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설] 청와대 인사청탁 거절해 次官이 잘렸다니
취임 6개월 만에 경질된 유진룡 前전 문화부차관은 10일 “(차관 시절) 청와대에서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자리에 너무 級급이 안 되는 사람들을 앉히라고 해 거절했다”며 “청탁은 더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서 직접 인사 얘기를 한 사람은 홍보수석과 홍보기획비서관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 때문에 민정수석실 조사까지 받았으며 조사관들은 ‘왜 인사청탁을 들어주지 않느냐’는 식의 질문을 했다”고도 했다. 유 전 차관이 지난 8일 갑자기 물러나자 나왔던 “인사청탁 거절에 따른 괘씸죄”라는 소문을 당사자가 확인한 것이다.
청와대는 “일상적인 인사협의였다”고 하지만 터무니없는 변명이다. 우선 아리랑TV 부사장의 인사권자는 아리랑TV 사장이다. 청와대는 그 인사에 개입할 아무 법적 근거도, 권한도 없다. 청와대 사람들이 ‘부사장으로 누가 좋겠다’고 한 건 명백한 청탁이고 압력이다. 유 전 차관이 청와대 청탁을 거절한 뒤 문화부는 구조조정 차원에서 아리랑TV 부사장 자리를 없앴다. 청와대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이 간다. 이 무렵 문화부 안에서는 “홍보수석실 사람이 유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배를 째달라는 말씀이시죠. 째 드리지요’라고 했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청와대가 영상자료원장 人選인선에 끼어든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이 자리는 경쟁으로 선발하는 公募職공모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청와대 사람들이 특정인을 ‘추천’한 건 그 사람을 뽑으라고 지침을 내린 거나 마찬가지다. “인사 청탁하다 걸리면 敗家亡身패가망신시키겠다”던 대통령의 정부가 공정한 인사의 상징처럼 내세우는 기관장 공모제의 실상이 이렇다.
이 정권은 작년 말까지 與圈여권 인사 130여명을 낙하산에 태워 공기업의 長장과 監事감사로 내려보냈다. 지금도 청와대와 정부 人事인사부서엔 任期末임기말에 막차라도 타보겠다는 정권주변 사람들의 이력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고 한다. 그런 청와대에 인사청탁 非理비리의 실상을 캐내길 기대하는 건 헛일이다. 결국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 국정조사권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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