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주 초 열릴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어떤 제안을 내놓을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단지 대통령과 제 1 야당 대표의 사실상 첫 대좌라는 상징성 때문만이 아니다.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박 대표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모종의 ‘빅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3일 “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 그리고 박 대표의 성향이나 당내 입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두 사람이 뻔한 얘기만 주고 받다 헤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 “노 대통령이 깜짝 놀랄만한 제안을 박 대표에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정치구도 타파를 위한 희생과 결단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박 대표의 동참을 호소할 경우 비록 연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파격적인 정치적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담을 며칠 앞두고 청와대와 한나라당에는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청와대는 2일 이병완 비서실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어 ‘노-박 회담’에서 꺼내놓을 제안과 박 대표의 예상 발언에 대한 검토를 계속했다.

박 대표가 노 대통령의 회담 제안을 수용한 것을 계기로 박 대표에 대한 여당의 평가도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문희상 의장은 2일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통령의 성격과, 온화하고 합리적인 박 대표의 성격이 어울려 한국정치에 새 이정표가 생기는 쾌거가 되길 바란다”며 박 대표를 향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한나라당도 이번 회담의 절차와 의제를 논의하기 위해 5일 오후 열릴 의원총회를 앞두고 활발한 내부 논의가 진행중이다.

이런저런 전망에 대해 청와대는 지난 6월 연정 언급이 나온 뒤 두 달여만에 우여곡절 끝에 박 대표와의 회담이 성사된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해외 순방(9월8~17일) 이후 여타 야당 대표와의 연쇄 회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박 대표와 정치적 흥정을 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회담에서 연정 문제를 담판짓기보다는 앞으로 계속될 대야 정치협상의 출발이라는 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박 대표가 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리직 제안이나 각료추천권 배분 같은 구체적 내용이 거론될 수 있겠느냐”면서 “지역주의 극복에 대한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다시 한번 설명하고 박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호소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희상 우리당 의장도 2일 “이번 만남에서 연정 합의까지는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지역주의 극복이라든지 정치개혁에 합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종호기자 [email protected]