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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여가는 대북사업..재계 "정부가 중심 잡아라" [펌]

현대그룹의 대북 관광사업이 북한의 "술수"와 우리 정부의 미온적 태도
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북한이 "김윤규 카드"를 꺼내면서 일이 꼬이더니 급기야 롯데관광 등 제 3의 기업 참여 논란과
함께 정부 마저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로 돌변하면서 "현대-북한-우리 정부"간의 신뢰
가 무너지고 있다.

재계 입장에서 보면 이같은 현대의 위기는 대북 사업 추진과 관련해 남의 일로만 여기기 어렵다
. 북한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북한 당국은 필요할 때 두손 들어 반기더니, 어느 틈엔가 등을 돌려 버렸다. 북한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중인 모든 기업이 감수해야할 위험이다.

현대 입장에서 대북 사업은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얻어낸 결과물이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
몽헌 회장 시절 현대는 무려 5억달러에 달하는 댓가를 치르며 대북 사업에 매달렸다.

현대의 대북 사업은 "냉전"을 해소하는 기폭제 역할도 했지만 비자금 조성 등의 의혹을 초래
해 결국 고 정몽헌 회장이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현대의 대북 사업은 단순히 "총수의 죽음"을
딛고 진행해온 사업인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배신"이 더 심각하게 와 닿는다. 2000년 북한과 현대는 7대 사업 독점권에 대
한 합의서를 작성했다. 사실상의 정식 사업 계약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북한은 이 합의서
를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현대그룹이 북한측의 어이없는 "배신"에 대해 보다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더이
상 끌려다니지 말고 당당히 권리를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다.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북측과 손을 잡고 현대를 밀어내려 하는 형국이기 때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10일 통일부 국감에서 "현대와 북측이 독점계약을 맺었다 해서 정부가 자
동적으로 독점권에 귀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롯데관광의 대북사업 참여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비쳐진다. 그동안 현대와 정부
, 북한간의 3자 약속을 폐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한다면 앞으로 현대 뿐 아니라 어떤 국내기업도 북한 관련 비즈니스
에 선뜻 나서기 어렵다. 북측의 비위를 못 맞추면 우리 정부로부터도 버림 받는다는 선례가 만들
어졌기 때문이다.

롯데관광 역시 "기회주의"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처신할 필요가 있다.
슬금 슬금 북측에 다가서는 건 곤란하다. 지금부터라도 사업 진행의 모든 부분을 현대측과 상의
해 나가는 게 옳다는 지적이다.

현정은 현대 회장은 10일 사내 메일을 통해 "현대아산과 북한은 오랜 우정을 나눈 형제이며, 형
제는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므로 우리는 (북측이) 인정해줄 때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고 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그 험한 배신을 몸으로 겪으면서도 "참고 기다리겠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현회장의 편지글이 "절규"로 들린다"고 말했다.

이승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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