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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파일" 남는 미스터리는...박지원 전 장관 문건 전달 등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비밀 도청 조직인 "미림팀"을 지휘했던 공운영씨
가 도청 경위 및 유포 과정을 스스로 밝히면서 "안기부 X파일"을 둘러싼 의문이 차츰 드러나고
있으나 "미스터리"는 여전히 남는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노태우 정권 때인 1992년 상부의 지시로 미림팀이 조직됐고 김영삼 대
통령 취임 이후 해체됐다가 1994년 다시 부활됐다는 것. 이후 김대중 정권 출범 직후인 1998년 2
월 미림팀이 또다시 해체되고 공씨가 면직되면서 "후일"에 대비해 자신이 주도한 불법 도청 자료
를 가지고 나왔다.

이후 공씨는 국정원 동료였던 임모씨로부터 재미교포 박씨를 소개받아 삼성 관련 테이프와 문
건을 건넸다. 박씨는 이 테이프를 무기로 삼성과 금전거래를 시도했으나 실패하자 여러 언론사와
접촉 끝에 MBC측에 자료를 넘겼고 결국 현재의 초대형 사건으로 비화됐다는게 골자다.

그럼에도 박씨가 "국민의 정부" 실세였던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해당 테이프를 전달
했다는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는 등 또다른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장관도 알았다" =26일 MBC 기자들과 함께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려다 제지당
한 박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박 전 장관도 5년 전에 문건의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박지원씨 정도면 (공씨 등의) 복직에 어떤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해 공씨와 함께 녹취
록을 들고 갔다"고 말했다. 또 "당시 (사이가 좋지 않았던) 중앙일보와 박지원씨와의 관계 ??문"
이라고 삼성 관련 테이프를 들고 간 배경을 설명했다.

박 전 장관은 문건을 받고서 감사의 뜻을 전했고 테이프도 보자고 했으나 전달하지 않았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은 "사업권을 주거나 복직에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밝혀 박씨를 만난 사실과 문건 입수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나 이 문건 내용이 한나라당과 삼성, 중앙일보에 불리함에도 외부로 공개하
거나 언급한 적이 없었다. 박 전 장관은 무엇 때문에 엄청난 자료를 확보하고도 침묵을 지켰는지
와 그 과정에 어떤 거래는 없었는지 등의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다.

◇공씨 비위 눈감은 국정원= 1999년 공씨에게서 테이프를 전달받은 박씨는 삼성과 금전
거래를 시도하지만 실패했다. 삼성측은 "박씨가 6억원을 요구했으나 거절했고 곧바로 국정원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국정원은 공씨를 찾아와 1998년 퇴직시 유출해간 자료의 반납을 요구
했고, 공씨는 200여개 테이프와 문건을 자진 반납했다고 자술서에서 공개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국정원법 위반 혐의가 명맥한 공씨에 대한 어떤 처벌도 없이 그냥 넘겨버렸
다. 이 때문에 공씨가 또다른 "무엇"을 근거로 국정원과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공씨가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이나 정권과 관련된 약점을 잡고 흥정을
통해 빠져나갔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기도 하다. 이 부분도 검찰 수사를 통해 규명돼야할 핵심
적인 사안 중 하나다.

◇제2의 "X파일"은 없나=공씨는 자술서에서 "모든 것을 낱낱이 폭로해서 사회가 제자리를
찾고 과거를 청산하는데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모든 것을 안고 주검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나도 살기 위해서 다 돌려주지는 않았다"고 도청 테이프의 보유 사
실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국정원에 반납한 200여개 테이프 와 별도로 다른 불법도청 기록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 기록들도 이번에 공개된 "X파일"과 마찬가지로 경천동지할 내용이 포함돼 있어 또다
른 폭로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와 관련해 공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통령 빼고 다 도청했다"고 말해 정.관.재계 및 언론계 등 대한민국 유력인사 전반에 걸쳐 불
법도청이 이뤄졌음도 고백했다.

공씨가 삼성 문건과 관련된 재미교포 박씨와의 관계만 자술서에서 밝혔지만 다른 인사에게도
문건을 넘겨줬을 수도 있다. 때문에 국정원의 협조를 얻어 모든 불법도청 테이프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검찰이 숨겨진 파일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지도 관심사다.

여한구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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