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국무총리가 19일 세종시 원안(原案)의 이전대상기관인 ‘9부 2처 2청’ 가운데 단 하나의 행정기관도 세종시로 이전할 뜻이 없음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차라리 옮길 거라면 수도를 다 옮기면 옮겼지 행정부의 일부를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장 좋은 것은 현재대로 있는 것이고 수도이전은 그다음”이라고 강조했다.

이 얼마나 똑 부러지는 소린가.

이구실로 변명하고 저구실로 핑계대지 않고, 직설적으로 단언하는 게 너무 멋지다.

사실, 필자는 정운찬 총리 취임시 부정적으로 평가하였다.

마치 보신의 달인 반기문 같이 직설을 피하고 엉뚱한 이슈로 바람몰아서 피해 다니지나 않을까 우려했었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기우였음이 이번 “행정부처 일부 이전도 안 된다”는 언급에서 말짱히 씻어버렸다.

지난 11월27일 생방송으로 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재직 중 세종시에 대해 반대하다 대선후보 시절에는 원안대로 진행하겠다고 이야기한 것에 대해 “부끄럽고 후회스럽다”고 하면서 “원안대로 진행한다고 해도 내 임기 중에는 옮기지 않으니 나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내가 정치적으로 편하자고 국가가 불안한 일을 할 수 있는가? 역사에 부끄럽지 않게, 떳떳하게, 역사적 소명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정치적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에서 생각해 달라”고 말했다.

이렇게 당당히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직설적으로 소신을 호소하니 단번에 여론의 향방은 역전되어 버렸다.

대선 때 그를 찍은 다수의 국민들은 그의 결단력에 지지세를 결집시켜주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단호한 결단력이었던 것이다.

집권자는 여론에 따라 당선되지만, 당선되고 나서는 여론을 이끌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여론을 이끄는 지름길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론의 눈치나 보며 결단력이 없으면, 여론에 끌려가다 볼일 다 본다.

이번 정운찬 총리의 결단력 있는 처신은 다시 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키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본다.

계속 그렇게 나가길 빈다. 칼자루를 쥐고서 칼날 잡은 자에게 굴복해줄 이유가 없다.

“행정부처 일부 이전도 안 된다” 그 참 속이 시원한 소리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