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건학이념 살리려면
[국민일보 2006-12-24 18:00]
평화롭지 못한 세상,그래서 오늘 성탄절을 맞이해서 아기 예수님의 평화가 온 세상에 임하기를 더 간절하게 기원하게 된다.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갈등이 1년 전 그대로 재연되었다. 재개정을 위한 집회가 여러 번 열렸고,목회자들의 삭발과 단식까지 이어졌다. 안타까운 상황이다.
1년 전 일부 사립학교에서 족벌 운영,재정 비리,정실 인사가 봇물처럼 터져나와 큰 사회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 때 사학법 개정 찬반은 기득권 수호와 개혁이 대립하는 식의 구도로 진행되었다. 그러니 어느 방법이 비리 척결에 가장 효과적인지 따질 겨를이 없었다.
결국 정치적인 대치 상태에서 이사 정수의 4분의 1 이상은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원회가 2배수 추천하는 인사 중에서 선임하는(제14조 제3항) 개방형 이사제를 핵심으로 해서 작년 12월9일 국회에서 사학법이 개정되었다.
1년 만에 사학법 갈등이 재연되었다. 기독교 교단장협의회에서는 개방형 이사제 등 작년의 법 개정 자체를 인정하지 못하겠으며,학교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 여당은 재개정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면충돌이다.
사립이든 공립이든지 학교에서 부패와 비리는 사라져야 한다. 누가 부정하겠는가. 국민들의 염원이다. 투명성과 공공성이 확보되고,학교가 발전되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자녀들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받아야 한다.
교육부에서는 사후 감사로는 투명성 확보가 불가능하니 개방형 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런 주장은 교육부가 그동안 사학에 대해 책임을 방기했다는 역설적인 고백이다. 사학의 투명성을 위해 개방형 이사제가 효과적인 방법일까.
투명성에는 인적 투입 방식보다는 시스템 확립이 더 효과적이다. 즉 매년 공인회계사가 재정 결산과 감사를 하면 재정 비리를 막기에 충분하다. 또 족벌 체제,방만한 경영,정실 인사 같은 비리는 교육청에서 매년 업무 감사를 철저하게 하면 막을 수 있다. 이런 지도,감독 시스템을 법으로 규정해야 한다.
또 사학의 공공성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이사회를 개방하면 된다. 사학의 건학 이념에 맞는 인사를 이사 후보로 교육청 혹은 법원,또는 다른 공공기관에서 2배수로 추천하는 방법이다.
다만 종교계 사학은 신앙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단서 조항을 두자. 설립자가 소속된 종단,혹은 교단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공익성이 높아지고 학교가 발전하게 된다.
KNCC에서는 사학법을 둘러싼 최근의 사회 갈등을 우려하며 지켜보았다. 그래서 지난 20일 교단장회의에서 ‘시스템으로서 비리 척결’과 ‘공익형 이사회 개방’이라는 방안을 마련해 청와대와 여야 원내대표에게 KNCC의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학교 발전에 초점을 맞춘 중재안이다. 정치권과 입법부에서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
고통당하는 이웃들이 아직도 너무 많다. 사학법 갈등을 조속하게 해결하고 우리 사회가 거기에 눈을 돌리고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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