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씨, 모르쇠로 버티면 그만인가
이른바 ‘전두환 비자금’으로 의심되는 괴자금들이 하나 둘 실체를 드러내고 있으나 전전대통령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은 전전대통령의 차남 재용씨가 갖고 있는 괴자금 외에 측근 3명이 작년 4월까지 1백6억원을 관리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지난주 전전대통령을 방문조사하는 자리에서 이 사실을 집중 추궁했다. 하지만 전전대통령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뗐다고 한다. 25억원을 관리했다는 측근 손모씨도 “작고한 이규동씨에게서 받은 돈일 뿐 전전대통령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볼 때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 한두푼도 아니고 수십억원이나 되는 거액을 자선사업가도 아닌 이씨가 무슨 이유로 전전대통령 측근들에게 선뜻 건네주었단 것인가. 재용씨도 괴자금 1백67억원이 문제됐을 때 “(외조부인) 이규동씨한테 받은 돈”이라고 우겼으나 곧 거짓임이 들통난 적이 있다. 관계자들이 입을 맞춰놓은 듯 똑같은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이제 따로 방법은 없다. 검찰은 전전대통령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지난번에는 검찰로 부르지 않고 집으로 찾아가 조사했으나 그는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없음이 확연히 드러났다. 검찰은 전전대통령을 검찰청사로 불러 정식 수사에 나서야 한다. 그리고 실정법 위반사실이 드러나면 원칙대로 과감히 사법적 단죄를 해야 한다.
서민들은 단돈 몇푼이 없어 목을 매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전직 대통령은 뇌물로 받은 돈을 여기저기 숨겨놓고 언제까지 희희낙락할 것인가. 이를 차분하게 지켜볼 만큼 국민들이 한없이 너그러운 것은 아니다.
최종 편집: 2004년 02월 22일 18:3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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