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우롱하는 교원성과급 반납"
전교조 부산지부는 지급된 성과급 중 48억6000여만원(5124명분) 을 교육감에게 전달하고 성과급제 폐지와 성과급의 연구수당 전 환을 요구했다. 강원지부 소속 교사 등 100여명도 전교조 계좌를 통해 모금된 초·중·고교 교사 2570명의 성과급 23억원을 1만 원권 지폐로 현금화해 교육청 정문 앞에 쌓아놓고 성과급 차등 지급에 반대하는 결의 대회를 열었다. 전북지부의 참가교사들도 “ 성과급은 교사를 등급화·서열화하는 반교육적 처사이며 교육청 은 반납액을 수령해 수당으로 일괄 지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시·도교육청에 공문을 보내 “성과급을 돌려받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교육청 은행 계좌번호도 알려주지 말라 ”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각 교육청은 전교조에서 반납하는 성 과급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옛말에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는 말이 있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한쪽에서는 기를 쓰고 주겠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악을 써가며 안받겠다고 한다. 도대체 교육당국이나 전교조나 국민들이 낸 세금을 무엇으로 알고 이런 작태를 벌이 고 있는지 한심스럽고 화가 치민다. 교육을 위해 국민이 낸 돈을 교육부는 회계장부에서 털어내는 데 급급하고, 전교조는 이벤트 화하는 데 급급하다. 오죽하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에서 “교육부는 법을 고쳐서라도 성과급을 돌려받아 교육에 재 투자해야 한다”고 했겠는가. 또한 ‘바른교육권실천행동’에서 는 “전교조는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개별 학교의 학교발전기금 이나 사회복지시설에 기부하는 형식으로 성과급을 반납하면 된다” 고까지 주장하겠는가.
교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에 대해 짚어보자. 성과급은 교육적 용어가 아니고 경제적 용어다. 목표를 달성해야 지급하는 보상 성격이 매우 강한 돈이다. 따라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면 성 과급을 지급할 수도 받을 수도 없다. 교육적 성과가 없는 교사에 게는 당연히 성과급은 돌아가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A, B, C로 나누어 전 교원에게 지급하고 있으니 합법을 가장한 모순된 제도 임에 틀림없다.
교육 당국이나 전교조나 흥분된 감정을 가라앉히고 할 일을 생각 해보자. 우선 교육 당국은 새로운 성과급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현행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성과급 제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공정한 평가’다. 공정한 평가 없 는 성과급제는 무의미하다. 평가에 대한 종합계획을 마련해야 한 다. 평가내용, 평가기준, 평가방법, 평가결과 활용 등에 대한 치 밀한 계획이 필요하다. 그리고 평가에 대한 교원들의 공감대 형 성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동참 없는 제도란 무의미하기 때문이 다.
전교조 교원들도 이제는 교원평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교원평가 를 하지 않는 선진국은 없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까지도 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동일한 업종에서 일하는 대학교수들도 혹 독한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수업평가를 비롯해서 학생지도평가, 연구업적평가, 교내외 봉사 평가 등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많다.
교수업적평가는 법적으로 시행하게 돼 있다. 업적평가 결과에 따 라 재임용과 승진에서 탈락하기도 한다. 교수들은 엄청난 평가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교수들 사이에 자조적인 말 이 오간다. “교수보다 교사가 훨씬 낫다”는 말이다.
‘교원평가제를 통해 나태하고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교원을 가 려내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평가제는 실추된 교권을 다시 본궤 도에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교사를 지망하는 어느 사범대 학생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다. 명실상부한 ‘성과급’제도가 정 착되기를 기대한다.
[문화일보 / 백형찬 서울예술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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