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5일 다시 서민들의 민생현장을 찾았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골목상가, 서민들의 애환이 서려 있는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하반기 경제운영 방향’을 논의한 비상경제대책회의가 끝나자 마자 곧바로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 대통령은 2시간 가량 이문동 골목 일대의 구멍가게, 찹쌀 도너츠 가게, 과일 노점상을 둘러보고 영세상인들의 하소연에 귀를 기울였다. 이곳은 그러잖아도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장사가 어려운 데다 최근 몇개월 사이 인근에 대형마트(3월)와 중형마트(5월)가 하나둘씩 들어서면서 겹겹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이 향후 국정운영의 기본개념으로 설정한 ‘중도강화론’을 실천하기 위한 첫 현장점검이다.

이 대통령이 찾은 이문동 골목상가는 전국 소상공인의 실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장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현 경제위기로 가장 타격받는 층이 영세자영업자들인 데다 최근 대형마트가 골목에 진출한다고 하면서 엄청난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문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이윤호 지식경제부장관 등 관계자들로부터 일자리 창출에 대한 의견을 듣고 서민대책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이어 10㎡(3평) 남짓한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한 할머니와 가게앞 의자에 마주앉아 한숨섞인 하소연을 들었고, 과일 노점상에서는 과일을 구입했다. 주변 영세상인을 비롯해 슈퍼마켓연합회, 소상공인연합회 간부들과 비빔밥으로 오찬을 함께한 식당에는 ‘상인 여러분, 힘내세요. 대통령 이명박’이라는 글이 새겨진 벽시계를 선물로 건네며 위로했다.

“기업은 약자보호와 같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이 대통령이 이날 영세상인들과 마주앉은 것에는 대형유통업체에 던지는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게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골목 상인들은 이날 “대형슈퍼마켓 등의 무분별한 개점을 막아달라”, “일본에서 시행하는 대형마트와 영세상인간의 ‘사업조정제도’를 도입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대통령은 이에 대해 “정부 개입 이전에 상생과 신뢰사회를 지향하는 선진일류 국가의 기본상도에 해당하는 문제”라며 “슬기롭게 민간자율이 우선돼야 하지만, 정부도 구체적인 지원정책 외에 사회분위기를 통합적으로 가져가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하반기 소상공인 보증확대정책에 따라 책정돼 있는 3조3000억원(추경 4700억원)을 더 늘리는 방안과 인근 수백m 내에 대형마트 입점시 ‘사전조정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상협·방승배기자 jupiter@ 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