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자가 가장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경멸 받는 것”이다.

사실 일상생활 속에 이미 몸에 익어버려서 바꾸는 데 오히려 힘든 것이 ‘좌측통행’, ‘번지주소’, ‘기존 한자식 명칭’ 등이다.

이를 ‘우측통행’, ‘도로명주소’, ‘일본식이 아닌 다른 한자명’(가령 적십자 총재를 적십자 이사장으로)으로 바꾼다면, 그 변화과정이 귀찮기만 할 뿐 별다른 효용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이따위 별것도 아닌 귀찮은 “경멸스런 것”에 목숨 거는 듯 치열하게 설치는 인간들이 정작 중차대한 사안에는 일부러 별것 아닌 양 꽁무니 빼고는 태연한 척 훈계나 떨며, 속으론 치열하게 잔머리 굴리는 사례가 있으니 바로 요즈음의 정부와 한나라당 내 얌체들의 태도다.

이번 8.15 축사에 이명박이 “공생”, “탐욕경영” 같은 소리를 했다는데, 이는 이미 좌파모드에 빨려들어갔음을 의미하며, 그 공생에는 절대로 우파를 향한 손짓이 아닐 게 뻔할진데, 진정 그가 말한 탐욕경영에는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자신도 포함되는지 묻고 싶을 지경이다.

사실 ‘공생’, ‘화합’, ‘나눔’은 좌익에 대한 수혜의사 표시이지 절대로 국가적 존망을 다룰 본질적 사안이 아니다.

또한 이러한 모드로 들어가면 이미 좌익야당들이 선점한 모드이므로 절대로 한나라당이 타이틀을 차지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정몽준이 ‘아산나눔재단’을 만든다고 알토란같은 돈 5000억을 쏟아 부었다.

이는 씨름선수가 권투판에 끼어드는 격이다. K1경기에 출전하다가 와해된 우리나라 민속씨름과 같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정동영이 “재벌2세가 나눔이라니”식으로 헛돈 날렸음을 암시하며 조롱하고 있으며, 인터뷰 마이크 갖다대는 언론도 정몽준의 재산상속 관련 질문으로 그의 무기인 富를 와해시키려고 깐죽거리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가.

어차피 대기업 총수가 지분을 많이 가지면 독식한다고 비판할 것이고, 적게 가지면 비정상적인 지배구조라며 비난할 것인데도 그때그때의 비난을 모면하려고 자기의 것만 잃어가는 모습이다.

구글 사태를 보고는 소프트웨어 투자 안했다고 비난하지만, 그전에 소프트웨어 손대었다면 중소기업분야 잠식이라며 비난했던 기억이 안 나는가.

여기에다 홍준표가 대북 상호주의에 충실한 현인택 통일부장관의 교체를 요구(독도 문제를 잘못 처리한 김성환 외통부장관은 왜 거명 안하나?)하며, 대북화해를 무슨 국가중대사인 양 떠들며 표풀리즘에 매달리고 있으며, 유승민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발상을 비난하며 민주당에 빨려들어가는 친박의 구도를 유지하려 요설을 씨부리고 있으며, 이종구 서울시당위원장은 자신은 아무것도 걸지 않은 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율이 25%가 안 되면 오세훈 시장의 직을 걸라며 안방에서 뒤통수 때리는 얌체 짓을 자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박 집권 초기에 우파네티즌들이 가장 먼저 접수하라는 방송을 방치하였기에 방송화면에서는 소수 좌익의 주민투표 반대 시위 장면에다 시간의 대부분을 할당하고 있으며, 집권초기에 두 번째로 접수하라던 선관위를 방치하였기에 전공노에 물든 선관위가 오세훈에 대한 편파적 선거운동 방해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는 실정을 알기나 하는지.

요즈음 조선일보에 김현희 연재가 나와서 읽어보았는데, 김현희에 의하여 KAL858기가 폭파되었을 때, 가장 많이 숨진 사람이 중동에서 일했던 현대건설 직원들이었고, 그 때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 이명박이었는데, 그 KAL858 희생자 유족들이 역사적 증언을 위하여 김현희를 용서하였건만, 좌파정권시절 국정원(과거사위)이 김현희에게 ‘안기부의 조작’이라고 거짓자백을 강요하며 괴롭혔음에도 신변위협까지 무릎 쓰고 이겨냈건만, 아직도 이명박이 김현희를 만나 진상을 물어보기라도 했다는 보도가 없다.

하긴 그 장면이 방송을 타는 순간 상당한 헤게모니를 장악할 텐데, 에라이 “경멸스런 수준”하고는...

현대건설 직원의 희생과 유족의 용서를 외면하며 출세가도만을 쫓아온 이명박이야말로 바로 타도되어야 할 “탐욕경영가”가 아닌지 물어볼 일이다.

그나마 4대강 사업의 완결과 통일부의 굳건한 자세 빼고는 이제 주문할 것도 없지만, 주가가 1800선이 무너진 마당에 아직도 IMF 사태를 부른 YS처럼 “갱제”를 국정제일과제처럼 내세우고 싶은가.

우선 방송을 접수하지 못 했으면, 선관위원장부터라도 하나씩 족쳐서 편파적 선거방해라도 없애야 하지 않겠는가.

“공정사회”라고 떠들지 않았나? 선거부터 공정해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다면 우파가 손해 보는 게 “공정”이란 말인가? 그건 “공산”주의인데!

한상대의 “종북척결”이 ‘잔챙이 종북들 귀찮게 굴기’가 아니길 빈다.

이명박 퇴임 후 신변안전 문제의 바로미터가 바로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임을 명심하길 빈다. <끝>

<부 추 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