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제 임무는 아파트 노인정 찾기입니다.
5월 중에 60세이상 노인들 무료검진을 하기로 결정하였고 지금 적당한 노인정을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입이 찢어집니다.(이 비유에 맞는 속담을 열거해 보세요. 여러분의 지식수준(?)을 판단해보겠습니다)
어제의 일화를 말씀드리겠습니다.
2,500세대가 밀집한 어떤 아파트촌에 갔었습니다.
먼저 부녀회장님과 아파트 관리소장분을 뵙고 제 의도를 말씀드렸습니다. 결과는 대찬성이셨죠. 친히 안내방송까지 해주시더라고요. 생각한 것이 있어 1시간 후에 오겠노라고 하고 일단 자리를 떠났습니다.
근처 꽃집을 찾아 은은한 향기가 매혹적인 허브를 돈이 되는대로 샀습니다.(이 부분에서 마누라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한번도 꽃 선물을 못해줬는데 생판 모르는 남들에게 선물하다니...또한가지, 마눌... 나 이번달 용돈 다써버렸다....)
상자 가득히 허브를 가지고 낑낑거리면서 노인정을 찾았습니다.
지은 지 오래된 주공아파트라서 노인분들이 참 많으셨습니다.
임무는 임무니까 먼저 제가 여기 온 이유부터 말씀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칭찬 하셨습니다. 일정을 잡고 주의사항을 말씀드렸습니다.
분위가가 한참 좋을무렵
“여러 어르신들 제가 용서를 빌어야겠는데 허락해 주실랍니까?”
두런두런 어수선해지더군요. 일단 넙죽 절부터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어떤 정치인이 어르신들께 실례를 범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갑자기 표정들이 어두워 지셨습니다. 좋지 않은 분위기가 금방 감지됩니다.
“너 정치인이여?”
“너 후보자여?”
“말도 꺼내지 마시오!!”
“무료건강검진 사기지!!”
“얼마 받고 이 짓하고 다녀?”
“내쫓아!!”
참혹했습니다. 이렇게 분위기가 냉각되다니.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어르신들 자식 키우시지요. 어른신들이 아니면 제가 어찌 이렇게 잘먹고 잘입고 다니겠습니까? 실수한 것입니다. 너무 흥분해서 막말을 했던 것입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그냥 젊은 놈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저는 누구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습니다. 그저 그 정치인을 용서해달라는 것입니다. 용서해주신 다음에 어떤 사람이 어르신들의 손자 손녀에게 이로울지 판단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꽃나무는 제 성의입니다. 저는 정치인도 아니고 사기꾼도 아닙니다. 저는 돈 같은거 받지 않았습니다. 순전히 제 의지로 제 돈 내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그냥 내 나라를 좋은 나라로 만들고 싶고 제 자식이 제가 겪었던 일을 또 시키고 싶지 않아서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정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한번만 용서해주십시오.”
정신없이 이야기를 마치고 허브를 나눠드렸습니다. 몇몇분들은 끝까지 안받으셨습니다. 그분들에게는 다시 절을 드렸습니다.
노인정을 나와 사무실로 돌아오는 길에 담배를 피워 물었습니다. 마음이 정말 아팠습니다. 화도 났습니다. 내가 왜 이 짓거리를 해야 하는지... 그런데 정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저는 다른 사람들 처럼 지식이 충분치 않습니다. 분별력도 없어서 자주 흥분하고 설득보다는 주먹이 먼저 나가는 아주 단순한 사람입니다. 변변히 하는 것도 없는 인간이 이런 말 하기 정말 창피하지만 열린우리당에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당신들 제대로 못하면 정말 죽을 줄 알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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