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은 법위에 있나?

종교계와 정부 공권력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지난 29일 조계사 앞에서 총무원장의 차량을 검문한데서 발단이 되었다. 촛불시위 수배자를 체포하겠다며 경찰관이 불교계 수장인 지관 조계종 총무원장이 탄 차량을 뒤져 불교계가 들끓고 있다. 총무원장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불법검문'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종교 편향 문제로 정부에 섭섭한 감정을 갖고 있던 불교계는 올 것이 왔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으로 정부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평소에 안 좋은 감정을 가진 불교계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때문이다. 서둘러 종로 경찰서장을 보내 사과를 했다. 먹혀들지 않자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찾아가서 ‘결례’에 대한 사과를 했다 일선 경찰관이 잘 모르고 일어난 사건이라며 애써 무지 탓으로 돌리며 진화(鎭火)에 급급했다.

정부와 종교계의 갈등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문제는 대통령이 특정 종교인이기 때문에 편향문제가 생긴다는 발상이다. 대통령도 자연인 신분으로 종교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이유 때문에 차별 정책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있을 수 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만약 그런 경우가 있다면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봐야한다.

종교계도 그런 편협한 시각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좀 더 대승적인 차원의 포용을 통해 종교 간의 갈등을 스스로 풀어야한다. 만약 정부의 편향 차별정책이 있다면 적법 절차에 따라 시정요구를 하면 된다. 감정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마치 유치원에서 다른 아이 과자가 더 크다고 우기는 식의 ‘트집 잡기’로는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평소에 편향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일이 생긴 것으로, 의도적으로 불교 종단을 폄훼한다고 보는 것은 의도확대의 오류이다. 좀 더 원숙한 수행자의 본분으로 돌아와야 한다. 종교의 권위도 내부로부터 강요된 것이 아닌 외부로부터 자발적으로 오는 것이라야 진정한 권위라 할 수 있다.

차제에 종교 구역 내에서의 범법자 문제도 짚어봐야 한다. 범법자를 종교라는 이유로 받아들이는 것이 용인(容忍)될 수 있는가? 또 그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종교구역이라 해서 법집행이 면제되거나 효력이 정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특수 상황 때문에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법의 강제보다는 윤리나 사회적 관습에 맡기는 것이 무난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현실적인 한계를 악용하여 범법자의 자유구역이 되는 것도 문제다. 종교도 어디까지 묵인, 방조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의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윤리, 관습의 허용범위 안에서 결정되어야한다.

종교계가 마치 이익단체 행세를 한다면 세상은 더 어지러워진다. 자신의 종교가 소중한 것처럼 다른 상대방의 종교도 존중해야한다. 자신의 종파에 대한 우월의식을 버려야한다. 신도 수가 얼마란 식의 세력을 내세워 힘을 과시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계산법이다.

종교의 세속화, 권력화, 이익 집단화는 그들이 신봉하는 신을 가장 욕되게 하는 일이다. 진정한 힘은 종교가 제자리로 돌아왔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

법 집행은 공정해야한다. 법집행은 신분여하를 막론하고, 사회적 책임이 큰 지위일수록 더욱 엄격해야한다. 특정 종교라 해서, 총무원장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공권력이 눈치를 보면 또 다른 차별이 생긴다. 이번 경찰관의 총무원장 차량검문은 정당한 법집행이었다. 그런데 경찰 수뇌부가 오히려 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가 종교계 눈치만 살핀다면 소신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없다. 공정한 입장에서 대의(大義)를 지켜나가야 한다. ( -08. 8. 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