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120/ 김기철의 글 (1) 빈 깡통, 빈 가방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기철씨가 쓴 글 [한국의 보수가 인기없는 이유]를 오늘 다시 읽어보니까, 하고 싶은 말들이 뭉게구름처럼 떠올랐다. 그 중에서 일부만 추려 이 글을 쓴다.
1. “그것도 글이라고 썼느뇨?” 라는 나의 지난 번 글 제목은 공개적인 공간에 함부로 써서는 안 될 모욕적인 표현이다. 이 점을 잘 알면서도 내가 감히 이런 표현을 쓴 근본적인 동기를 밝힌다면 다음과 같다.
나는 평범한 무명시민이므로 말도 안 되는 잡문을 인터넷 게시판에 써봤자 별로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 겨우 몇십명의 독자가 읽으니까. 따라서 글 같지 않은 글을 쓰는 줄 알면서도 수치심 없이 글을 써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러나 김기철씨처럼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거기서 밥벌이를 하는 사람의 글은 사명감 없이 독자를 깔보고 아무렇게나 글을 휘갈겨 써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 독자가 수백만 명이니까.
* 발행부수가 약 2백만부라면 독자는 최소한 4, 5백만 명은 될 것임.
따라서 나는 “그것도 글이라고 썼느뇨?” 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고 “가장 적절한 표현”이라고 믿는다.
2. 김기철씨의 글 제목 [한국의 보수가 인기없는 이유]는 제목부터가 잘못되었지 않은가 싶다. [한국의 보수가 인기없는 원인]이라고 표기해야 옳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유’와 ‘원인’은 뜻이 분명히 다르므로 다음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올바른 표현이라고 본다.
[한국의 보수가 인기 없게 된 원인],
또는
[국민들이 한국의 보수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
* 이유(reason) : 어떤 행동의 목적이나 동기<사람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
* 원인(cause) : 어떤 결과의 근원<모든 사물에 쓸 수 있는 단어>
* 능동문, 수동문 문제도 거론할 수 있음.
3. 김기철씨는 한국의 “보수가 인기 없다”고 단언했다. 그렇다면, “진보는 인기 있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과연 그렇다면, 그 실태를 파악한 방법들이 타당도와 신뢰도를 인정받을 만한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인지를 확인한 바 있는가?
최근 약 1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이루어진 각종 조사 중에서, 인구조사라든가 경제지표 같은 [실태 조사]는 신뢰도가 높다고 인정해 줄 수 있지만,
“어느 당을 지지하는가?”
“당신은 진보 보수 중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
따위의 [여론 조사]는 거의가 가짜라는 의견들이 많다.
이 점을 김기철씨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특히 선거철에 나도는 각종 여론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에서 받은 돈값을 하느라고 조사를 의뢰한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숫자를 책상 위에서 만들어 “여론조사 결과”랍시고 용감무쌍하게 둔갑시킨다는 말도 있다.
이 점은 김영삼 정권 출범 초기인 1993년 봄, 문화공보부가 의뢰하여 이루어진 교사들의 돈봉투 실태 조사 방법을 추궁했던 나 자신이 확인한 바 있다. 서울 서초동에 있었던 그 [무슨 리서치]라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을 방문하여 확인한 것이다.
전화로 나는 물었다.
“조사방법이 전화질문이었는가, 설문지 기재방법이었는가?”라고.
그들의 답은 “설문지로 했다.”였다. 아마도 내가 찾아가지 않고 흐지브지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점은 나중에 확인됐다.
서초동에 있는 그 회사로 찾아가서 설문지를 보자고 하니까, 당황한 직원들이 쑥덕거리다가 그들은 마침내 보여 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까, 이사 때 버렸다는 대답이었다.
“교사들이 돈봉투를 받은 비율은 68%니, 86%니” 따위의 터무니없는 숫자들은 거의 다 이들의 책상 위에서 조작된 경우가 많다고 추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화설문 조사조차 않고 조사 의뢰자로부터 돈만 받아먹은 경우도 있을 터.
* [한국 갤럽] 정도의 여론조사회사는 믿어주어도 좋다고 보지만.
집권세력에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는 거의 다 조작된 숫자로 요리조리 반죽한 것이라고 보아야만 한국에서는 바보를 면할 수 있다고 본다.
4. 김기철씨의 글 내용은 전반적으로 중립적인 태도를 벗어났다.
* 나중에 상론할 것임.
5. 김기철씨의 훈계조 문장 중에서 보수우익 세력이 참고할 가치가 있는, 영양가가 있는 말은 거의 없다고 본다. 김기철씨의 글솜씨 자랑으로 끝난 느낌이다.
즉 김기철씨는 이 나라 이 국민에 대한 애정을 품고 글을 쓴 것도, 보수우익 세력들에게 간곡한 뜻을 전하고 싶어서 글을 쓴 것도 아니라고 본다. 훈계를 주는 척하면서 모욕을 주려고 쓴 글이라고 본다.
은근슬쩍 진보를 찬양해 주려고, 보수세력에게 충고를 하는 듯한 가면극 배우 노릇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김기철씨의 글은 먹을 것이 하나도 남지 않은 [빈 깡통], 또는 아무런 서류나 책 한 권도 없는 [빈 가방]에 비유될 수 있다고 본다.
젊은 논설위원이어서 그런 것일까?
이상의 내 견해를 입증할 문장들을 김기철 씨의 글에서 찾아볼까 싶다..
틈나는 대로 띄엄띄엄.
* 조선일보라는 거대언론매체와 별개의 문제, 즉 김기철이라는 한 젊은 논설위원의 문제만은 아닌 듯싶어서, [조선일보]를 넣어, [조선일보 /120/ 김기철의 글]이라고, 이 글의 ‘소재(타이틀)’로 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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