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자율이 원칙이다
총장선거 대학자율이 원칙이다.
서울대 교수들이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현재의 국·공립대 총장 직선제를 총장 추천위원회를 통한 간선제로 바꾸도록 한 개정안이 대학의 자율적 의지를 침해한다는 게 그 이유다. 총장 뽑는 것까지 외부 간섭을 받게 되면 대학 교육과 연구의 질이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당정이 개정안을 낸 것은 직선제의 폐해가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학 총장 선거가 대학 내 파벌 형성과 과열선거 운동, 논공행상 등으로 뒤범벅돼 있다. 총장들은 인기를 쫓다보니 구조조정 등 대학 개혁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총장 간선제 도입만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것이란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 직선제의 폐해는 제도상 결함이 아니라 그릇된 대학 내 풍조와 부적절한 운용 때문에 빚어진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대학 통·폐합 등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개정안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국립대는 직선제를 선호한다. 이런데도 간선제를 도입한다면 교육당국의 대학 구조조정 방침은 대학들로부터 환영도 협력도 받지 못할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대학 자율은 큰 원칙이며, 교육 근간을 해치는 일이 아니라면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무시하고 획일적으로 간선제를 강요한다면 직선제 폐해 못잖은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길은 있다. 직선제든 간선제든 대학이 알아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법안 가운데 직선제 실시를 어렵게 만든 조항은 고쳐야 한다. 대학의 구조조정과 경쟁력 강화는 국가적 목표이지만 이렇게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대학 교수들도 반성할 일이다. 최고의 지성인들이면서도 총장 직선제 하나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 외부 간섭을 자초한 것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교육당국만 비난하는 것은 책임전가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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