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래의 웰빙”이다..
임기 끝까지 레임덕도 없어야 하고, 임기 후에 대한 불안함도 없어야 한다.. 역대 대통령 누구나 생각을 했을 문제지만 특히 노무현은 이 부분에 민감하다.. 그만큼 그는 집권기간동안 적을 많이 만들었고, 또 전직 대통령들에 비해 정치적 기반도 약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국민적 지지율도 역대 최악이니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따라서 노무현 대통령은 다가오는 미래가 불안할 수 밖에 없고, 역대 대통령 그 누구보다도 미래의 웰빙에 신경을 쓸 수 밖에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노무현의 웰빙이 집권연장의 목표와 따로 놀 수 있다는 점이다..
여권에 누가 대통령이 되던 자명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그가 노무현 정권의 정통계승자임을 자처하는 이상 대권은 물건너간다는 점이다.. 노무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분노를 감안한다면 그것은 어쩔 수가 없는 상황이다.. 남은 임기동안 노 정권이 그 실책을 만회하고 지지를 얻을 가능성도 전무하다.. 따라서 누가 여권의 대권주자가 되던 어느 시점에서 노무현 밟기를 시작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노무현의 웰빙과 엇박자가 날 수 밖에 없으며 여권의 목표는 불일치 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여권이 처한 딜레마의 본질이다..
나는 특히 이 부분을 더 극단적으로 보고 있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이해 못할 연정타령도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를 했다.. 과반수가 붕괴되었다고는 하나 여권이 야당 때문에 정책을 관철하지 못할 일은 없다.. 과거 국방장관 해임안이나 이번 사학법 날치기를 볼 때 소수야당과 간단한 공조만 해도 무리 없이 정책은 추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과의 연정을 그토록 집요하게 주장했던 것은 결국 자신의 웰빙과 관계된 이유가 아닌가 생각을 한다.. 개헌까지 염두에 둔 일종의 보험이 아니었을까?
이번 유시민의 입각을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많다.. 그런데 그 해석의 대부분은 한가지로 귀결이 된다.. 그것은 노무현 대통령이 여권 내부의 견제를 위한 조치라는 것이다.. 이 말은 자기를 밟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인 열린당의 예비대권 후보들의 뒷다리를 잡고 늘어지겠다는 노무현의 의도를 의미하는 것이다.. 참으로 한심한 비극이 아닐 수가 없다.. 이미 개차반이 된 지지율로 도토리 키재기를 하는 것도 모자라 뒷다리까지 잡혀야 할 팔자이니 열린당의 대권 후보들의 앞날은 깜깜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 속이 얼마나 탈지 짐작이 간다..
맑스의 변증법에 보면 “양질전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 법칙을 열린당에 대응을 시키면 재미있는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먼저 탄핵으로 노무현에 대한 연민이 높아지면서 “무현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철새들이 열린당으로 날아들었다.. 이로 인해 국회 과반수를 차지하고 권력의 양지라는 열린당의 속성이 정립(These)되었다.. 그런데 갈수록 노무현 정권의 실정은 가속화 되면서 권력은 오히려 열린당의 지지율을 하락 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로 인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라는 반정립(Antithese)이 형성된다..
갈수록 불만은 높아지지만 아직은 열린당이란 틀 속에서 일어나는 양적인 변화일 뿐이다.. 그러나 맑스에 의하면 이 양적인 변화가 팽배하여 한계를 넘어설 때는 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질적인 변화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열린당이라 존재가 사라지고 새로운 형태가 형성될 수 밖에 없다.. 바로 이 과정을 변증법에선 합일(Synthese)이라고 칭한다.. 변증법의 정반합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어나는 것이다.. 맑스의 변증법은 자본주의의 운명을 설명하는데 실패했지만, 적어도 열린당의 운명은 설명이 될 수 있을 듯 싶다..
노무현의 웰빙과 집권연장이라는 두 목표의 모순은 시간이 갈수록 첨예하게 대립될 수 밖에는 없다.. 그 과정에서 열린당 내부의 불만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으며 양질전환의 법칙에 의해 결국 어떤 형태로든 열린당은 깨질 수 밖에는 없다.. 내가 보기에 이것은 열린당의 태생적 속성에서 기인한 운명이며, 나는 오래 전부터 이리 될 것이라고 주장을 해 왔다.. 그렇다면 그 시점이 언제쯤 될까? 나는 그 시점이 지방선거가 끝날 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을 한다.. 그들이 부등 켜 안고 가는 마직막 희망이 좌절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핑크빛 환상을 꿈꾸는 노빠들이 있다.. 열린당은 이번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내며 정동영이나 김근태의 인기가 솟아 오른다.. 거기다 경기는 살아나서 실업은 줄어들고 민생이 해결된다.. 그 저력을 바탕으로 이번 5월에 있을 지방선거에서 열린당은 승리를 한다.. 참으로 야무진 꿈이며 환상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꿈 깨!”라는 잔인한 소리를 던지고 싶다.. 전당대회가 성공을 점치기에는 그 주역인 정동영이나 김근태가 너무 식상한 인물들이다.. 경기는 살아날 리 만무하고 그로 인해 5월 지방선거도 완패할 수 밖에는 없다..
결국 그 야무진 꿈이 깨지는 순간 열린당의 양적 변화는 질적 변화로 변경이 될 가능성이 크다.. 쉽게 이야기를 하면 열린당이 깨어진다는 소리다.. 그 상황이 되면 열린당 내부의 정동영이나 김근태 계보 같은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고, 친노 계보 역시 제 살길을 모색할 수 밖에 없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노무현을 탈당시키고 당명을 바꾸며 민주당과 합당을 모색하는 방법이거나, 아니면 공중분해 되는 일 밖에는 없다.. 그 말고 무슨 다른 가능성이 있다면 제시해 주기 바란다.. 내 머리로는 당췌 다른 가능성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그런 의미에서 유시민의 입각을 반기는 입장이다.. 이 상황에서 누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된다 한들 국민들 먹고 사는데 보탬이 될 수 있을까?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앉아 있는 한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차라리 입각을 하여 열린당을 폭파시킬 폭탄이 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항상 이야기를 하지만 열린당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하루라도 빨리 붕괴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이번 유시민의 입각을 환영하는 바이다.. 부디 노무현의 웰빙을 위해 열린당 대권 주자들과 가열차게 싸워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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