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特調委 민간 직원 중 선박전문가 '0'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가 최근 민간 출신 공무원 31명을 채용했으나, 이 가운데 선박 전문가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조위는 세월호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3월 출범한 중앙 행정 기관이다. 특조위는 "세월호가 인양되면 선체를 직접 조사해야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조사의 최일선에 서는 민간인 출신 직원 가운데 선박 전문가가 없다는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조사 담당 23명 中 선박·해양 전문가 '0명'

특조위의 이번 채용은 민간인에게 일정 기간 업무를 맡기고 공무원 경력을 인정해 주는 '별정직 공무원' 채용으로 진행됐다. 특조위의 핵심 업무인 조사를 담당하는 4~7급 23명을 포함해 언론홍보·외국어·기록관리 등 총 31명을 뽑았다. 특조위는 4급의 경우 최소 4600만원에서 최대 8000만원까지 연봉을 받는다고 공고한 바 있다.

지난달 초 서류 접수를 받아 이 가운데 3~4배수로 108명의 면접 대상자를 뽑았으며, 지난달 25~26일 이틀간 면접이 진행됐다. 지난 3일 최종 합격자 공고가 났고, 신원 조회를 거쳐 결격사유가 없으면 이달 중순 이후 임용될 예정이다.

14일 특조위에 따르면 조사 업무에 배정될 합격자 23명을 비롯해 전체 채용자 31명 가운데 선박 전문가는 한 명도 없다. 4~7급 가운데 '허리'에 해당하는 5급 조사직 숫자가 가장 많다. 28명의 서류 통과자 가운데 7명을 5급 조사직으로 뽑았다. 그런데 서류 통과자 가운데 선박·해양 경력자 3명은 면접 과정에서 탈락했다. 국내 유수 선박 업체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해양수산부 자문 역할을 했던 인사, 해양구조 전문가, 해경 출신이 다 떨어진 것이다.

과장급인 4급 조사 담당의 경우 16명이 면접을 봐서 4명이 뽑혔다. 소방방재청 근무 경력이 있는 재난전문가를 비롯해 경찰, 군, 국정원 등에서 조사 경력이 있던 전문가들이 탈락했다.

이보다 앞서 서류 전형 단계에서 선박·해양·재난·조사 전문가가 얼마나 탈락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최종 합격한 4~7급 조사 인력 23명은 진보 싱크탱크와 시민단체 출신을 비롯해 인권, 노동, 사회복지 등의 분야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주축이 됐다.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에서 활동한 인사도 적지 않았다. 민변 및 이석태 위원장과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도 포함됐다. 이 위원장은 민변 회장을 지냈다. '세월호국민대책회의'에서 활동한 인사도 조사 담당으로 최종 합격했다. 대책회의는 좌파 단체 등 800여개 단체가 참여했으며, 세월호 사태를 계기로 대정부 투쟁을 벌여온 조직이다.

또한 특조위 조사 결과를 정리하는 기록 관리 담당자 가운데 유가족 단체인 4·16가족협의회에서 실무를 했던 인사가 포함됐다. 한 관계자는 "유족을 위해서 활동했던 인사가 조사 결과 기록을 담당할 경우 특별법이 정한 특조위의 중립성에 위반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위원장 독단이다" 對 "공정했다"

이번 채용 과정에 대해 조대환 특조위 부위원장이 문제 제기를 했다. 조 부위원장은 지난달 말 '불공정 심사'를 문제 삼아 면접을 거부한데 이어 13일에는 "이석태 위원장이 별정직 채용 과정에서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조 부위원장은 "직급별로 5명의 면접관 가운데 과반(3명)이 이 위원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됐다"며 "과반이 점수를 몰아주면 채용되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실제 면접관 가운데 과거 야권 시민단체와 노무현 정부 등에서 활동하고, 야권 후보 등을 지지했던 인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석태 위원장은 "인사혁신처에서 면접 과정을 감독했고, 정부 채용점검위원회가 공정하게 채용됐다고 평가했다"고 해명했다. 실제 채용을 담당한 면접관들도 "일을 잘할 사람, 뛰어난 자질을 가진 사람을 채용했다"고 주장했다. 심사에 참여한 한 면접관은 "특정 면접관이 특정 면접자에게 점수를 몰아준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면접관은 "선박, 해양 분야 전문성보다는 면담 능력, 진술 취합 능력을 핵심이라고 봤다"며 "합격자 가운데 상당수는 (작년 말 이후) 특조위 전문위원으로 활동해 전문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 지식은 자문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고 봤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세원 한국해양대 항해학부 교수는 "선박이나 해양, 구조 및 구난 전문가가 현장에 가고 사람들을 만나면 전문 지식을 배경으로 남다른 조사 포인트를 찾아내고 심층적으로 파헤칠 수 있다"며 "특조위가 선박, 해양 전문가를 채용에서 배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