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0402토/
囚人記 // 교황과 북한동포
나는 천주교 신자이므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위독하다는 보도에 무관심할 수 없다. 그래서, 전세계의 천주교신자들이 교황의 쾌유를 비는 기도를 드린다는 오늘 날짜 조선일보의 기사를 유심히 보지 않을 수 없었다.
A3면의 약 2/3나 차지한 이 기사 중에는,
국내 천주교계에서도
교구별로 [1시간 간격의 미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려 있다.
좋다.
그러나 나는,
오늘부터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의 [삼종(三鐘) 기도] 때마다 교황님의 쾌유를 바라는 기도를 하지 않고, 굶어 죽어 가는 북한동포를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려달라고 하느님께 빌 작정이다.
왜냐 하면, 교황님의 쾌유를 위한 기도는 노환이시기 때문에 하느님이 들어주시지 않을 수도 있지만, 굶어죽가는 북한동포는 모두들 늙은이는 아니라서 들어주실 가능성이 높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회는 "미사 때의 [보편지향 기도] 차례 때 북한동포들의 구원을 위한 기도를 자주 올리라"는 공식적인 권고를 한 바 없는 것으로 안다. 북한 동포들의 노예상태에서의 해방과 기아에서의 구원을 기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정의구현사제단조차 북한동포를 외면하고 있는 별난 나라.
그러니, 55년 전에 세습독재왕국에 아홉 살 터울의 누이를 두고 월남하여 55년 동안 굶는 날이 하루도 없이 잘 지내는 나 같은 사람들이 저 불쌍한 북한동포를 위해 기도해 주지 않으면 그 누가 기도해 줄 것인가!
교황님을 위한 기도를 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으니까
나까지 합세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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