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학살 진상규명 위원회는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 12월 10일, 국회 과거사진상규명에관한특별위원회(위원장 강인섭 의원, 이하 과거사특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많은 유족들이 반세기 이상 요구해 온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법(안)'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국회 과거사진상규명 특위의 이번 결정은 근 100만 명에 이른다고 알려지고 있는 민간인학살의 비극적 진실을 밝혀내는데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것이다. 많은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 온 국회의원들의 용기와 입법 의지에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앞으로 남은 국회 의사일정을 재촉하여 부디 이번 회기에 상기‘진상규명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어 그동안 가해자들에 의해 뒤집힌 치욕의 현대사를 바로 세우고 피해자와 그 유족의 짓밟힌 인권을 원상회복 시키는 데 대한민국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들의 입법 의무를 다해 주기를 간곡히 촉구하는 바이다. 소망스럽게도 그 특별법이 마련된다면 그동안 이루어진 과거청산 작업의 정치적 한계와 지역적 굴레를 일거에 극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21세기 대한민국을 세계 수준의 인권사회로 거듭나게 하는 미래지향적인 입법조치가 될 것이며 여기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명성도 길이 남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법안내용에 의하면 진상규명위원회가 대통령직속의 독립적인 기구가 아닌 국무총리 산하의 기구로 격하되었고 위원장은 국무총리가 하는 것으로 되었다고 한다. 이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100만 명에 달하는 사안의 규모나 50년 이상 묵혀 온 사건의 조속하고 분명한 해결을 위한 중요성에 비해 볼 때 너무 낮은 위상의 기구에서 형식적으로만 처리한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법안이 조정된 것에는 우리 사회의 일부소수 가해자들의 분탕질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형태의 기구에서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실조사는 물론이거니와 과거청산을 위한 진실규명에 근접하기 매우 어렵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법안이 이렇게 개악된 저간의 사정을 볼 때 군대 내외의 일부 수구세력의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법 제정 반대'라는 반역사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군대이며 국민과 함께 가야 할 21세기 대한민국 국방부가 50년 전의 반인도적 죄를 저지른 일부 소수 군인들의 망령에 발목이 잡혀서는 안 되는 일이다.
따라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의 운용과정에서 드러난 많은 시행착오를 극복하고 비용과 인력, 시간의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원안대로 대통령 소속의 민관합동위원회 수준에서 제대로 된 진상규명특별법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촉구하는 바이다. 국무총리나 각료 등은 개각될 수도 있고, 그래서 업무 진행의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회의 성립 자체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업무수행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본 건과 같이 ‘일종의 과거 사건 의문사’에 준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현재 운용되고 있는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특별위원회’와 같은 위상을 갖는 기구이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따라서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상시적 활동을 보장하도록 위원장은 독립적인 인사가 해야하며 또 상임위원제를 존치해야만 방대한 조사 진행과 업무의 연속성과 조기 해결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 등 171개 인권시민사회단체의 주장대로 대통령소속기관으로 진상규명위원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부터 해야 하며 이들의 주장이 매우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사다망 할 것으로 여겨지는 국회의원들의 역사적 결단에 다시 한번 더 지지와 격려를 보내고자 한다.
그리고 본 건 해결의 전향적 조치를 기대하기 위해서 국방부의 개과천선과 반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그렇지 않을 시, 여전히 훼방을 놓는다면 한국전쟁전후 시기에 너무나 억울하게 비명에 가신 피학살 희생자 및 피해자 유족들과 함께 국방부 장관 퇴진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하는 바이다.
2003년 12월 15일
제주4.3항쟁 진상규명 명예회복 추진 범국민위원회
공동대표 김찬국 강만길 고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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