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이 건학이념을 실현할 수 없다면 그 사학은 생명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건학이념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고, 그 실현을 위해서는 사학의 자율성과 특수성이 최대한 보장되고 신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학관련법 개정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사학의 설립?경영자의 고유권한을 모두 빼앗아 초?중고등학교는 교사회 학부모회 지역사회 인사에게, 대학은 교수회 학생회 직원회에 넘겨주는 장치만을 튼튼히 다져놓으려 하고 있다.
설립자의 건학이념은 아랑곳하지 않고 각자의 생각을 실현하는 데만 급급한 사람들에게, 만사를 다수결로 처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이 민주성의 강화라 한다면, 이야말로 사학의 존재의의를 부인하려는 참으로 어리석은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의 발상은 마치 민법상의 재단법인인 학교법인의 법률상 권익을 모두 빼앗고, 총회의 결의로 법인 업무를 정하는 사단법인화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사단법인 회원들이 민주적인 방법에 따라 누구라도 회장이나 임원이 될 수 있다고 해서, 성격이 전혀 다른 학교법인에 대해서까지 사단법인처럼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야말로 어처구니없는 착상이다.
그러한 주장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라리 수백 명, 수천 명이 모여 자신들이 낸 회비로 운영하는 사단법인을 설립하고, “사단법인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행위라 하겠다. 사단법인뿐만 아니라, 학교법인도 민주국가 제도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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