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北 대량아사, “김정일에 의한 의도적 살인”
서평-하기와라 료오(萩原 遼) 著 ‘김정일의 숨겨진 전쟁’
- 김일성의 죽음과 대량아사(餓死)의 수수께끼
① 당시 국제원조식량 북한에 대량 유입
② 北, 95~97년 상당한 양의 식량 수입
③ 餓死는 적대계층 많이 사는 함경도에 집중
지난 주 일본에 거주하는 제자 중 한 사람이 11월 15일 문예춘추(文藝春秋)사)에서 간행된 일본책 한 권을 보내왔다.
저자 하기와라 료오(萩原 遼)는 1937년생으로 오사카외국어대 조선어과 출신이다.
1969년부터 1980년까지 20년 동안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다(赤旗) 기자였다. 그는 1972년부터 1973년까지 1년여 동안 평양특파원 생활을 한 바 있다.
이 평양특파원 생활은 하기와라 자신의 인생역정(人生歷程)과 정신적·사상적 발전과정에
크나큰 변화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 평양 특파원 시절의 이야기는
‘북조선에서 꺼져버린 내 친구와의 이야기’라는 제명의 책으로 1998년 문예춘추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이 책으로 그는 제30회 오오야 소이치(大宅壯一) 논픽션상을 수상하였다.
저자, ‘6·25 남침’ 北문건으로 밝혀
그는 일본 공산당과의 오랜 세월에 걸친 관계를 청산하는 데 성공,
1989년부터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 생활하고 있다.
1989년부터 1992년까지는 미 워싱턴 DC에 머물면서
미 국방성이 비밀취급을 해제한 한국전쟁 관련 문서 160만여 쪽을 섭렵,
북한의 문건을 통해‘6·25는 북침(北侵)이 아닌 남침(南侵)’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밝혀냈다.
하기와라는 이 내용을 1993년 ‘조선전쟁’이라는 책으로 출간한 바 있다.
하기와라는 ‘한국논단’ 초청 등으로 여러 차례 방한, 강연한 바 있고,
일본 NGO ‘북조선귀국자의생명과인권을지키는회’를 창설, 공동대표로 활동했다.
김정일, ‘두개의 전쟁’ 은밀히 수행
이 책에서 언급된 두 개의 ‘숨겨진 전쟁’이란 무엇을 지칭하는가 하는 의문을 풀어가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묘미다.
그러나 끝까지 통독하지 않더라도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훑어보면
대략의 짐작은 가리라 생각된다.
`김정일의 숨겨진 전쟁`/하기와라 료오 著
제1장 모든 것은 차우체스크 처형에서 시작됐다 /
제2장 핵(核)위기를 연출한다 /
제3장 김일성과 김정일의 노선(路線) 대립 /
제4장 선별적 식량배급 /
제5장 ‘적대계층을 아사(餓死) 섬멸(殲滅)시킨다 /
제6장 식량은 모자라지 않았다 / 제7장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위와 같은 소제목만 보고도 짐작되는 것은 두 개의 전쟁 중 하나는
김정일과 그 아버지 김일성과의 노선대립에서 빚어진 상극·상쟁의 실체가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전쟁은 김 부자(父子) 정권이
‘차우체스크 처형’과 같은 끔찍스런 종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적대(敵對)세력을 구체적으로 설정, 이들을 철저하고도 완벽히 섬멸하는 것이
전쟁을 의미할 정도의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93년부터 김 부자 사이에 정치적 대립은 고조되었다.
김일성은 농업 및 경제 우선을 주창한 반면 (인민 대중에 ‘이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는 공언 등)
김정일은 군(軍) 우선을 밀고 나갔다.
김일성은 (1994년 7월 7일) 사망하기 전날에 열린 회의에서도
원자력발전소 원조를 화력발전소 원조로 전환하라는 주장을 고집하는 등
부자 간 노선대립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김일성 사망 후 김정일이 식량원조를 대대적으로 끌어들였지만 아사자(餓死者)는 급증했다.
아사자는 함경남북도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이는 94년부터 함경도에 대한 식량배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고 있다.
“대량아사의 사실을 북조선 정부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단지 94년부터 매년 일어난 자연재해로 농업이 큰 타격을 받아
식량부족이 됐다고 정도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기아에 견디지 못하고 중국으로 탈출한 수십만의 북조선 난민들은
인육(人肉)을 먹을 정도로 극심한 기아와 대량의 아사자 발생을 이구동성으로 증언하고 있다.
… 문제는 그 원인이다. 아사자 발생을 인정하더라도
그 이유를 자연재해나 농업의 부진을 이유로 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일정권에 더 많이 원조하면 아사자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견해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분명히 밝힌다.
① 국제원조 식량이 대량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는데도 아사자가 급증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② 대량아사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95년부터 절정기인 97년까지 북조선 정부는
매년 250만t에서 300만t의 식량을 수입하고 있었다.
국제원조와 합치면 국내생산이 제로(零) 일지라도 전 국민을 먹일 수 있었다.
③ 아사자는 적대계층이 많이 사는 함경남북도에 집중되었다.
이상 세 가지 사실로써 대량아사는 자연사(自然死)가 아니라
김정일에 의한 의도적이고 인위적인 살인이었음이 논증되었다.
… 김일성은 김정일의 대량아사 살인에 장해(障害)가 되니까 제거된 것이 아닐까
… 화력발전소냐 경수로(輕水爐)냐, 미국으로부터 어느 것을 획득하느냐가 최종적으로 논의되는
1994년 7월 8일의 제네바 미·북 고위급 협의 전날, 김일성이 급사하였다.
북조선 전문가들은 대개 김일성의 죽음을 자연사라고 주장하지만
이 일정의 섬뜩한 부합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김일성이 죽음으로 이후의 대량아사 살인이 가능해진 것이다.
김일성의 죽음과 대량아사와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논증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
이 책에서 저자가 취한 논증은 북조선 내 문건·자료를 자료로 삼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저자 하기와라는 이 책의 저자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김정일 압력만이 북한 움직여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재방북이 있었다.
2004년 5월 22일. 무엇을 김정일한테서 언질받았는지
‘2년 안으로 일·북 국교정상화를 하고 싶다’고 내뱉고 있다.
‘장난질’이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즈미 총리의 경거(輕擧). 이에 추종하는 일부 야당의 추태,
구원을 기다리며 밤낮으로 절규하고 있는 납치된 일본인들,
재일조선인 귀국자(북송교포 지칭), 그 일본인 배우자,
그리고 미증유(未曾有)의 재액(災厄)을 당하고 있는 2천만여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민.
핵을 휘두르는 김정일과 마주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것을 위한 문제제기로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수난은 각오한 일일 뿐….”
비장감조차 드는 저자의 절규를 필자는
탈북동포 구원활동에 종사하는 한국 내 모든 NGO 봉사자들과 ‘미래한국’ 독자들에게 긴히 전하고 싶다.
특히, 이 책의 제7장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내의 소제목들을 소개한다.
① 김정일과 국교정상화를 해서는 안 된다
② 납치해결, 핵의 완전폐기를 밀어붙여라
③ 압력만이 북한을 움직인다.
④ 남아프리카가 흑인차별정책을 폐기시킨 국제제재를 상기하자
⑤ 필사즉생(必死卽生).
李英勳 교포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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