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수업’ 교사들 다시 교단에 세워라
입력: 2006년 07월 12일 18:15:51
어제 경향신문이 사회면에서 보도한 ‘교문 밖 참 수업’ 기사는 우리나라 사학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새삼 환기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재단의 비리를 폭로했다가 파면 당한 서울 동일여고 교사 가운데 한 사람인 조연희 선생님이 방과후 학교 주변 골목길에서 마이크를 들고 수업을 하고 있고, 학생들은 땅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스승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이다. ‘길거리 수업’은 처음에는 학교 앞 공원에서 시작됐으나 일부 학부모들이 집회신고를 하는 바람에 쫓겨났다고 한다. 학교측은 교사들에게는 교단을 뺏고, 학생들에게는 스승을 뺏고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귀가 지도’라는 명목으로 이 노상수업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고 하니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다.
학교측은 조씨 등 해직교사 세 사람을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이들이 폭로한 급식비·동창회비·장학기금 비리는 모두 사실로 드러나지 않았는가. 학교와 재단의 잘못을 지적하고 교내 민주주의를 일깨운 양심적인 교사들에게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파면이라는 상식 이하의 조처를 한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서울시 교육청 등 관련당국도 결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학교와 재단의 비리가 속속 사실로 밝혀지고, 이를 고발한 교사들이 교단에서 쫓겨나는 데도 ‘시정조치 요구’라는 형식적인 솜방망이 처벌만 내린 뒤 1년이 넘도록 팔짱만 끼고 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학교측에 관대한 처분을 내려야 할 무슨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는 것인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조연희 선생님은 길거리 문학수업에서 윤동주 시인의 ‘길’이라는 시에 대해 강의를 했다고 한다. 우리는 학교·재단측과 당국이 의당 걸어야 할 ‘길’에 대해서도 재삼 촉구한다. 선생님들을 학생들에게 돌려보내고, 비리에 대해서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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