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로에서나 골목 순대 국 집에서나 노무현 대통령을 원망하는 소리가 질펀하다.
"택시 안에서 대통령 비방하면 신고하라"고 경찰서장 명의의 지시(?)가 있던 80년대 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옛말에 '듣지 않는 데서는 임금에게도 욕한다'는 말이 있지만 너무 심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오죽 욕을 많이 먹는 대통령이었으면 스스로 "굴복했다"느니 "임기 못 마치는 첫 대통령 안됐으면"하는 바램을 토로했으랴. 며칠 전부터 아내가 엉뚱한 걱정을 하기에 '재수 없는 여펀네의 넋두리"라고 핀잔했지만 어제오늘 곰곰이 되뇌어보니 다분히 일리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아내의 걱정이라는 게 남편건강걱정이거나 밤늦도록 개임 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애들 문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내용이었다.
"현재의 여당인 열린우리당 지지도 추락과 노무현대통령에게 쏟아지는 욕지거리를 듣다보면 만약 한나라당이 집권을 해서 제대로 하지 못할 때 그들한테 쏟아질 욕지거리를 들어야할 걸 생각하면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무서운 이유였다.
여당지지도추락과 노 대통령 욕먹는 소리가 싫다는 건지, 지금 한나라당이 하는 걸 보면 정권 잡으면 '저것들도 욕먹을게 틀림없다'는 건지, 즉 한나라당도 뻔할 뻔 자라는 건지, 야당만큼은 정신 바짝 차려서 '국민의 소리에 제대로 반응하라'는 경고인지, 모든 걸 다 포함해서 하는 소린지 헷갈리는 마음에서 '재수 없는 여펀네의 소리'로 치부했지만 어제오늘 곰곰이 생각해보니 심상치 않은 예언인 듯하다.
이런 느낌의 이유를 열거하지 않겠지만 야당인 한나라당에게 간단히 주문하겠다.
우리가 서있는 지반전체가 무너지고있는 이 상황을 당장 보수(補修)할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것이다.
뒤틀리고 구멍난 자유대한민국의 안보체제를 어떻게 보수할 것인지 그 대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참정치 출범'을 요란하게 외칠 적에 크게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는데 그 외침의 메아리가 생생한데 정치개혁을 염원하는 국민들에게 "역시나"로 응대해버린 그 배짱에 놀란 국민들의 상처 난 마음을 어서 보수해달라는 것이다.
40%대를 훌쩍 넘는 지지율을 과시하며 지금의 대오만 흩뜨리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가 어렵지 않다고 국민을 적군과 아군으로 나누려는 발상의 발언을 했어도, 뇌물을 받았어도, 다수 여성들을 분노케 하는 행위를 했어도, 모두 끈끈한 동지애로 감싸 안으려는 싹수없는 작태를 당장 보수하라는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화합통합보다는 민족 운운하며 끼리끼리 코드조정하며 국론과 국력을 갈기갈기 찢어 부순 좌파세력의 기세 등등에 피를 토할 지경인 국민들 정서를 보수할 비전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기업과 근로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성장론자와 분배론자, 그리고 보수와 진보로 편이 갈려 모두가 적이 되었으니 이 극렬한 양극화현상을 정상으로 보수할 대안을 제시 하라는 것이다.
우선 '한나라당이 설사 집권을 한다고 해도 지금의 혼란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걱정하는 우리 여펀네의 무너진 상실감을 보수해 줄 자신이 있는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자한다.
'이대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구멍 난 국가시스템의 보수에 적극 나서라는 것이며 보수(保守)골통에 매달리지 말고 무너진 국가시스템과 상처 입은 국민마음을 보수(補修)하는 일에 매진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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