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원희룡과 홍준표가 당권 다툰다는 게 영 보기가 싫은 거라.

남의 잔치에 감 놔라 배 놔라 할 게 못 되지만, 그래도 이쁜 것과 미운 것은 구분이 되길래 한마디 한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려던 닭그네의 방침이 실현된 이후 당권을 빈껍데기로 보는 시선이 주류를 이루었다.

즉, 당권출마는 대권포기를 의미하므로 이미 ‘천장을 낮게 정해놓고 도약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었다. 적어도 어둠 속에 가물거리며 껌뻑거리던 형광등이 이제야 켜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일까.

흔히 말하는 잠룡들도 출마해봐야 소룡으로 전락하는 당권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시선으로 임했다.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랬겠지. 그때까지는 빈껍데기로 보였겠지.

그런데, 세상일은 시간적으로 앞뒤가 있다.

바로, 당권결정이 대권후보 결정보다 타이밍이 앞선다는 것이다.

만일 대권후보가 결정된 후에 당권경쟁을 한다면, 그 당권주자는 당연히 대권후보의 꼬붕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권 결정이 먼저 이루어진다면, 문제는 달라진다는 것이다.

당권과 대권의 분리 어쩌고 하지만, 그건 그때 가서 볼 일이고, 당권이란 게 대권보다 훨씬 실권이 부여될 수 있기에 하는 소리다.

즉, 닭그네의 얌체전술이 자충수가 되도록 구사할 전략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당권을 거뭐쥐고 당의 방침에 불복하는 대권후보를 탈당시키면, 대권후보가 감히 어떻게 할 방도가 없다는 거다.

따라서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상태에서 당권을 먼저 결정할 경우, 예비 대권후보는 자신을 밀어줄 당권주자를 밀어주어야 그가 당권을 쥐고 나서 대권후보를 밀어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예비 대권후보들의 당 대표 선출에 대한 방관은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대권이 훨씬 커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도 한나라당 내에 있을 때의 말이다.

만일, 대권후보 어쩌고 하는 것을 당 대표가 탈당시켜 버리면 지가 어떻할 건데!

한나라당 후보가 아닌 미친 모임 후보로 대권에 도전해보라는 거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가 박진 의원이 떨어지고 원희룡이나 홍준표가 당권을 쥘 경우, 한나라당의 좌클릭을 우로 교정할 기회를 영영 잃게 되어 집토끼를 다 날려버리기 때문에 향후 대권전망도 어둡다는 것이다.

박진 의원이 나경원 의원과 연대하도록 우파 잠룡과 우파 의원들이 지지를 하였다면 좋았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날짜가 다 지났기에 밤새 가물거리다가 아침 해가 뜨고 나서야 켜지는 형광등 같은 소리다.

애시당초 방송을 접수하지 않아 저들이 조작한 공론에 휘둘린 결과이지만, 이제는 동전의 앞면만 나오도록 베풀어준 하늘의 은덕을 모르는 이명박이 깨닫기에도 늦었다고 본다.

나도 무심하다 보니 이제야 그게 생각나고, 희미한 미련에서 한마디 지껄여 볼 뿐, 이미 기대를 접은 마음을 돌릴 길이 안 보인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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